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북극항로를 통해 유럽에 도착한 시레전드 화물선.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홍해 등 주요 해상 요충지의 지정학적 불안이 이어지는 가운데 북극항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대체 물류망으로 다시 주목받고 있다. 중국 해운사는 지난해 시험운항에 그쳤던 북극항로를 올해 정기 컨테이너 서비스로 확대한다.
11일 파이낸셜타임스(FT) 등에 따르면 중국 해운사 시레전드(Sea Legend)는 이번 주부터 중국 닝보와 영국 펠릭스토우를 잇는 북극항로 서비스를 시작한다. 러시아 북부 해안선을 따라 운항하는 노선으로, 회사는 과거 동서양 무역로였던 실크로드에 빗대 '빙상 실크로드(Ice Silk Road)'로 명명했다.
시레전드는 북극해 운항이 가능한 8~10월을 중심으로 총 8차례 운항할 계획이다. 1년 내내 선박이 오가는 정기선이라기보다는 여름철 해빙 감소 시기를 활용한 계절형 서비스다.
가장 큰 장점은 운송시간이다. 닝보에서 펠릭스토우까지 기존 수에즈운하 경유 항로로 약 40일가량 걸리지만 북극항로를 이용하면 약 20일 안팎까지 단축할 수 있다. 홍해와 바브엘만데브해협 등 분쟁 영향을 받을 수 있는 해역을 피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이번 운항은 지난해 진행한 시험항해의 후속 성격이다. 시레전드는 지난해 9월 4890TEU급 컨테이너선 '이스탄불 브리지호'를 투입해 닝보에서 북극항로를 거쳐 펠릭스토우까지 운항했다. 일회성 운항으로 사업성을 점검한 뒤 올해 반복 운항으로 확대하는 것이다.
북극항로 이용 선박도 점차 늘고 있다. 해빙 감소로 여름철 선박이 운항할 수 있는 기간이 길어지면서 컨테이너선을 비롯한 상선의 진입이 확대되는 추세다.
다만 북극항로가 기존 수에즈항로를 곧바로 대체하기는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여름철에도 얼음의 위치와 두께가 수시로 변해 일부 구간에서는 쇄빙선 지원이 필요할 수 있고 사고 발생 시 구조·구난과 선박 수리 인프라도 제한적이다.
환경 문제도 부담이다. 덴마크의 머스크는 2018년 컨테이너선을 북극항로에 시험 투입했지만 이후 북극 생태계 훼손 등을 이유로 상업적 이용에 신중한 입장을 보여왔다. 일부 글로벌 선사 역시 북극항로 이용을 자제하고 있다.
러시아를 둘러싼 지정학적 리스크도 변수다. 북극항로 상당 구간이 러시아 북부 연안을 따라 형성돼 있어 서방과 러시아 간 갈등이 운항과 보험, 항만 이용 등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
결국 중국 시레전드의 이번 운항은 북극항로가 시험항해를 넘어 정기 물류망으로 자리 잡을 수 있을지를 가늠할 시험대가 될 전망이다. 운항시간 단축과 기존 분쟁 해역 회피라는 장점은 분명하지만 당분간은 수에즈항로를 대체하기보다 여름철 활용 가능한 보완 항로로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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