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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진옥동 2기' 신한지주, 화려한 숫자가 아닌 '고객의 체감'으로

2026-03-31 11:00:00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이 의사를 진행하고 있다. [사진=신한금융]


[경제일보] 신한금융그룹이 ‘진옥동 2기’ 체제의 돛을 올렸다. 고졸 사원으로 입사해 금융지주 회장까지 오른 그의 서사는 여전히 한국 금융계의 상징적인 이정표다. 지난 1기 임기 동안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하고 과감한 주주환원 정책을 펼치며 경영 능력 또한 충분히 입증해 보였다. 그러나 연임 확정과 함께 시작된 두 번째 임기를 맞이하는 시장의 시선은 축하보다 엄중한 질문에 쏠리고 있다. “과거의 성과가 미증유의 복합 위기 속에서도 여전히 유효한가”라는 물음이다.

현재 우리 경제가 처한 현실은 가혹하다. 원/달러 환율은 심리적 저항선인 1,500원을 넘어섰고, 고금리의 터널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지표상의 숫자보다 무서운 것은 현장의 비명이다. 이자 부담에 허덕이는 자영업자와 원자재 가격·환율 상승의 이중고에 짓눌린 중소기업들에게 지금의 금융은 ‘금리 몇 %’라는 산술적 수치가 아니다. 그들에게 금융은 당장의 숨통을 틔워주느냐, 아니면 마지막 생명줄을 조이느냐는 생존의 문제다. 진옥동 2기의 성패는 바로 이 지점, ‘고객 중심’이라는 선언이 공허한 구호를 넘어 실질적인 삶의 변화로 이어지느냐에 달려 있다.

금융권에 요구되는 ‘상생’은 이제 시혜적 차원의 사회공헌이 아니다. 벼랑 끝에 선 소상공인의 대출 금리를 단 0.5%포인트라도 낮춰주는 결단, 환율 폭등으로 자금난을 겪는 기업에 선제적으로 유동성을 공급하는 판단이 절실하다. 이자 부담으로 무너지는 가계를 위한 정교한 채무조정은 단순한 비용 지출이 아니다. 연체를 방지하고 고객을 살려내 금융사 자신의 건전성을 지키는 가장 현실적이고 고도화된 리스크 관리 전략이다. 고객이 무너지면 은행도 공멸한다는 ‘운명 공동체’ 의식이 진정한 상생 금융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진 회장이 강조하는 디지털 전환과 AI(인공지능) 전략 역시 ‘편의’의 차원을 넘어 ‘가치’의 혁명으로 진화해야 한다. 단순히 뱅킹 앱의 UI를 개선하고 속도를 높이는 수준으로는 빅테크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없다. 신한이 내세운 ‘AI 금융’은 고객의 소비 패턴과 현금 흐름을 정밀하게 분석해 “다음 달 이자 부담이 위험 수준”임을 미리 경고하고, 자동으로 최적의 대환대출이나 자산 배분을 제안하는 수준까지 도달해야 한다. 기술이 고객의 손실을 막고 자산을 지켜주는 ‘보호막’이 될 때, 비로소 혁신이라는 이름에 걸맞은 경쟁력을 갖게 될 것이다.

글로벌 전략 또한 외형적 성장이 아닌 내실 있는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해외 점포 숫자를 늘리는 양적 팽창의 시대는 지났다. 베트남에서의 성공 모델을 동남아 전역으로 확산하되, 지정학적 리스크가 고조되는 시기일수록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정착시키는 것이 핵심이다. 덜 벌더라도 확실하게 버는 구조, 위기 상황에서도 흔들리지 않는 글로벌 포트폴리오를 구축하는 것이 진정한 글로벌 경쟁력이다.

무엇보다 신뢰의 근간인 내부통제에 사활을 걸어야 한다. 금융 사고는 단 한 번의 방심으로도 공들여 쌓은 공든 탑을 무너뜨린다. 최근 금융권을 강타한 각종 횡령과 부정 행위는 시스템의 미비보다 도덕적 해이와 실적 지상주의 문화에서 기인했다. ‘책무구조도’ 도입은 시작일 뿐이다. 성과보다 윤리를, 이익보다 정직을 우선시하는 조직 문화가 신한의 DNA로 각인되지 않는다면 어떤 첨단 시스템도 무용지물이다. 고객이 원하는 것은 화려한 미래 비전보다 “내 소중한 자산이 안전하다”는 확신 그 자체다.

주주환원 정책 역시 정교한 균형 감각이 요구된다. 시장은 높은 배당과 자사주 소각을 원하지만, 지금은 전례 없는 대외 불확실성에 대비해 위기 대응 체력을 비축해야 할 시기다. 지나친 낙관론에 기대어 기초 체력을 소진하는 우를 범해서는 안 된다. 잘 나누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폭풍우 속에서도 끝까지 버텨낼 수 있는 맷집이다.

결국 진옥동 2기는 화려한 ‘스토리’가 아니라 차가운 시장의 ‘체감’으로 심판받을 것이다. 고객이 위기의 순간 “신한이라서 다행이다”라고 느끼는 경험이 쌓일 때, 비로소 ‘일류 신한’의 위상은 공고해진다. 숫자는 거짓말을 하지 않지만, 고객의 신뢰를 잃은 숫자는 신기루에 불과하다. 금융의 본질은 신뢰이며, 그 신뢰는 거창한 담론이 아니라 위기의 현장에서 고객의 편에 서는 작은 결정들의 축적에서 완성된다. 진옥동 회장이 이 엄중한 원칙을 2기 임기 내내 지켜낼 수 있을지 시장과 국민이 엄중히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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