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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고쳐야 할 법을 왜 그대로 공포했나

한석진 기자 2026-08-04 17:16:49
이재명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이재명 대통령은 형사소송법 개정법률 공포안을 의결한 국무회의에서 경찰의 수사권 독점과 비대화를 우려했다. 새로운 수사 체계가 자리 잡는 과정에서 국민이 억울한 피해를 보지 않도록 수사의 공정성과 역량을 높여야 하며 작은 빈틈도 없어야 한다고 했다.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하는 후속 조치도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통령의 발언에는 이 법을 다시 살펴봐야 할 이유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경찰에 권한이 지나치게 쏠릴 수 있고 국민의 권리를 지킬 장치가 더 필요하다면 법을 시행하기 전에 부족한 부분부터 채우는 것이 순서다. 법을 통과시킨 뒤 일선 수사기관에 각오를 주문하고 후속 조치를 약속하는 방식으로는 형사사법 제도의 빈틈을 메울 수 없다.
 

대통령은 재의요구권을 행사하지 않은 이유로 국회의 입법권을 들었다. 법률안이 위헌이거나 집행할 수 없고 국익에 어긋나거나 행정부의 고유 권한을 침해할 정도가 아니라면 국회의 권한 행사를 부정하기 어렵다는 취지였다. 국회와 의견이 다르다는 이유만으로 대통령이 법률안을 돌려보내서는 안 된다는 설명이다.
 

헌법 제53조는 대통령의 재의요구권을 그처럼 좁게 제한하지 않는다. 국회에서 의결된 법률안에 대통령이 ‘이의가 있을 때’ 15일 안에 국회로 돌려보내 재의를 요구할 수 있다고 규정한다. 위헌이거나 집행이 불가능한 법률에 한해서만 행사할 수 있다는 조건은 없다. 법률 시행으로 국민의 권리가 침해되거나 국가기관의 업무에 중대한 혼란이 생길 우려가 있다면 국회에 다시 심의해 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재의요구는 국회의 입법권을 부정하는 행위도 아니다. 국회는 법률안을 다시 심의한 뒤 재적의원 과반수 출석과 출석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으로 종전 의결을 확정할 수 있다. 대통령이 문제를 제기하고 국회가 가중된 의결정족수로 최종 판단하도록 헌법이 마련한 견제 절차다.
 

이 대통령은 모든 국가권력이 견제와 균형의 원리에 따라 행사돼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대통령의 재의요구권도 그 원리 안에서 제 역할을 해야 한다. 대통령이 헌법에 적힌 요건보다 훨씬 엄격한 기준을 스스로 세운 뒤 재의요구를 입법권 부정으로 설명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이번 개정안은 검사의 사건 인지 등 직접수사권과 경찰이 송치한 사건에 대한 직접 보완수사권의 법적 근거를 없앴다. 검사는 경찰 수사가 부족하다고 판단해도 직접 피의자나 참고인을 수사하거나 증거를 수집할 수 없다. 경찰에 보완수사를 요구하고 그 결과를 기다려야 한다.
 

물론 아무런 보완 장치가 없는 것은 아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으면 원칙적으로 한 달 안에 보완수사를 이행해야 하고 요구 횟수에도 제한이 없다. 해당 경찰관에게 적정한 수사를 기대하기 어려울 때는 상급 수사관서나 중대범죄수사청 등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할 수 있다. 검사가 피의자와 사건관계인 등의 의견을 듣거나 자료를 제출받아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절차도 마련됐다.
 

그러나 검사의 사실관계 확인은 수사가 아니다. 그 과정에서 받은 진술과 자료는 원칙적으로 재판의 증거로 사용할 수 없다. 다른 수사기관을 지정하더라도 사건을 다시 수사기관에 맡겨야 한다는 사정은 달라지지 않는다. 검사가 기록을 검토하다 빠진 증거를 발견해도 직접 확인하고 보완할 수 없다는 것이 이번 개정안의 핵심이다.

 

경찰 수사가 한 차례 부족했던 사건은 다시 보완수사 절차를 밟아야 한다. 결과가 여전히 미흡하면 검사는 또다시 보완을 요구해야 한다. 사건이 기관 사이를 오가는 동안 증거가 사라지고 관계인의 기억이 흐려질 수 있다. 수사 지연의 부담은 경찰이나 검찰이 아니라 피해자와 피의자에게 돌아간다.
 

경제범죄 피해자는 피의자가 재산을 빼돌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할 수 있다. 성폭력과 가정폭력 피해자는 같은 피해 사실을 거듭 진술해야 할 수 있다. 피의자도 혐의가 정리되지 않은 채 장기간 수사를 받게 된다. 형사절차가 지연되면 피해자 보호와 피의자의 방어권이 함께 손상된다.
 

검찰과 경찰이 협의하면 된다는 설명도 충분하지 않다. 수사하는 기관과 기소를 결정하는 기관의 판단이 맞서면 누가 최종적으로 사건을 책임지는지 법률이 답해야 한다. 검사는 직접 보완할 권한 없이 재수사를 요구하고 경찰은 기소에 대한 책임 없이 수사를 반복하게 된다. 권한을 나눴지만 잘못된 수사의 책임을 물을 곳은 오히려 찾기 어려워질 수 있다.
 

대통령은 검찰에 인권 수호자로서의 책임을 다하라고 주문했다. 경찰에는 내부 비리를 없애고 피해자를 실질적으로 보호하라고 했다. 그러나 책임을 맡기려면 그 책임을 수행할 수단도 줘야 한다. 검사가 경찰 수사의 오류를 발견하고도 직접 바로잡지 못한다면 인권 보호라는 책무는 기록 검토와 보완수사 요구에 머문다. 경찰에 뼈를 깎는 자세를 촉구한다고 비대해진 수사권이 통제되는 것도 아니다.
 

검찰이 과거 수사권과 기소권을 남용한 잘못은 엄중하게 따져야 한다. 별건 수사와 표적 수사, 먼지털기 수사로 국민에게 고통을 준 사례도 적지 않았다. 검찰의 직접수사권을 줄이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해야 한다는 요구가 나온 배경이다.
 

그렇다고 검찰의 권한을 걷어낸 자리에 경찰의 권한을 쌓아 올려도 된다는 결론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권력기관 개혁은 권한을 어느 기관이 차지하느냐를 정하는 일이 아니다. 수사의 오류를 바로잡고 권한 남용을 막으며 억울한 국민이 생기지 않도록 만드는 일이다. 검찰의 잘못이 경찰 수사권을 견제할 장치를 뒤로 미뤄도 된다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대통령도 경찰 수사권의 독점과 비대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수사 공정성과 역량을 높이고 관련 법령과 제도를 정비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다면 공포 후 경찰과 검찰에 분발을 주문하기보다 국회에 법률을 다시 심의해 달라고 요구했어야 했다. 대통령의 우려는 재의요구를 하지 않을 이유가 아니라 재의요구를 검토할 이유에 가깝다.
 

후속 법령과 제도 정비로 해결할 수 있는 범위에도 한계가 있다. 법률이 검사의 직접 보완수사권을 없앴는데 시행령이나 행정규칙으로 되살릴 수는 없다. 경찰 수사를 어느 기관이 어떤 절차로 통제할지, 부실 수사로 피해를 본 국민이 어떻게 다툴지도 행정부 내부 지침만으로 정할 사안이 아니다. 후속 입법이 필요할 정도의 문제라면 법을 시행하기 전에 국회에서 다시 따졌어야 한다.
 

재의를 요구한다고 수사와 기소를 분리한다는 방향까지 포기할 필요도 없었다. 검사의 직접수사권은 폐지하되 송치 사건에 한해 제한적인 보완수사를 허용할지, 경찰 수사를 통제할 별도의 절차를 마련할지 다시 논의할 수 있었다. 피해자가 부실 수사에 이의를 제기할 방법과 수사가 지연됐을 때 책임질 기관도 법률에 담을 수 있었다.
 

국회가 재심의한 뒤 같은 법률안을 다시 의결했다면 대통령은 헌법 절차에 따라 그 결론을 받아들이면 된다. 재의요구는 개혁을 거부하는 일이 아니라 개혁으로 생길 수 있는 국민의 피해를 한 번 더 따져보자는 요구다.
 

여당이 추진한 법률에 대통령이 재의를 요구하면 정치적 부담이 따를 수 있다. 그러나 대통령은 여당 법률안을 추인하는 자리가 아니다. 국회를 통과한 법률이 국민에게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살피고 문제가 있다고 판단하면 재검토를 요구할 권한과 정치적 책임을 갖는다. 대통령과 국회 다수당이 같은 편일수록 그 책임은 무거워진다.
 

형사소송법은 시행해 보고 불편하면 고치는 행정 서비스가 아니다. 수사 한 번이 잘못되면 피해자는 범인을 놓칠 수 있고 피의자는 하지 않은 범죄로 법정에 설 수 있다. 법을 뒤늦게 고치더라도 사라진 증거와 무너진 삶은 되돌리기 어렵다.
 

국민에게 필요한 것은 수사기관의 결의가 아니라 잘못된 수사를 막고 바로잡을 법률이다. 법률의 빈틈은 공무원의 각오로 메울 수 없다.
 

고쳐야 할 이유를 대통령 스스로 설명했다면 공포하기 전에 다시 살폈어야 했다. 앞으로 수사가 지연되고 억울한 피해자가 생긴다면 그 책임을 경찰과 검찰에만 돌릴 수 없다. 법률을 밀어붙인 국회와 위험을 알고도 공포 절차를 밟은 대통령이 함께 답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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