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이 러시아의 탄도미사일 공격을 받고 있는 우크라이나에 한국산 요격미사일을 지원하는 방안을 공개적으로 제안했다.
한국이 미국에 요격미사일을 제공하고 미국이 이를 우크라이나나 유럽·중동에 배치하는 이른바 ‘우회 지원’ 방식이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에 대한 직접적인 무기 지원에는 신중한 입장을 유지하고 있어 실제 정책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지만, 미국의 방공무기 재고 부족을 계기로 한국의 미사일 방어체계가 우크라이나 지원 카드로 거론됐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펜스 전 부통령은 23일(현지시간) CNN에 출연해 “한국은 매우 정교한 요격미사일을 보유하고 있다”며 한국이 요격미사일을 미국에 제공해 미국이 중동이나 우크라이나, 유럽 동맹국에 배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의 대화를 거론하며 “겨울이 다가오면서 우크라이나가 심각한 취약성에 직면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 미국 패트리엇 부족…한국산 요격체계 부상
우크라이나가 방공무기 지원을 요구하는 배경에는 미국의 요격미사일 재고 문제가 있다. 펜스 전 부통령은 CNN 인터뷰에서 이란과의 전쟁 과정에서 미국이 패트리엇 미사일을 소모했다는 지적에는 동의하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가 탄도미사일 대응을 위해 패트리엇이나 THAAD 같은 체계가 더 필요하다는 점은 인정했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미국에 남은 패트리엇 재고의 5%만 제공해도 겨울을 버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는 요청을 했다고 펜스는 전했다.
젤렌스키 대통령도 앞서 한국에 방공체계 지원을 요청했다. 이달 9일 그는 한국의 방공 분야 지원을 희망한다며 양국 외교 당국이 접촉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정부는 당시 방산물자 지원은 국내법에 따라 이뤄진다는 원칙을 재확인하면서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에는 신중한 태도를 유지했다.
펜스 전 부통령이 말한 ‘한국산 요격미사일’의 구체적인 기종을 직접 명시한 것은 아니다. 다만 한국이 보유한 대표적인 탄도미사일 요격체계라는 점에서 천궁-Ⅱ(M-SAMⅡ)가 사실상 시장의 관심 대상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크다. 천궁-Ⅱ는 탄도미사일과 항공기를 요격할 수 있도록 개발된 중거리 지대공 유도무기이며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전력이다. 방위사업청은 지난해 천궁-Ⅱ 2차 사업의 초도 배치를 완료했다고 밝혔다.
◆ ‘K-방산’ 위상 시험대…수출·생산 여력도 변수
천궁-Ⅱ는 이미 해외에서 성능과 가격 경쟁력을 인정받은 국산 방공체계다. 2022년 아랍에미리트(UAE)가 한국에 이어 처음으로 천궁-Ⅱ를 운용하는 국가가 됐고, 이후 사우디아라비아와 이라크 등 중동 국가로 수출이 이어졌다. 최근에는 유럽과 아시아 국가들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다만 우크라이나 지원으로 연결하려면 외교·법적 절차가 남는다. 한국산 무기체계의 제3국 이전에는 최종 사용자와 사용 목적 등을 따져야 하며, 대외무역법상 전략물자 또는 상황허가 대상 물품에 대해서는 수출·전용 여부에 대한 허가 절차가 적용될 수 있다. 실제 지원 여부는 정부의 정책적 판단과 한미 간 협의가 선행돼야 한다.
생산 여력도 변수다. 천궁-Ⅱ는 국내 방어망의 핵심 전력이면서 수출 수요도 커지고 있어 해외 지원분을 별도로 마련할 수 있는지가 관건이다. 한국은 천궁-Ⅱ에 이어 더 높은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L-SAM과 차세대 M-SAM Block-Ⅲ 개발도 진행하고 있다. 방위사업청은 M-SAM Block-Ⅲ가 전력화되면 패트리엇 PAC-3급 성능을 목표로 한국형 다층 미사일방어망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펜스의 발언은 당장 한국산 미사일의 우크라이나 이전이 결정됐다는 의미가 아니다. 다만 미국의 방공무기 수요가 커지면서 한국산 요격체계가 동맹국의 방공 공백을 메울 수 있는 대안으로 공개 거론됐다는 데 의미가 있다. 한국 정부가 우크라이나 지원에 어떤 선을 그을지, 미국이 실제로 한국산 요격체계의 공급을 공식 요청할지가 다음 관전 포인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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