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와 디지털 플랫폼을 둘러싼 논의는 대체로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새로운 기술은 빠르게 배우는 사람이 유리하고, 빠르게 적응하는 사람이 앞서나간다는 인식도 강하다. 실제로 젊은 층은 유튜브, 인스타그램, 생성형 AI 같은 도구를 훨씬 자연스럽게 받아들인다. 이것저것 눌러보고 실패해도 다시 시도하는 데 주저함이 적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들이 기술 시대의 주인공처럼 보인다.
그러나 기술을 빨리 익히는 것과 기술을 깊이 활용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AI나 플랫폼은 결국 무엇을 담을 것인가의 문제와 맞닿아 있다. 그 안에 담길 수 있는 것은 단순한 정보만이 아니다. 사람을 보는 눈, 돈을 대하는 태도, 실패를 해석하는 방식, 가족과 관계를 견뎌낸 시간, 지역과 생활 속에서 얻은 노하우 같은 것들이다. 이런 자산은 하루아침에 생기지 않는다. 오랜 시간을 통과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축적된다.
바로 그래서 역설이 생긴다. 가장 잘 활용할 잠재력이 있는 사람들이 실제로는 기술로부터 가장 멀리 떨어져 있다. 많은 어르신들은 AI나 디지털 플랫폼을 잘 쓰지 못한다. 이유는 단순하다. 기술의 언어가 낯설고, 인터페이스는 복잡하며, 로그인과 계정 생성, 업로드와 편집 같은 기본 절차조차 높은 장벽이 되기 때문이다. 젊은 세대에게는 사소한 단계가 어르신들에게는 시작 자체를 막는 벽이 된다.
이 문제를 단순히 ‘디지털 소외’라고만 부르면 핵심이 가려진다. 이것은 불편의 문제가 아니라 손실의 문제다. 한 사람 한 사람은 작은 도서관과도 같다. 직업에서 얻은 현실 감각, 오랜 인간관계 속에서 체득한 지혜, 시대 변화에 대한 체감, 지역사회의 기억과 생활의 기술이 그 안에 들어 있다. 그런데 지금 사회는 그 거대한 경험 자산을 기술 문턱 앞에서 사실상 방치하고 있다. 기록되지도, 연결되지도, 공유되지도 못한 채 사라지는 지혜가 얼마나 많은지 우리는 제대로 계산해본 적이 없다.
고령화 사회에서 늘 복지와 돌봄, 의료와 부양을 말하지만, 어르신들을 단지 보호의 대상으로만 보는 시선은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 중요한 것은 그들이 무엇을 필요로 하느냐 못지않게, 그들이 이미 무엇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는 일이다. 어르신들이 기술에 접근하지 못하는 것은 단지 세대 간 격차가 아니다. 사회 전체가 이미 축적된 경험 자산을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는 뜻이다. 더 엄밀히 말하면, 가장 귀한 자원이 가장 바깥에 놓여 있는 구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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