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정부가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안전상비의약품 품목 확대를 추진하면서 논란이 재점화되고 있다. 국민 편의성을 높이겠다는 취지지만 약사 단체는 안전성 문제를 이유로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실제 시행까지는 진통이 예상된다.
22일 업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올해 하반기 편의점 상비약 품목을 현행 11개에서 최대 20개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약국이 없는 지역과 심야 시간대 접근성을 고려해 판매점 확대 방안도 함께 논의할 계획이다.
편의점 상비약 판매 제도는 2012년 11월 도입됐다. 공휴일이나 야간에 약국 이용이 어려운 상황에서 소비자가 기본적인 의약품을 구매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취지다. 대상은 비교적 증상이 가벼울 때 환자가 스스로 사용할 수 있는 일반의약품으로 한정된다.
현행 법령상 편의점에서 판매 가능한 의약품은 최대 20개 품목까지 지정할 수 있지만 현재 실제 유통되는 품목은 11종에 그친다. 허용된 13종 가운데 일부 제품이 단종되면서 실질적인 선택지는 더 줄어든 상태다. 해열진통제, 소화제, 감기약, 파스류 등이 중심을 이룬다.
정부가 품목 확대를 재추진하는 배경에는 제도의 실효성과 이용률이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에서는 2024년 편의점 상비약 공급액은 555억원 규모로 집계됐다. 특히 해열진통제와 감기약이 판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일상적인 수요가 꾸준한 것으로 나타났다. 과거 조사에서도 성인의 약 70%가 편의점에서 상비약을 구매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한 바 있다.
그러나 약사 사회는 안전성 문제를 들어 확대에 반대하고 있다. 대한약사회는 의약품은 전문적인 상담과 복약 지도가 병행돼야 하는 특성이 있는데 편의점 판매는 이러한 과정이 생략될 수밖에 없다고 지적한다. 특히 아세트아미노펜 계열 진통제의 과다 복용 위험 등 부작용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또 현행 제도 자체의 관리 미흡도 문제로 지적된다. 편의점에서 의약품을 판매하려면 일정 교육을 이수해야 하지만 교육이 1회에 그치고 대상도 제한적이라는 점에서 관리 수준이 충분하지 않다는 주장이다. 의약품 진열 방식이나 사용 주의사항 안내 역시 점검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는 대체로 신중한 분위기다. 제약업체 입장에서는 판매 채널 확대가 긍정적일 수 있지만 약사 단체와의 관계를 고려해 공개적인 입장 표명은 자제하는 모습이다.
과거에도 유사한 논의가 있었지만 이해관계자 간 갈등으로 결론을 내지 못한 사례가 있다. 이번에도 편의성과 안전성 사이에서 균형을 어떻게 맞출지가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정부의 추진 의지와 약사 사회의 반발이 맞서는 가운데 제도 개선 여부는 사회적 합의에 달려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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