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건설현장에서 노사 관계를 둘러싼 긴장감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 원청 기업이 하청 노동자에 대해 어느 범위까지 사용자 책임을 지는지를 두고 해석이 엇갈리면서 갈등이 본격화되는 흐름이다. 특히 같은 법을 적용하고도 지역별 판단이 달라지면서 현장에서는 기준 자체에 대한 혼선이 커지고 있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서울지방노동위원회는 지난달 24일 민주노총 전국건설노동조합이 삼성물산 건설부문, GS건설, 한화 건설부문 등을 상대로 낸 교섭단위 분리 신청을 기각했다. 다만 이들 원청 건설사에 대해 일정 범위의 사용자 지위는 인정했다.
이번 판단의 핵심은 교섭 구조와 사용자 책임을 분리해 본 데 있다. 노조 측은 건설사들이 복수의 사업부를 운영한다는 점을 근거로 교섭단위 분리를 주장해 왔다. 삼성물산과 GS건설, 한화 건설부문은 건설 외에도 패션, 플랜트, 방산 등 다양한 사업을 병행하고 있어 사업 구조가 구분된다는 논리다. 이에 따라 건설 부문 하청노조에 대해서는 별도의 교섭 체계를 인정해야 한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서울지노위는 기업 내부 사업 구조만으로 교섭단위 분리를 인정하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결과적으로 교섭 창구는 기존 체계를 유지하게 됐고 하청노조는 다른 노조와 공동 교섭을 진행하거나 협력업체를 상대로 협상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이 됐다.
업계에서는 교섭단위 분리가 받아들여지지 않은 점에 대해 일단 부담을 덜었다는 반응이 나온다. 현장별로 교섭이 분리될 경우 협상 횟수가 급증하고 이는 곧 공사 일정 지연과 비용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기 때문이다. 다만 사용자성이 인정된 이상 원청이 교섭 과정에 일정 부분 참여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부담이 남아 있다는 평가다.
문제는 ‘사용자성’에 대한 판단 기준이 일관되지 않다는 점이다. 경북지방노동위원회는 포스코이앤씨에 대해 사용자성을 인정한 반면 전남지방노동위원회는 중흥건설과 중흥토건의 경우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동일한 법률을 적용하면서도 결론이 엇갈리면서 현장에서는 어느 기준을 따라야 하는지 혼란이 이어지고 있다.
노란봉투법은 하청 노동자가 근로조건에 실질적인 영향을 미치는 원청 기업을 상대로 교섭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골자다. 그러나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구조에 대한 세부 기준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으면서 해석의 여지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건설사들은 당분간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로서는 노동위원회 판단을 따르는 것 외에는 뚜렷한 대응 방안이 없으며 판례가 축적되고 기준이 정리돼야 구체적인 대응 전략을 마련할 수 있어 보인다는 것이다. 특히 판정문이 일정 기간 이후 공개되는 구조상 세부 판단 근거를 즉시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도 대응을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꼽힌다.
노조 측은 사용자성 인정 사례가 확대되는 흐름에 주목하는 모양새다. 최근에는 현대건설, 롯데건설, IPARK현대산업개발 등을 상대로 교섭 요구 공고 시정 신청도 제기한 것으로 전해진다.
교섭 구조 변화가 가져올 영향에 대한 우려도 적지 않다. 교섭 대상이 확대되고 절차가 복잡해질 경우 협상 기간이 길어지고 이는 공사 지연과 비용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실제로 건설업은 노란봉투법 시행 이후 교섭 요구가 빠르게 증가한 업종으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사용자성 인정 범위와 교섭 구조에 대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는 한 혼선이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원청의 교섭 책임이 어디까지 확대될지에 따라 공사 일정과 비용 구조, 노사 관계 전반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위원회의 향후 판정 사례들은 중요한 기준이 될 전망이다.
Copyright © 경제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아시아권 뉴스] 중국, 5G-A·AI 인프라 확장…원자재·해양 산업까지 동반 성장](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6/04/30/20260430180248306185_388_136.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