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카카오 창업자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의혹 항소심에서 검찰의 핵심 증인으로 꼽힌 이준호 전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이 법정에 나오지 않으면서 검찰의 항소심 입증 전략에도 변수가 생겼다. 1심에서 이 전 부문장의 진술이 사실상 핵심 증거였지만 재판부가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은 데 이어, 2심에서는 증인신문 자체가 불발됐다.
서울고법 형사4-1부는 26일 열린 항소심 3차 공판에서 이 전 부문장이 일본 출장과 기존 금융감독원·법원에서 충분히 진술했다는 사유를 제출하고 불출석하자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재판은 약 15분 만에 종료됐으며 다음 공판은 오는 9월 23일 오후 2시 결심공판으로 진행된다. 재판부는 증거조사와 피고인신문을 마무리한 뒤 변론을 종결할 예정이다.
◆ 1심 무죄의 핵심…“이준호 진술 신빙성 없다”
김 센터장은 2023년 SM엔터테인먼트 인수 과정에서 경쟁사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하기 위해 SM 주가를 공개매수가 이상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시세를 조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카카오가 하이브의 공개매수 기간인 2023년 2월 SM 주식을 대규모로 장내매수하면서 주가를 인위적으로 끌어올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남부지법은 지난해 10월 김 센터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당시 카카오의 매수 주문 형태만으로 시세조종이라고 보기 어렵고, 정상적인 시장가격보다 높은 수준으로 주가를 고정하려는 목적이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재판부는 검찰 공소사실을 뒷받침하는 이준호 전 부문장의 진술에 결정적인 문제가 있다고 봤다.
이 전 부문장은 2023년 2월 10일 배재현 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와 사모펀드 운용사 관계자의 통화를 연결했고, 그 과정에서 배 전 대표가 SM 주식을 약 1000억원어치 매입해달라고 요청했다는 취지로 진술했다. 검찰은 이를 카카오와 사모펀드가 공모해 SM 주가를 관리했다는 정황으로 활용했다.
그러나 1심 재판부는 이 전 부문장이 별건 수사까지 받는 과정에서 수차례 구속영장이 청구됐고, 검찰에 공소사실에 부합하는 진술을 한 뒤 리니언시를 신청해 이 사건에서 기소되지 않았다는 점을 문제 삼았다. 재판부는 진술에 허위가 개입할 동기와 이유가 있다고 판단했다.
◆ 검찰 “증거 판단 누락”…2심은 입증 범위 제한
검찰은 2심에서 1심 판단을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 지난 6월 첫 공판에서 검찰은 1심이 카카오의 SM 인수가 절실하지 않았다고 판단한 것은 관련 증거에 대한 판단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이준호 전 부문장의 진술 역시 일부 피고인들의 진술과 카카오톡 메시지 등 객관적 자료로 뒷받침된다고 항변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검찰이 추가적인 탄핵증거 제출 가능성을 언급하자 공판준비 절차에서 입증 계획을 정리한 뒤 본안에 들어오는 것이 원칙이라며 선을 그었다. 이미 증인 채택을 철회한 데 이어 새로운 증거를 대거 추가하는 방식으로 재판을 확대하기도 어려워진 셈이다.
한편 이번 2심의 핵심은 카카오의 대규모 SM 주식 매수가 단순한 지분 확보였는지, 아니면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막기 위한 시세조종 목적의 거래였는지를 검찰이 다른 객관적 증거로 입증할 수 있느냐에 모일 전망이다. 1심은 주가에 영향을 줬다는 결과만으로는 부족하며, 인위적으로 가격을 조정하려는 목적과 행위가 입증돼야 한다고 봤다.
이번 증인 불출석이 김 센터장에게 곧바로 유리한 결과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항소심은 1심 판결을 다시 심리하는 절차인 만큼 검찰이 기존 증거를 토대로 1심 판단의 오류를 설득할 가능성은 남아 있다. 반대로 1심에서 신빙성이 부정된 핵심 진술을 법정에서 다시 검증할 기회가 사라지면서 검찰의 입증 부담은 한층 커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9월 23일 결심공판에서는 검찰과 피고인 측의 최종 변론이 이뤄질 예정이다. 김 센터장의 2심 결과는 카카오의 지배구조와 경영권 인수 과정뿐 아니라 향후 기업의 대규모 장내매수와 공개매수 대응 과정에서 어디까지가 정상적인 경영 판단이고 어디부터 자본시장법상 시세조종으로 볼 수 있는지를 가르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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