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친환경과 건강이 식음료업계의 추상적인 구호를 벗어나 눈에 보이는 기준과 소비자 경험으로 구체화되고 있다. 제품 원재료와 환경성을 NON-GMO(비유전자변형)·저탄소 인증과 탄소배출 수치로 입증하고 지속가능한 식생활은 소비자가 직접 익혀 실천할 수 있는 교육 프로그램으로 연결하고 있는 모습이다.
17일 식음료업계에 따르면 하이트진로와 롯데칠성음료는 각각 NON-GMO와 저탄소 제품 인증을 확대하며 제품 경쟁력을 객관적인 지표로 보여주고 있다. 풀무원은 지속가능식생활 범위를 제품에서 소비자 식습관까지 넓혀 1인가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교육에 나섰다.
하이트진로 대표 맥주 브랜드 '테라'는 글로벌 비영리기관 'NON-GMO PROJECT'의 NON-GMO(비유전자변형) 인증을 지난 2022년부터 5년 연속 획득했다.
NON-GMO 인증은 유전자 변형 농작물이 아닌 종자를 재배·수확해 생산한 원료를 사용했는지를 검증하는 제도다. 원재료와 공급망 등을 확인하고 인증 이후에도 매년 갱신 평가를 거친다.
테라는 인증 과정에서 제품에 사용되는 모든 원재료와 2차 성분까지 비유전자 변형 재료인지 검증받았다.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규정상 NON-GMO 표시 대상 원료 가운데 테라에는 옥수수 전분이 해당한다.
이 같은 검증을 바탕으로 하이트진로는 그동안 강조해온 '청정라거' 이미지를 객관적인 인증과 연결했다. 원재료에 대한 브랜드 설명에 외부 기관의 검증을 더해 소비자가 제품 특성을 보다 구체적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NON-GMO 인증은 발효 과정에서만 생성되는 리얼탄산 100%와 호주산 청정맥아 100%를 고수하며 '청정라거' 철학을 일관되게 추구해온 테라의 브랜드 정체성을 확고히 했다"며 "앞으로도 엄격한 품질관리를 통해 소비자들에게 더욱 신뢰받는 브랜드로 성장해 나가겠다"고 했다.
롯데칠성음료 저탄소 제품 [사진=롯데칠성음료]
롯데칠성음료는 탄소배출량을 정량화해 제품의 친환경성을 입증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지난 8월 기준 주요 브랜드 19개 제품에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의 환경성적표지 인증을 받았으며 이 가운데 '아이시스', '칸타타' 등 12개 품목은 저탄소 제품 인증을 획득했다.
환경성적표지는 제품의 원료 채취부터 생산·유통·사용·폐기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 영향을 정량적으로 표시하는 제도다. 이 가운데 탄소배출량이 같은 제품군보다 낮거나 관련 기준을 충족하면 저탄소 제품으로 추가 인증을 받을 수 있다.
특히 지난달에는 국내 최초로 100% 재생원료를 적용한 '칠성사이다 500ml MR-PET'가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았다. 재생원료가 적용된 MR-PET 제품으로는 첫 사례다. 롯데칠성음료는 해당 제품이 기존 신재 플라스틱 PET와 비교해 제품 전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을 약 17% 줄일 것으로 보고 있다.
주류에서도 '처음처럼·새로 640ml PET'가 저탄소 제품 인증을 받았다. 제품 생산 과정에서 환경 부담을 줄인 성과를 인증으로 입증하며 친환경 제품의 범위를 생수와 음료에서 주류까지 확대하고 있다.
인증을 소비자 혜택과 연결한 점도 눈에 띈다. 한국환경산업기술원이 지정한 '기후제품'에 칠성사이다 500ml PET와 칸타타 콘트라베이스 블랙·스위트블랙 500ml PET가 포함되면서 그린카드 결제 고객은 오는 10월 31일까지 제휴 매장에서 구매 금액의 40%를 에코머니 포인트로 적립받을 수 있다.
롯데칠성음료 관계자는 "지속적이고 구체적인 공정 변화로 업계 최다 저탄소 제품 인증이라는 성과를 달성했다"며 "다양한 제품군에 환경 인증을 확대하고 기업 가치사슬 전반의 환경 영향을 줄이는 혁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테이스티풀무원(Tasty Pulmuone)' 전문 셰프가 강남구 1인가구 대상 클래스에서 참가자들에게 실생활에서 활용할 수 있는 간편 조리법을 시연하고 있는 모습 [사진=풀무원]
인증을 통해 제품 자체의 가치를 검증하는 움직임과 함께 소비 단계에서 지속가능성을 직접 실천하도록 돕는 시도도 나타나고 있다.
풀무원은 지난 15~16일 서울 강남구 수서동 본사에 위치한 지속가능식생활 조리학교 '테이스티풀무원'에서 강남구 1인가구를 대상으로 맞춤형 지속가능식생활 클래스를 처음 진행했다.
이번 프로그램은 지속가능식생활이라는 개념을 1인가구의 실제 식사 환경에 맞춰 풀어낸 것이 특징이다. 강남구 거주 1인가구 16명을 대상으로 전자레인지를 활용한 간편 조리법부터 배달음식 후 남은 식재료 활용법, 여러 요리에 사용할 수 있는 소스 활용법 등을 소개했다.
채소·통곡물·단백질을 균형 있게 섭취하는 방법도 교육했다. 풀무원이 제안하는 '211 식사법'을 활용해 채소 2, 단백질 1, 통곡물 1의 비율로 한 끼를 구성하는 방법을 직접 조리 과정에 적용했다.
기업이 지속가능성을 제품의 원료나 생산 과정에만 적용하는 데서 나아가 소비자가 음식을 고르고 조리하고 남은 식재료를 사용하는 과정까지 실천 영역을 넓힌 것이다. 특히 1인가구처럼 생활 방식이 뚜렷한 소비자군을 대상으로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해 지속가능식생활의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초점을 맞췄다.
풀무원식품 관계자는 "혼자 생활하더라도 익숙한 식재료를 활용해 간편하고 균형 잡힌 한 끼를 충분히 만들 수 있다"며 "다양한 생활 환경에 맞는 실용적인 지속가능식생활 방법을 알리고 일상에서 건강한 식습관을 실천할 수 있도록 교육 프로그램을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