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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관세 쥔 트럼프, 의회 쥔 민주당…韓 정부·기업 '이중 협상' 시험대

선재관 기자 2026-11-09 07:19:39

강경 이민정책 설계자 밀러, 백악관 비서실장 발탁…정책 전환 기대에 찬물  

핵잠·통상 합의 이행에도 의회 변수…기업은 관세·보조금·인력 관리 부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사진=AP 연합뉴스]

[경제일보] 미국 중간선거 이후 한국의 대미 협상이 한층 복잡해졌다. 관세와 투자 압박을 이어가려는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에 더해, 내년부터 행정부 견제에 나설 민주당 의회까지 상대해야 한다. 백악관에서 얻어낸 약속을 실제 정책으로 연결하는 과정에서도 의회와의 조율이 중요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6일(현지시간) 수지 와일스 백악관 비서실장 후임으로 스티븐 밀러 정책담당 부비서실장을 지명했다. 밀러는 강경 이민정책을 설계한 핵심 참모로, 9일부터 비서실장을 맡는다. 공화당의 선거 참패에도 국정 운영의 중심에 강경파를 배치한 것이다.

민주당이 다수당으로 활동할 새 의회의 임기는 내년 1월 3일 시작된다. 이후 예산 심의와 행정부 조사, 고위직 인준 등을 둘러싼 백악관과 의회의 충돌이 본격화할 전망이다.

한국 정부에는 통상과 안보 현안마다 협상 상대와 설득 논리를 세밀하게 조정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민주당의 견제가 한국에 유리하게 작용할 수도 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합의한 사업의 추진 속도를 늦추는 변수가 될 수도 있다.

우선 통상에서는 민주당 승리가 곧 관세 철회로 이어지기는 어렵다. 의회가 행정부의 관세정책을 조사하고 관련 법률 개정을 추진하더라도 대통령의 거부권이 버티고 있다. 기존 법률에 따라 행정부가 행사하는 통상 권한도 남아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패배 뒤에도 미국에 공장을 짓지 않는 기업에 고율 관세를 매기겠다는 주장을 이어갔다. 한국 기업으로서는 미국 현지 생산을 확대하면서도 한국에서 수출하는 제품에 적용될 관세와 예외 조건을 계속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다.
 
민주당 승리 자축하는 후보들[사진=로이터 연합뉴스]

민주당 역시 미국 내 일자리와 제조업 보호를 중시한다. 백악관의 압박을 의회가 일괄적으로 풀어줄 것으로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다. 한국 기업의 투자가 어느 지역에 얼마나 많은 고용을 만드는지, 현지 공급망에 어떤 기여를 하는지가 의회 설득에서도 중요해질 수 있다.

안보 현안은 더욱 복잡하다. 주한미군과 확장억제 등 동맹의 기본 틀에는 초당적 지지가 있지만, 핵추진잠수함 협력과 우라늄 농축·사용후핵연료 재처리 문제는 핵 비확산 원칙과 맞물려 있다.

앤드루 여 브루킹스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연합뉴스 인터뷰에서 민주당이 핵 비확산 규범을 더 중시할 경우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확보에 장애물이 생길 수 있다고 내다봤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시아태평양 안보석좌도 핵추진잠수함 협력이 의회에서 지연되거나 반대에 부딪힐 가능성을 제기했다.

이는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민주당이 한국의 핵추진잠수함이나 전시작전통제권 전환에 반대한다는 당론을 확정한 것은 아니다. 한국 정부로서는 개별 사업의 군사적 필요성과 비확산 우려에 대한 해법을 함께 설명해야 한다.

기업들의 부담도 관세에 그치지 않는다. 미국 생산시설에 대한 보조금과 세제 지원, 현지 공장에 투입할 전문인력의 체류·취업 자격까지 투자 일정에 영향을 준다. 지난해 조지아주 한국인 노동자 대규모 구금 사태를 겪은 기업들에는 밀러의 전면 등장이 이민정책 변화까지 살펴야 할 이유가 됐다.

반도체 등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는 기업은 기존 지원 약정의 이행 조건과 지급 일정을 확인하면서 의회의 예산·감독 움직임도 추적해야 한다. 선거 결과만으로 보조금 축소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이미 발표한 투자도 집행 단계마다 정책 변수에 노출될 수 있다.

대미 협상의 무게중심은 백악관에 남아 있다. 여기에 의회 상임위원회와 공장 소재지의 주정부·지역구 의원을 통한 협력이 더 중요해졌다. 한국 정부와 기업 모두 투자·안보 합의를 성과로 발표하는 데서 나아가, 예산과 규정, 현장 집행까지 이어갈 정치적 기반을 확보해야 하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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