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미국발 보호무역주의의 파도가 위협을 넘어 한국 산업의 숨통을 조여오는 ‘실존적 위기’로 번지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꺼내 든 ‘파생제품 관세’는 단순한 통상 마찰을 넘어 우리 제조업의 근간을 겨냥한 정교한 압박이다. 여기에 중동 전쟁 장기화로 촉발된 고환율·고유가·고금리의 ‘3고(高)’까지 겹치며 한국 경제는 그야말로 ‘시계 제로’ 상황에 놓였다.
이번 조치의 핵심은 치밀하다. 철강·알루미늄 등 금속 함량이 일정 기준을 넘는 완제품 전체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것은 사실상 한국산 가전과 변압기, 보일러 등 주력 제품에 ‘징벌적 세금’을 매기겠다는 것과 다름없다. 금속 비중만큼만 과세하던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제품 전체 가치에 관세를 부과하는 구조는 우리 기업들이 축적해 온 가격 경쟁력을 단숨에 무너뜨릴 수 있는 파괴력을 지닌다.
겉으로는 “영향이 제한적일 것”이라는 신중론도 나오지만 산업 현장의 체감은 전혀 다르다. 관세 인상은 곧 판매가 상승으로 이어지고 이는 북미 시장 점유율 하락과 수요 위축으로 연결될 수밖에 없다. 더 큰 문제는 이 부담이 철강업계로 전가되며 ‘폭탄 돌리기식’ 연쇄 충격을 낳는다는 점이다. 대기업은 버틸 여력이 있더라도 중소·중견기업은 이미 한계 상황에 몰리고 있다.
중동발 에너지 가격 급등은 물류비와 생산비를 동시에 끌어올렸고 고환율은 원자재 수입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에 치명적인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이미 수주한 계약은 가격 조정이 어려워 ‘만들수록 손해’라는 구조적 모순에 빠져 있다. 현장에서 터져 나오는 “계약을 따내도 고민”이라는 탄식은 결코 과장이 아니다. 그럼에도 정부가 일부 완화 효과만을 강조하는 것은 현실과 괴리된 인식이라는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상황 인식의 전환과 함께 국가적 대응 역량을 총동원하는 일이다. 한미 간 고위급 외교 채널을 즉각 가동해 한국산 제품에 대한 예외 적용이나 유연한 기준 확보에 총력을 기울여야 한다. 동맹의 가치와 공급망 기여도를 협상의 핵심 논거로 삼아야 한다.
동시에 중소·중견기업을 위한 긴급 유동성 지원과 세제 완화, 에너지 비용 보조 등 실질적인 지원책을 신속히 집행해야 한다. 산업 생태계의 뿌리가 흔들리면 회복은 쉽지 않다. 아울러 생산 구조와 공급망을 재편해 ‘탈관세 체질’로 전환하는 중장기 전략도 병행돼야 한다. 기술 혁신과 공정 개선을 통해 외부 충격을 흡수할 수 있는 산업 구조를 구축해야 한다.
이번 위기는 과거와 차원이 다르다. 관세와 환율, 에너지와 금리가 동시에 압박하는 다층적 위기다. 안이한 낙관이나 미온적 대응으로는 버틸 수 없다. 지금은 ‘상황 관리’가 아니라 ‘위기 돌파’의 시점이다. 정부는 기업의 생존을 곧 국가 안보의 문제로 인식하고 과감하고 신속한 결단에 나서야 한다.
대한민국 산업 경쟁력은 수십 년에 걸쳐 축적된 결과다. 그러나 무너지는 데는 긴 시간이 필요하지 않다. 골든타임은 이미 흐르고 있다. 지금 이 순간의 선택이 한국 경제의 향방을 좌우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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