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오라클이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확충을 위해 대규모 추가 자금 조달에 나선다. 클라우드 인프라 수요는 빠르게 늘고 있지만 막대한 설비투자와 잉여현금흐름 악화가 동시에 부각되면서 AI 인프라 투자에 대한 시장의 시선도 달라지고 있다.
10일(현지시간) 로이터 등 외신과 회사 발표에 따르면 오라클은 2027회계연도에 부채와 지분 발행을 통해 약 400억달러를 추가 조달할 계획이다. 이 가운데 200억달러는 이미 발표한 시장가 신주 발행 프로그램이 포함된 규모다. 원화로는 약 60조원대에 이르는 자금 조달이다.
오라클의 자금 조달 확대는 AI 데이터센터 투자 부담과 맞물려 있다. 회사는 2026회계연도 자본지출이 556억6000만달러로 기존 목표치 500억달러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생성형 AI 확산 이후 클라우드 인프라와 GPU 기반 데이터센터 수요가 폭증하면서 선제적인 설비투자가 불가피해졌다는 설명이다.
실적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오라클은 2026회계연도 4분기 매출 192억달러를 기록해 전년 동기 대비 21% 증가했다. 비GAAP 기준 주당순이익(EPS)은 2.11달러로 집계됐다. 클라우드 매출은 99억달러로 47% 늘었고 클라우드 인프라(IaaS) 매출은 58억달러로 93% 증가했다. AI 수요가 오라클의 클라우드 사업을 빠르게 끌어올리고 있는 셈이다.
문제는 돈의 흐름이다. 오라클의 2026회계연도 잉여현금흐름은 마이너스 237억달러를 기록했다. 대규모 고객 계약을 확보하고도 데이터센터를 짓기 위한 선투자가 커지면서 현금 부담이 커진 것이다. 회사는 잔여이행의무(RPO)가 6380억달러로 늘었다고 밝혔지만 투자자들은 계약 규모보다 이를 실현하기 위한 자본 조달 구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주가도 이를 반영했다. 오라클 주가는 실적 발표 이후 시간외 거래에서 하락했다. 매출과 이익은 시장 예상치를 웃돌았지만 AI 인프라 확장에 들어가는 비용과 추가 자금 조달 계획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AI 데이터센터가 성장의 근거인 동시에 재무 부담의 원천으로 작용한 셈이다.
시장에서는 AI 인프라 관련 채권에 대한 투자자들의 선별 움직임도 뚜렷해지고 있다. 과거에는 빅테크나 대형 클라우드 사업자의 신용도만으로 자금이 몰렸지만 이제는 데이터센터 프로젝트의 수익성, 임차인 구조, 부채 상환 방식, 현금흐름 안정성까지 따지는 분위기다. AI 붐이 모든 인프라 투자를 정당화하던 국면에서 벗어나고 있다는 의미다.
오라클 입장에서는 AI 클라우드 수요를 얼마나 빠르게 실제 매출과 현금창출력으로 전환하느냐가 중요해졌다. 대규모 계약과 클라우드 성장률은 강한 명분이지만 투자자는 결국 자본비용과 회수 기간을 본다. AI 데이터센터 경쟁은 기술의 속도전이지만 금융시장은 숫자의 검증을 요구한다.
AI 인프라 전쟁은 이미 선언의 단계를 지났다. 이제 시장은 누가 더 크게 짓느냐보다 누가 더 오래 버티고 더 안정적으로 수익을 회수하느냐를 묻고 있다. 오라클의 추가 조달은 AI 시대의 성장 전략이자 동시에 재무 체력의 시험대다. 열기는 여전하지만 투자자의 계산은 한층 냉정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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