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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재건축 31만호 착공한다는데…서울 집은 실제 몇 채 늘어나나

한석진 기자 2026-08-20 07:39:07
서울 서초구 한 아파트 재건축 현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서울시가 2031년까지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통해 31만호 착공을 추진하고 있다. 정부도 8·13 주택 공급대책에서 정비사업 규제를 일부 풀었다. 다만 추가 규제 완화의 폭을 놓고 정부와 서울시는 다른 판단을 하고 있다. 서울시는 빈 땅이 부족한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늘리려면 정비사업에 속도를 내야 한다고 본다. 정부는 사업을 한꺼번에 앞당길 경우 기존 주택 철거와 이주 수요가 집값과 전월세 가격을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정비사업의 공급 효과를 따지려면 먼저 숫자를 나눠 볼 필요가 있다. 재건축과 재개발은 빈 땅에 집을 새로 짓는 택지사업과 다르다. 살던 집을 허물고 그 자리에 더 많은 집을 짓는다. 기존 1000채를 철거하고 1300채를 지었다면 새 아파트는 1300채지만 서울 전체 주택 수는 300채 늘어난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정비사업을 통해 31만호 착공을 추진하면서 기존 주택을 뺀 순증 규모를 8만7000호로 보고 있다. 임대주택도 4만8000호가량 확보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31만호와 8만7000호는 서로 다른 숫자다. 앞의 숫자는 새로 짓는 전체 물량이고 뒤의 숫자는 기존 주택을 제외한 증가분이다. 정비사업이 서울 주택 수를 얼마나 늘리는지 판단하려면 31만호보다 8만7000호를 함께 봐야 한다.

 

◆ 서울 신규 아파트 대부분 정비사업서 나와


그렇다고 순증 물량이 적다는 이유만으로 재건축·재개발의 공급 효과를 낮게 평가하기도 어렵다. 서울은 대규모 택지를 새로 확보하기 힘들다. 기존 도심을 다시 개발하지 않고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대량으로 공급할 방법이 많지 않다.
 

실제 지난해 서울에서 공급된 아파트 가운데 임대주택을 제외한 91%가 재건축·재개발을 통해 공급된 것으로 조사됐다. 2022년 78%, 2023년 87%, 2024년 81% 등 최근 몇 년간 정비사업이 서울 신규 아파트 공급의 큰 몫을 맡아왔다. 서울시가 재건축·재개발 규제 완화를 계속 요구하는 배경이다.
 

정부도 정비사업을 공급 수단에서 빼놓은 것은 아니다. 13일 발표한 공급대책에는 재개발 조합 설립에 필요한 토지 등 소유자의 동의율을 75%에서 70%로 낮추고 이주비 대출 여건을 개선하는 방안이 담겼다. 사업이 빨리 진행되는 곳에는 세제와 금융 혜택도 준다. 정부 역시 재건축·재개발의 속도를 높이는 데에는 동의하고 있는 셈이다.
 

차이는 규제를 어디까지 풀 것인지에서 생긴다. 서울시는 조합원 지위 양도 제한과 용적률, 임대주택 비율 등 추가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 정부는 이런 규제를 한꺼번에 풀 경우 재건축 기대감이 먼저 집값에 반영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도 정비사업 과정에서 기존 주택이 사라지면서 공급 공백과 가격 상승이 나타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집은 먼저 사라지고 새 아파트는 나중에 들어와
 

정비사업에서 공급량 못지않게 살펴야 할 대목은 시간이다. 재건축·재개발은 사업이 시작됐다고 곧바로 주택이 늘어나지 않는다. 관리처분과 이주, 철거를 거친 뒤 공사를 시작하고 준공해야 입주할 수 있다. 그 사이 기존 주택은 먼저 시장에서 사라진다. 착공 물량과 입주 물량을 같은 공급으로 볼 수 없는 이유다.
 

이주가 한꺼번에 몰리면 전월세 시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재건축 아파트 3000채가 철거되면 그곳에 살던 집주인과 세입자 상당수가 주변에서 새 거처를 찾아야 한다. 새 아파트 4000채가 완공돼 주택 수가 1000채 늘어나는 것은 몇 년 뒤의 일이다. 장기적으로는 주택이 늘지만 공사 기간에는 오히려 그 지역에서 사용할 수 있는 집이 줄 수 있다.
 

특히 이주 가구는 직장과 학교 문제 때문에 살던 곳에서 멀리 떨어지려 하지 않는 경우가 많다. 강남권 정비사업 이주가 강남권 전세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되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비사업 속도를 높일수록 사업장별 이주 시기를 조정하고 주변 전월세 공급 상황을 함께 살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배경이다.
 

서울시도 이 문제를 의식하고 있다. 정비사업장의 이주 시기가 특정 기간에 집중되지 않도록 주변 전월세 시장과 비아파트 공급 상황 등을 함께 점검한다는 방침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대규모 사업장의 경우 이주민이 일정 기간 거주할 수 있는 임대주택을 확보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 31만호보다 ‘순증 물량과 입주 시점’ 봐야


서울의 주택 공급 문제를 재건축·재개발 찬반으로 나누면 실제 정책 효과를 놓치기 쉽다. 정비사업을 지나치게 묶어두면 서울에서 새 아파트를 공급할 수단이 줄어든다. 반대로 사업을 한꺼번에 밀어붙이면 철거와 이주가 겹치면서 몇 년간 공급 공백이 커질 수 있다.
 

착공 목표만으로도 공급 효과를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 기존 주택이 몇 채인지, 새로 몇 채를 짓는지, 실제 늘어나는 주택이 몇 채인지, 이주는 언제 시작해 입주는 언제 가능한지를 함께 봐야 한다. 같은 3000호짜리 재건축이라도 기존 2500호를 허물고 짓는 사업과 기존 1500호를 허물고 짓는 사업의 공급 효과는 크게 다르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호 착공을 목표로 정비사업의 속도를 높이고 있다. 정부 역시 8·13 대책을 통해 정비사업 절차를 일부 완화했다. 이제 정책의 성패는 착공 숫자를 얼마나 크게 제시하느냐보다 사업 과정에서 사라지는 주택을 어떻게 메우고 실제 늘어나는 주택을 얼마나 빨리 입주시킬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재건축·재개발을 공급대책으로 평가하는 기준도 그곳에 맞춰질 필요가 있다. 몇 채를 짓겠다는 숫자보다 몇 채가 더 생기고, 그 집에 언제 들어갈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것이 먼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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