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농협하나로유통이 납품·입점업자로부터 신상품이 아닌 상품에 대해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수취하고 판촉사원을 사전 서면 약정 없이 파견받아 근무하게 하는 등 거래 질서를 위반한 행위로 공정거래위원회로 부터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4억6200만원을 부과했다.
9일 공정위에 따르면 농협하나로유통은 납품·입점업자와의 거래 과정에서 △계약서면 지연 교부 △판촉사원 사전 서면 미약정 파견 △신상품이 아닌 상품에 대한 입점장려금 수취 등 세 가지 유형의 위반 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위는 이러한 행위가 대규모유통업법상 금지된 불공정 거래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조사 결과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2월 1일부터 같은 해 11월 1일까지 총 43개 납품업자로부터 시장 출시 후 6개월이 지난 187개 상품에 대해 ‘신상품 입점장려금’ 명목으로 약 3억236만원을 수취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상품들은 이미 시장에 출시된 지 상당 기간이 지난 제품들이었으며 일부 상품은 출시 후 8년 9개월이 경과한 경우도 포함된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 내부 업무처리 매뉴얼을 개정하면서 ‘신상품’의 기준을 시장 출시 시점이 아니라 자사 유통망인 하나로마트 입점 시점으로 재정의했다. 이에 따라 매장에 신규 입점한 상품에 대해 입점 이후 6개월 동안 납품 금액의 10%를 장려금으로 수취하는 구조를 운영했다. 그러나 공정위는 이러한 기준이 일반적인 거래 관행 및 법에서 허용하는 합리적 범위를 벗어난 것으로 판단했다.
공정위는 “이미 시장에 출시된 지 6개월이 경과한 상품에 대해 신상품 입점장려금을 받는 행위는 납품업자에게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는 것으로 법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위반 사항으로는 판촉사원 파견 관련 규정 위반이 확인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4월 1일부터 2024년 1월 1일까지 약 3년에 걸쳐 10개 납품업자로부터 총 11회에 걸쳐 판촉사원 43명을 파견받아 자사 사업장에서 근무하도록 했다. 이 과정에서 파견 인원, 근무 기간, 근무 시간 등 주요 조건에 대해 사전에 서면으로 약정하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유통업체가 납품업자로부터 종업원을 파견받아 근무하게 하려면 사전에 서면 계약을 통해 구체적인 근무 조건을 명확히 해야 한다. 이는 납품업자의 인력 부담을 최소화하고 거래 관계의 투명성을 확보하기 위한 규정이다. 공정위는 농협하나로유통의 행위가 해당 규정을 위반한 것으로 판단했다.
계약서면 지연 교부 행위도 적발됐다. 농협하나로유통은 2021년 1월 1일부터 2024년 7월 21일까지 총 426개 납품·입점업자와 863건의 납품 및 임대 계약을 체결하면서 계약 조건이 명시된 서면을 즉시 교부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계약서에는 거래 형태, 거래 품목, 거래 기간 등 핵심 내용이 포함돼야 하며 양 당사자의 서명 또는 기명날인이 완료된 후 즉시 교부하는 것이 원칙이다.
공정위는 이러한 서면 지연 교부 행위가 납품업자의 권익을 침해할 소지가 크다고 보고 시정 대상에 포함했다. 계약서가 즉시 제공되지 않을 경우 거래 조건에 대한 분쟁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납품업자가 불리한 위치에 놓일 수 있다는 점이 고려됐다.
이번 제재는 유통업계에서 반복적으로 발생해온 관행적 위반 사례를 대상으로 한 점검 결과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공정위는 서면 계약 미비, 판촉사원 파견 시 사전 약정 누락 등은 대규모 유통업체와 납품업자 간 거래에서 지속적으로 지적돼 온 문제라고 설명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이번 조치는 유통업계에서 고질적으로 나타나는 대표적인 위반 유형을 적발해 시정한 사례”라며 “앞으로도 유통시장에서 관행화된 불공정 행위를 지속적으로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대규모 유통업자의 법 위반 행위에 대해서는 엄정하게 조치해 납품업체와 입점업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를 계기로 유통업체들의 내부 거래 기준과 계약 절차가 보다 엄격해질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특히 신상품 입점장려금과 같은 비용 부담 구조, 판촉사원 운영 방식, 계약서 관리 체계 등에 대한 점검이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와 납품업자 간의 불균형한 거래 구조를 개선하고 공정한 거래 질서를 확립하기 위해 제정된 법률이다. 유통업체가 거래 우위를 이용해 납품업자에게 부당한 비용을 전가하거나 불리한 조건을 강요하는 행위를 제한하는 데 목적이 있다.
이번 사례는 유통업체가 내부 기준을 변경해 비용을 부과하거나 인력 운영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법적 기준을 준수해야 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으로 평가된다. 공정위는 향후에도 유사 사례에 대한 점검을 강화해 제도 준수 여부를 지속적으로 관리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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