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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자수첩] AI 안경 혁신, 누군가에겐 보이지 않는 몰카가 됐다

정보운 기자 2026-07-09 15:30:25

편리함 앞세운 웨어러블 AI, 프라이버시는 누가 지키나

기술은 일상으로 들어왔지만 안전장치는 아직 제자리

정보운 산업부 기자

[경제일보] 인공지능(AI) 안경이 차세대 웨어러블 기기로 주목받고 있다. 스마트폰을 꺼내지 않아도 사진을 찍고 영상을 촬영하며 음성으로 AI와 대화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다. 기술은 점점 사람의 일상에 가까워지고 있지만 이를 받아들일 사회적 안전장치는 아직 그 속도를 따라가지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 강서경찰서는 최근 AI 안경으로 데이트 상대 여성을 몰래 촬영해 소셜미디어(SNS)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 남성을 수사 중이다. 경찰은 촬영 당시 안경의 촬영 표시등을 가린 정황과 함께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촬영됐을 가능성까지 열어두고 성범죄 혐의 적용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문제는 이번 사건이 특정 개인의 일탈에서 끝날 가능성이 낮다는 점이다. AI 안경이 대중화될수록 비슷한 범죄는 언제든 반복될 수 있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촬영은 더욱 자연스러워졌고 반대로 피해자는 자신이 촬영되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기 어려워졌다.

스마트폰으로 촬영할 때는 최소한 기기를 들어 올리는 동작이 필요하다. 상대방도 카메라를 의식할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AI 안경은 다르다. 일반 안경과 외형상 큰 차이가 없고 사용자가 정면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촬영이 가능하다. 주변 사람 입장에서는 대화를 하는 건지 사진을 찍는 건지 구분하기 쉽지 않다.

물론 AI 안경 자체가 문제는 아니다. 웨어러블 기기는 앞으로 AI 산업의 새로운 성장축이 될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 손을 사용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양 팔 자유롭게 정보를 얻고 실시간 번역과 길 안내, 영상 기록까지 가능한 기술은 분명 새로운 사용자 경험과 편의를 제공한다.

그러나 혁신적인 기술일수록 악용 가능성까지 함께 고민해야 한다. 지금까지 AI 안경 제조사들은 촬영 시 LED 표시등이 켜진다는 점 등을 프라이버시 보호 장치로 제시해왔다. 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표시등을 가리는 방식으로 촬영이 가능하다면 이러한 장치만으로는 충분한 예방책이 될 수 없다.

기업들은 제품 성능 경쟁을 넘어 안전 설계에도 더 많은 책임을 가져야 한다. 촬영 사실을 주변 사람이 명확하게 인지할 수 있는 장치를 강화하고 사용자가 이를 임의로 무력화하기 어렵도록 하는 방안도 검토할 필요가 있다. 기술의 편의성만큼 사회적 신뢰도 제품 경쟁력의 중요한 요소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AI 웨어러블 시대에 맞는 제도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 스마트폰 중심으로 마련된 불법촬영 대응 체계만으로는 얼굴에 착용하는 카메라 기기의 확산을 모두 감당하기 어렵다. 제품 안전기준과 프라이버시 보호 기준, 소비자 고지 의무 등을 종합적으로 점검해야 할 시점이다.

AI 안경은 가까운 미래의 기술이 아니라 이미 우리 곁에 들어온 현실이다. 기술은 사람의 삶을 더 편리하게 만들기 위해 존재한다. 누군가에게는 혁신이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가장 눈치채기 어려운 감시 도구가 된다면 그 혁신은 오래 지속되기 어렵다. 기술의 발전 속도만큼 안전장치와 사회적 신뢰도 함께 발전해야 AI는 비로소 진정한 일상 속 기술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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