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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설] "내란은 중대범죄"라면서 8년 감형…국민 상식은 납득할 수 있나

경제일보 2026-05-09 13:15:00
12·3 비상계엄에 가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한덕수 전 국무총리가 7일 서울 서초구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항소심 선고공판에 출석해 선고를 듣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한덕수 전 국무총리 항소심 판결은 법조계와 정치권을 넘어 국민에게도 적지 않은 파장을 남겼다. 재판부는 “12·3 비상계엄은 내란”이라고 규정했다. 민주적 기본질서를 직접 침해한 중대범죄라고도 했다. 그런데 정작 한 전 총리의 형량은 1심 징역 23년에서 15년으로 줄었다. 무려 8년 감형이다.
 

항소심 재판부는 한 전 총리의 내란중요임무종사 혐의 자체는 유지했다. 위헌·위법한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의 외형을 갖추는 데 관여했다고 판단했다. 비상계엄 선포 직후 국무위원들에게 서명을 받으려 한 행위 역시 국무회의 정족수를 충족했다는 흔적을 남기기 위한 취지였다고 봤다.
 

다만 재판부는 1심이 인정했던 ‘부작위 책임’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무총리로서 비상계엄을 막지 못한 책임까지 형사처벌 대상으로 삼기는 어렵다는 취지다. 특히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의 단전·단수 조치를 제지하지 않았다는 부분에 대해서는 특검이 기소하지 않았는데 1심이 판단했다며 불고불리 원칙 위반이라고 판단했다.

 

법리만 놓고 보면 항소심 판단에는 나름의 논리가 있다. 형사재판은 감정이 아니라 법률과 증거로 판단해야 한다. 기소되지 않은 부분까지 법원이 스스로 판단 범위를 넓혀 처벌할 수는 없다. 부작위범 역시 매우 제한적으로 인정되는 범죄다. 높은 직책에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형사 책임이 자동으로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국민이 받아들이는 책임의 기준은 법원이 계산하는 그것과 다르다는 점이다.
 

국민이 바라본 한 전 총리는 단순한 배석 인사가 아니었다. 행정부 서열 2위이자 국가 최고 정책 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부의장이었다. 헌정 질서가 흔들리는 상황에서 누구보다 먼저 움직여야 할 위치에 있었던 인물이다. 그런 자리의 공직자에게 국민은 법률적 책임 이전에 국가 운영의 책임을 함께 묻는다.
 

더구나 항소심 재판부 스스로도 한 전 총리가 위헌적 비상계엄 선포 과정에서 국무회의의 외형을 갖추는 데 가담했다고 판단했다. 그렇다면 국민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헌정 질서를 흔드는 과정에 관여한 사실은 인정되는데 왜 형량은 크게 줄어드는가 하는 점이다.
 

이번 판결은 결국 국가 권력의 정점에 있는 공직자가 헌정 질서의 위기 상황에서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지를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직접 명령을 내린 사람만 책임을 지는 것인지 아니면 위법한 권력이 움직이는 과정을 알고도 제동을 걸지 못한 자리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있는지에 대한 문제다.

 

특히 이번 판결은 앞으로 진행될 윤석열 전 대통령 항소심에도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같은 내란전담재판부가 사건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재판부가 “비상계엄은 내란”이라는 판단을 유지한 만큼 향후 재판 역시 내란 성립 자체보다는 각 인물의 책임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에 초점이 맞춰질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사법부는 법률과 증거에 따라 판단한다. 그것이 형사재판의 원칙이다. 다만 국민이 받아들이는 책임의 기준은 조금 다르다. 국민은 직책의 무게와 당시의 역할 그리고 국가 시스템이 흔들리던 순간 어떤 태도를 보였는지를 함께 본다. 이번 항소심 판결을 둘러싼 논란 역시 결국 그 간극에서 비롯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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