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SK그룹이 미국 법인을 중심으로 계열사별로 분산돼 있던 인공지능(AI) 투자 역량을 하나로 모으며 그룹 차원의 AI 투자 체계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반도체와 통신, 투자 기능을 하나의 플랫폼으로 연결해 AI 산업 전반에서 시너지를 극대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미국 법인 'SK hynix NAND Product Solutions Corp.'의 신주 1198주를 약 7383억8400만원(약 4억8000만 달러)에 취득하는 약정을 체결했다. 취득 예정 기간은 지난 25일부터 오는 2030년 6월 25일까지다. 자금은 일시에 납입하는 방식이 아니라 필요 시 약정 한도 내에서 투자금을 집행하는 '캐피털 콜(Capital Call)' 방식으로 투입된다.
해당 법인은 SK하이닉스와 솔리다임이 약 100억 달러를 공동 출자해 미국에 설립한 법인이다. 공시상 주요 사업은 반도체 판매 및 연구개발(R&D)이며 최근에는 AI 인프라 분야를 중심으로 글로벌 투자와 사업 기회를 발굴하는 거점 역할을 맡을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 대표자는 송현종 SK하이닉스 사장이 맡고 있다.
이번 출자는 단순한 재무투자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는 평가다. 앞서 SK㈜와 SK이노베이션도 각각 2억5000만달러와 3억8000만달러를 출자한 데 이어 SK텔레콤까지 참여하면서 그룹 차원의 공동 AI 투자 플랫폼 구축이 본격화하는 모습이기 때문이다.
그동안 SK그룹은 계열사별로 AI 사업과 투자를 추진해왔다. SK하이닉스는 고대역폭메모리(HBM)와 기업용 SSD 등 AI 메모리 경쟁력을 강화해왔고 SK텔레콤은 AI 데이터센터(AIDC), AI 에이전트 '에이닷(A.)', GPU 기반 AI 인프라 사업을 확대해왔다. SK㈜는 그룹 차원의 미래 투자와 전략 기능을 담당해왔다.
업계에서는 AI 산업이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클라우드, AI 서비스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생태계 경쟁으로 재편되면서 계열사 간 투자 역량을 하나로 묶어 의사결정 속도를 높이려는 전략으로 보고 있다. AI 투자 대상을 그룹 차원에서 발굴하고 사업 협력까지 연계할 수 있는 구조를 구축하려는 의도라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을 중심으로 AI 기술 기업과 인프라 기업에 대한 투자가 빠르게 확대되는 상황에서 그룹 내 투자 기능을 통합하면 투자 검토부터 사업 협력까지 보다 효율적으로 추진할 수 있다는 평가다. AI 반도체를 공급하는 SK하이닉스와 AI 서비스 및 데이터센터를 운영하는 SK텔레콤 간 협력도 한층 강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계에서는 이번 미국 법인이 향후 SK그룹 AI 투자의 핵심 거점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에도 주목하고 있다. AI 반도체뿐 아니라 데이터센터, AI 소프트웨어, 차세대 컴퓨팅 등 AI 인프라 전반으로 투자 범위가 확대될 경우 계열사 간 기술 협력과 사업 연계도 더욱 강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이번 출자가 전략적 투자(SI) 성격인지 단순 재무적 투자(FI) 성격인지 향후 다른 계열사의 추가 참여 여부와 구체적인 투자 대상 등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AI Company는 미국 현지에서 AI 핵심 역량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하고 투자와 사업화를 추진하는 전담 조직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라며 "메모리 공급자를 넘어 AI 산업 전반의 전략적 파트너로 도약하고 여기서 확보한 역량을 SK그룹 차원의 시너지로 연계하는 방안도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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