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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사설] 이재명 대통령, 대나무 외교 펼치는 베트남 한국의 생존 전략이자 기회다

2026-04-23 09:50:50

베트남 국빈 방문 경제 안보 핵심 광물 공급망 협력 강화

삼성 SK 롯데 총출동...800년 인연이 첨단 산업 혈맹으로

이재명 대통령과 또 럼 베트남 공산당 서기장 겸 국가주석이 22일(현지시간) 베트남 하노이 영빈관에서 열린 국빈 방문 환영 만찬에서 건배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이 베트남을 국빈 방문해 또 럼 서기장 겸 국가주석과 정상회담을 가졌다. 중동 사태로 지정학적 위기가 고조되고 글로벌 기술 패권 경쟁이 치열한 상황에서 이뤄진 중대한 외교 행보다. 

이 대통령은 국빈 만찬에서 한반도와 아시아 지역을 벗어나 국제사회 전반에 걸친 평화의 소중함을 절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전쟁의 폐허를 딛고 일어선 두 나라가 대화와 타협이라는 보편적 가치를 바탕으로 굳건한 평화의 연대를 구축하자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지난 22일 만찬에는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핵심 인사들이 대거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삼성전자 이재용 회장, SK 최태원 회장, LG 구광모 회장, 롯데지주 신동빈 회장, 포스코홀딩스 장인화 회장, HD현대 정기선 회장, GS 허태수 회장, CJ 손경식 회장, 효성 조현준 회장, 대우건설 정원주 회장 등 재계 총수들이 총출동했다. 이는 단순한 친목 도모 자리가 아니다. 미중 갈등 속에 글로벌 생산 기지를 다변화해야 하는 한국 기업들에게 베트남은 생존을 위한 필수 거점임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다.

베트남의 외교 노선은 이른바 대나무 외교로 불린다. 뿌리는 단단히 내리되 가지는 바람에 유연하게 흔들리는 짙은 실용주의를 뜻한다. 베트남은 미국과 중국 그리고 러시아 사이에서 철저하게 자국 이익을 챙기는 치밀한 균형 외교를 펼치고 있다. 

응우옌 푸 쫑 전 서기장 타계 이후 권력을 완전히 장악한 또 럼 서기장 체제에서도 이런 실용 노선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강대국 틈바구니에서 외줄 타기를 하는 베트남에게 한국은 영토적 야심 없이 자본과 기술을 제공하는 가장 믿을 수 있는 경제 파트너다.

우리가 가장 주목해야 할 대목은 양국이 추진하기로 합의한 핵심 광물 공급망 센터 구축이다. 전기차와 인공지능 반도체 등 미래 첨단 산업을 주도하려는 한국은 필수 자원의 특정 국가 의존도를 시급히 낮춰야 하는 절박한 안보 과제를 안고 있다. 베트남은 세계 2위의 희토류 매장량을 자랑하는 자원 부국이다. 

자원이 풍부한 베트남과 고도의 가공 기술을 보유한 한국의 결합은 완벽한 상호 보완 관계를 이룬다. 공급망 안정화는 단순한 구호로 끝날 일이 아니라 정부가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짜고 기업이 세계 무대에서 뛸 수 있도록 길을 닦아야 하는 국가적 사활이 걸린 과제다.

청와대는 이번 국빈 방문을 올해 싱가포르 필리핀 인도네시아로 이어진 대아세안 릴레이 정상외교의 완성판으로 평가했다. 우리 정부가 아세안 지역에 공을 들이는 이유는 매우 명확하다. 아세안은 경기 침체에 빠진 중국을 대체할 세계의 공장이자 잠재력이 무궁무진한 거대한 소비 시장이다. 특히 베트남은 아세안 국가 중에서도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자 1만 개 이상의 한국 기업이 진출해 있는 핵심 국가다. 베트남이 없는 한국의 경제 성장은 이제 상상하기조차 어렵다.

이 대통령이 언급했듯 리 왕조의 이용상 왕자가 고려에 정착한 지 800년이 지났다. 작은 교류로 시작된 양국의 인연은 이제 연간 500만 명이 오가는 피를 나눈 형제국 수준으로 발전했다. 또 럼 서기장이 한국의 된장을 비유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견고해지는 우정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깊은 역사적 연대감을 바탕에 두고 있다. 박항서 김상식 감독이 그라운드 위에서 축구로 다진 민간 교류의 저력은 양국 국민의 마음을 하나로 묶는 강력한 문화적 유대 자산이 되었다.

하지만 양국 관계에 늘 장밋빛 미래만 있는 것은 아니다. 베트남 현지에서는 빠른 경제 성장에 따른 임금 인상과 고급 기술 인력 부족 현상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베트남 정부의 기술 이전 요구도 갈수록 거세질 것이 자명하다. 한국 기업들은 과거처럼 값싼 노동력에만 의존하는 단순 조립 생산 기지 모델을 과감히 버려야 한다. 현지 기업들과 고부가가치 첨단 산업 생태계를 함께 구축하는 질적 전환을 서둘러야 할 시점이다.

우리가 머뭇거리는 사이 일본과 중국 자본이 거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베트남 시장을 맹렬하게 파고들고 있다. 지정학적 불확실성이 지배하는 국제 질서 속에서 굳건한 경제 안보 동맹의 존재는 국가의 생사를 가른다. 

대한민국을 가로지르는 한강과 하노이를 품은 홍강이 공동 번영의 큰 바다에서 만나기 위해서는 빈틈없는 전략이 필수적이다. 정부와 기업은 이번 국빈 방문에서 도출된 수많은 협력 과제들을 치밀하게 실행에 옮겨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도약대를 만들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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