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배터리 한 번으로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한 국산 사족보행 로봇 ‘라이보2’의 장거리 주행 기술이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실렸다. 2024년 실제 마라톤 대회에서 세운 기록을 토대로, 네 발로 걷는 로봇의 이동 거리를 어떻게 늘릴 수 있는지 기계 구조와 전기회로, 보행 제어를 함께 분석한 연구다.
한국과학기술원(KAIST)은 황보제민 기계공학과 교수 연구팀의 논문이 23일(현지시간) 네이처에 게재됐다고 24일 밝혔다. 라이보2는 2024년 11월 경북 상주 곶감 마라톤 대회에서 배터리를 충전하거나 교체하지 않고 42.195㎞를 4시간 19분 52초 만에 완주했다. KAIST에 따르면 일반 마라톤 대회에서 사족보행 로봇이 풀코스를 완주한 첫 사례다.
당시 코스에는 약 50m 높이의 언덕이 14㎞와 28㎞ 지점에 각각 포함됐다. 평탄한 실험실 바닥에서 산출한 최대 주행거리가 아니라, 경사와 사람들의 움직임 등 변수가 있는 도로에서 장거리 이동을 실증했다는 점에서 연구 가치가 있다.
사족보행 로봇은 바퀴 달린 로봇과 달리 서 있는 동안에도 관절을 움직여 몸을 지탱해야 한다. 걸을 때 발이 땅에 닿고 떨어지는 과정에서도 에너지가 소모된다. 로봇을 오래 움직이게 하려면 배터리 용량뿐 아니라 관절의 마찰, 모터 구동 손실, 보행 자세 등을 함께 다뤄야 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힘을 효율적으로 전달하는 가벼운 관절 구조와 저항이 낮은 모터 구동회로를 설계했다. 보행 제어 소프트웨어도 에너지를 덜 쓰도록 조정했다. KAIST는 자체 시뮬레이션 환경에서 경사로·계단·빙판길 등을 구현하고 강화학습으로 보행 제어기를 훈련했다고 설명했다. 내리막에서는 관절이 움직이며 발생하는 에너지를 일부 회수해 다시 사용할 수 있도록 했다.
논문은 라이보2가 기존 사족보행 로봇과 비교해 배터리 용량당 3배 넘는 거리를 이동할 수 있다고 제시했다. 이동에 드는 에너지의 효율을 나타내는 수송비용 지표는 0.25로 산출됐다. 연구팀은 개별 부품의 성능 개선에 그치지 않고 로봇 전체에서 에너지가 어디로 새는지 추적해 설계를 맞춘 결과라고 설명했다.
마라톤 이전에도 연구팀은 교내 운동장에서 저장된 위성항법장치(GPS) 경로를 따라 43㎞를 한 번 충전으로 이동하는 시험을 진행했다. 상주 대회는 정해진 경로만 반복하는 시험을 넘어 일반 참가자와 함께 달리며 로봇의 움직임을 확인하는 단계였다. 다만 마라톤 완주가 곧바로 장애물 인식과 경로 판단까지 독립적으로 수행하는 자율주행 능력을 입증하는 것은 아니다. 당시 연구팀은 자율주행 기능을 후속 개발 목표로 제시했다.
이번 논문의 공동 제1저자는 KAIST의 이충인·염동훈·박정수 연구원이다. 황 교수 연구실에서 창업한 라이온로보틱스도 라이보2 제작에 참여했다. 실제 도로에서 4시간 넘게 움직이려면 효율과 함께 반복되는 충격을 견디는 내구성과 보행 안정성도 확보해야 한다.
황 교수는 “연구실에서 구현한 세계 최고 수준의 성능을 산업 현장에서 누구나 안정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제품으로 연결하겠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이동 거리 외에 카메라·통신장비의 무게도 변수다. 장비를 싣고 계단이나 비포장 구간을 오갈 때도 성능을 유지할 수 있는지 확인하는 것이 다음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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