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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AIST, 암 악액질 막는 RNA 치료 원리 찾았다

선재관 기자 2026-08-02 13:36:49

뇌간 GFRAL 신호 차단해 근육·지방 손실 억제

실험쥐 생존율 20%에서 90%로

같은 경로 겨냥한 화이자 항체는 이미 임상 2상 마쳐

아직 동물 단계, 임상 착수는 2030년 목표

KAIST가 RNA 치료기술로 뇌간의 핵심 수용체 'GFRAL'을 억제해 암 악액질을 치료하는 새로운 전략을 제시했다. 연구 개요도.[사진=KAIST]

[경제일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이 암 환자의 몸을 말라가게 하는 합병증인 암 악액질을 막을 리보핵산(RNA) 치료 원리를 제시했다.

KAIST는 송민호·김진국 의과학대학원 교수 공동연구팀과 교원창업기업 토르 테라퓨틱스가 뇌에서 식욕과 에너지 소비를 조절하는 단백질 GFRAL의 작동을 막아 암 악액질을 치료하는 원리를 규명했다고 8월 2일 밝혔다.

암 악액질은 전체 암 환자의 50~80%에서 나타난다. 암세포가 대사를 교란해 음식을 충분히 먹어도 체중과 근육이 계속 줄어드는 상태다. 이 단계에 들어서면 항암 치료를 견디기 어려워 치료를 중단하는 경우가 많다. 기존 약은 식욕을 일시적으로 끌어올리는 수준에 머물러 근육 손실 자체를 막지는 못했다.

연구팀이 주목한 지점은 몸이 아니라 뇌다. 암세포가 내보내는 신호 단백질 GDF15가 뇌간의 GFRAL과 결합하면 몸에 저장된 근육과 지방을 쓰라는 명령이 내려간다. 연구팀은 이 명령을 받는 스위치를 끄는 쪽을 택했다.

방법은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다. 특정 유전자가 단백질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선택적으로 막는 RNA 기반 기술이다. 연구팀은 이를 이용해 GFRAL이 아예 생성되지 않게 하는 물질을 만들었다.

이미 악액질이 진행된 실험쥐에 투여한 결과 근육과 지방 손실이 줄고 무너졌던 대사 기능이 회복됐다. 연구 종료 시점인 50일 기준 생존율은 투여하지 않은 쥐가 20%, 투여한 쥐가 90%였다.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뒤 치료를 시작했는데도 차이가 났다는 것이 연구팀 설명이다.

같은 경로를 겨냥한 개발은 국제적으로 이미 진행 중이다. 화이자는 GDF15에 붙는 항체 '폰세그로맙'으로 임상 2상을 마쳐 1차 평가지표를 충족했다. 최고 용량 투여군의 체중이 12주 만에 위약군 대비 평균 5.6% 늘었고 근육량과 활동성, 삶의 질도 개선됐다. 중국 젠플리트 테라퓨틱스도 GDF15와 인터루킨6을 함께 겨냥한 이중항체의 임상시험 승인을 받았다.

차이는 표적의 위치다. 화이자 쪽이 신호를 보내는 물질을 붙잡는 방식이라면 KAIST 연구팀은 그 신호를 받는 수용체가 만들어지지 않게 하는 방식이다. 항체 대신 RNA를 쓴다는 점도 다르다. 다만 화이자가 사람 대상 2상 결과를 낸 것과 달리 이번 연구는 동물 단계에 있다.

송민호 KAIST 교수는 "기존 치료제가 식욕을 일시적으로 높이는 데 그쳤다면 이번 연구는 뇌간의 핵심 수용체를 RNA 수준에서 직접 표적해 암 악액질의 근본 원인을 억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말했다. 이어 "후속 비임상 연구와 약물 생산·품질관리 체계를 진행해 2030년 임상 개발에 착수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GFRAL ASO를 이용해 암 악액질 치료 기술을 확보한 연구진.(왼쪽측부터)KAIST 의과학대학원 홍현정·박민성 박사, 토르테라퓨틱스 이민희 박사, KAIST 의과학대학원 김진국·송민호 교수.[사진=KAIST]

연구에는 홍현정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와 이민희 토르 테라퓨틱스 박사, 박민성 KAIST 의과학대학원 박사가 공동 제1저자로 참여했다. 송 교수와 김진국 교수가 공동 교신저자를 맡았다. 결과는 국제 학술지 '셀 리포트 메디신'에 지난달 27일 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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