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국내 제약업계에서 보령의 이름은 오랫동안 대중 친화적인 제약사로 알려져 왔다. 생활 속에서 익숙한 일반의약품 브랜드를 가진 회사이면서 동시에 병·의원 시장에서 경쟁력을 키워 온 전문의약품 기업이기도 하다. 최근 시장이 바라보는 보령은 여기에 한 가지가 더해진 모습이다. 국산 신약 성공 경험을 바탕으로 미래 헬스케어 영역까지 보폭을 넓히는 회사. 전통 제약사의 기반 위에 새로운 산업의 가능성을 더하려는 전환기에 서 있다.
보령의 출발은 국내 의약품 공급 기반이 충분하지 않던 시절과 맞닿아 있다. 해외 의존도가 높던 시장에서 국산 의약품 생산 역량을 키우는 일은 산업적 의미가 컸다. 보령은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 영역에서 제품군을 넓히며 성장 기반을 다졌다.
대중에게 가장 익숙한 이름 가운데 하나는 ‘겔포스’다. 위장약 시장에서 오랜 기간 존재감을 이어 온 대표 브랜드다. 생활 속에서 반복 구매되는 일반의약품은 소비자와 기업을 직접 연결하는 접점이 된다. 보령이 친숙한 제약사 이미지로 자리 잡은 배경에도 이런 브랜드 자산이 있다.
그러나 보령의 기업 가치를 크게 바꾼 장면은 전문의약품 시장에서 나왔다. 대표 사례가 고혈압 치료제 ‘카나브’다. 카나브는 국산 신약 개발 성공 사례로 꼽히며 보령의 체질 변화를 이끌었다. 단순 복제약 중심 기업이 아니라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가진 회사라는 평가를 받게 한 계기였다.
카나브의 의미는 한 제품 매출을 넘어선다. 국내 제약사가 만성질환 치료제 시장에서 자체 신약을 만들고 시장에 안착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후속 복합제와 적응증 확대, 해외 진출까지 이어지며 보령 성장의 중심축 역할을 해 왔다.
전문의약품 포트폴리오 확대도 꾸준히 이어졌다. 순환기와 항암, 감염 질환, 희귀 질환 등 다양한 영역에서 제품군을 넓히며 병원 시장 기반을 다져 왔다. 특정 품목 의존도를 낮추고 안정적인 매출 구조를 만드는 과정이었다.
최근 보령을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키워드는 우주헬스케어다. 다소 낯설게 들릴 수 있지만 민간 우주 산업 확대와 장기 체류 시대를 준비하는 흐름 속에서 건강 관리 수요 역시 새로운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보령은 관련 투자와 연구 협력을 통해 미래 산업 가능성을 탐색하고 있다. 전통 제약사가 기존 사업 경계를 넘어서는 상징적 행보다.
이 전략의 핵심은 단순 홍보가 아니다. 의약품 개발과 생명과학, 디지털 헬스케어 역량은 지상뿐 아니라 극한 환경에서도 활용될 수 있다. 새로운 시장을 먼저 이해하고 기술 축적에 나서는 기업이 미래 기회를 선점할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
글로벌 시장 확대도 중요한 과제다. 국내 제약 시장은 건강보험 제도와 약가 정책 영향이 크다. 반면 해외 시장은 규모가 크고 성공 제품의 수익성도 높다. 카나브를 비롯한 주요 제품의 해외 진출과 파트너십 확대가 꾸준히 추진되는 이유다.
보령의 경쟁력은 여러 갈래에서 나온다. 오랜 업력에서 쌓은 브랜드 신뢰, 카나브로 상징되는 국산 신약 성공 경험, 안정적인 전문의약품 사업, 미래 산업을 향한 빠른 의사결정, 세대교체 이후의 유연한 경영 문화가 함께 작동하고 있다.
물론 넘어야 할 벽도 있다. 카나브 이후를 책임질 차세대 성장 동력이 계속 나와야 한다. 신약 개발은 긴 시간과 막대한 비용이 필요하다. 우주헬스케어 역시 아직은 초기 시장인 만큼 성과를 서둘러 단정하기 어렵다. 전통 사업의 안정성과 미래 투자 사이 균형 감각도 중요하다.
보령은 지금 익숙한 제약사에서 미래 지향형 헬스케어 기업으로 이동하는 전환기에 서 있다. 일반의약품과 전문의약품으로 다진 기반 위에 신약과 신사업이라는 새 기둥을 세워야 하는 시점이다.
생활 속 위장약 브랜드로 기억되던 회사는 이미 국산 신약과 미래 산업을 말하는 기업으로 변하고 있다. 이제 시장이 지켜보는 다음 장면은 보령이 한국 제약사의 성공 공식을 넘어 새로운 성장 모델까지 만들어낼 수 있느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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