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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트럼프 "김정은 핵무기 57개 보유"…연내 만남 공식화

선재관 기자 2026-08-20 07:59:32

"김정은과 잘 지내는 건 좋은 일"…한미연합훈련 축소 이어 정상회담 재개 시사

북한 핵무기 수치 이례적 공개…비핵화보다 '핵 관리' 협상 전환 가능성 주목

2019년 6월 북미 정상 판문점 회동[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올해 안에 만날 것이라고 밝혔다. 한미 연례 연합훈련인 을지 자유의 방패(UFS) 축소를 지시한 데 이어 북미 정상 간 대화 재개를 공식화한 것이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핵무기 57개를 보유하고 있다고 구체적인 숫자까지 언급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는 상황에서 나온 발언이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트럼프 대통령은 19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올해 안에 김 위원장과 만날 것으로 예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 만날 것”이라고 답했다. 구체적인 시기와 장소는 언급하지 않았다. 다만 오는 11월 18~19일 중국 선전에서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회동이 이뤄질 가능성이 거론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했다. 최근 편지를 주고받았느냐는 질문에는 답변을 피하면서도 “나는 그와 잘 지내고 있다”며 “내가 그와 잘 지낸다는 사실은 나쁜 일이 아니라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주목할 대목은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직접 숫자로 제시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는 매우 강력한 핵무기 57개를 갖고 있다”며 “애초에 그런 일이 일어나도록 허용해서는 안 됐다”고 말했다.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탄두 보유량을 공식 수치로 공개한 것은 아니다. 미 의회조사국(CRS)은 지난해 민간 전문가 분석을 인용해 북한이 최대 90개의 핵탄두를 만들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생산했으며 실제 조립된 핵탄두는 약 50개 수준일 가능성이 있다고 평가했다. 스톡홀름국제평화연구소(SIPRI)는 지난 6월 북한이 약 60개의 핵탄두를 보유했을 가능성이 있으며 최소 30개를 추가 생산할 수 있는 핵분열성 물질을 보유한 것으로 추산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57개라는 숫자는 이 같은 민간·전문기관의 추정 범위와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다만 해당 수치가 미국 정보당국의 최신 평가를 반영한 것인지, 트럼프 대통령이 별도의 보고를 통해 전달받은 숫자인지는 확인되지 않았다.

정책적 의미는 더 크다. 트럼프 대통령은 과거에도 북한을 ‘핵보유국(nuclear power)’으로 표현해왔다. 미국의 공식적인 대북정책 목표는 여전히 북한의 비핵화지만, 북한이 이미 상당한 규모의 핵전력을 보유했다는 현실을 인정한 상태에서 협상에 나설 경우 논의의 초점이 달라질 수 있다.

특히 최근 행보는 정상회담 재개를 위한 사전 정지작업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6일 UFS를 대폭 축소하도록 국방부에 지시했다고 밝혔다. 북한이 미국과 한국을 상대로 위협적이지 않은 태도를 보여온 상황에서 대규모 연합훈련은 부적절하고 적대적인 신호라는 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설명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트럼프 대통령이 참모들에게 이르면 올가을 김 위원장과의 대면 회담을 추진하도록 요구했다고 보도했다.

문제는 2018~2019년과 같은 비핵화 협상이 다시 작동할 수 있느냐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은 2018년 싱가포르, 2019년 베트남 하노이에서 정상회담을 했지만 비핵화와 대북제재 완화를 둘러싼 입장 차이를 좁히지 못했다. 마지막 만남인 2019년 6월 판문점 회동 이후 북한은 핵무기와 탄도미사일 개발을 지속했고 핵무기고도 확대해왔다.

이 때문에 이번에는 ‘완전한 비핵화’보다 핵실험·핵물질 생산 동결과 장거리 미사일 제한, 제재 일부 완화 등을 맞바꾸는 단계적 합의가 논의될 가능성에 국제사회가 주목하고 있다.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 보유량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면서도 김 위원장과의 관계를 강조하는 것은 북한의 핵전력을 단기간에 제거하기보다 직접 협상을 통해 관리하려는 접근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으로서는 셈법이 복잡해진다. 북미 정상 간 대화가 재개되면 한반도 긴장이 낮아질 수 있다는 긍정적 효과가 있지만, 미국과 북한이 핵 문제를 중심으로 직접 협상할 경우 한국이 협상에서 소외되는 ‘코리아 패싱’ 가능성도 다시 제기될 수 있다. 특히 한미연합훈련 축소가 실제 군사적 대비태세 조정으로 이어질 경우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한 한국의 독자적 억제력 강화 문제가 더욱 중요해진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과 김 위원장이 실제로 연내 만날 경우 2019년 하노이 회담 이후 중단됐던 북미 핵 협상이 7년 만에 새로운 국면에 들어서게 된다. 이번 협상의 최대 변수는 북한의 핵무기를 협상의 ‘제거 대상’으로 볼지, 이미 존재하는 핵전력을 전제로 ‘관리 대상’으로 볼지다. 트럼프 대통령의 ‘57개’ 발언은 그 변화 가능성을 가늠할 첫 번째 신호라는 점에서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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