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르포] AI가 고른 봄, 여의도에 몰린 세계의 발걸음

김태휘 인턴 2026-04-07 10:13:18
스마트폰이 길을 정하고 사람은 그 길을 걷는다…여의도 봄꽃축제에 드러난 새로운 관광 풍경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에서 관람객들이 벚꽃길과 벨리곰 포토존을 즐기고 있다.[사진=김태휘 기자]


[경제일보] 한강 바람에 꽃잎이 흩날리던 6일 오후, 영등포 여의도 봄꽃축제 현장. 벚꽃보다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며 걷는 사람들의 시선이었다. 화면을 확인하고 고개를 들고, 다시 멈춰 사진을 찍는다. 그 반복된 동선 속에서 한 문장이 여러 번 들렸다. “AI가 우리를 여기로 이끌었어요”
 

독일에서 온 로빈과 미쉘 커플도 그 흐름 위에 있었다. AI가 제시한 경로를 따라 여의도를 찾았다. 루프트한자 승무원인 로빈은 “한국에 이틀 동안 머무르게 됐는데 어디를 가야 하는지 몰라서 제미나이에게 ‘20대 외국인 커플이 지금 한국에서 가면 좋을 곳 추천해줘’라고 물었더니 여기를 추천해줬다”며 “이틀이라는 짧은 일정이지만 가장 기억에 남는 장소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미쉘은 “푸드코트가 입구에서 멀어 이동이 불편한 점은 아쉽다”고 했다.

 

이날 여의서로 일대는 차량이 완전히 통제된 채 사람에게 내어준 공간이 됐다. 국회 3문과 4문 사이 벚꽃길에는 푸드트럭과 카페가 이어졌고 공연 무대에서는 대중음악과 국악이 번갈아 울렸다. 오후에는 KBS국악관현악단이 무대에 올라 약 1시간 동안 연주를 이어갔다. 봄의 풍경은 예년과 다르지 않았지만 그 안을 채운 움직임은 달라져 있었다.
 

외국인 관광객들의 동선은 유사했다. 스마트폰 화면을 확인하며 이동하고 포토존 앞에서 멈춰 섰다. 일본인 관광객들은 화려한 염색과 코스튬 차림으로 사진을 남겼고 중국에서 온 가족 단위 방문객들은 벚꽃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필리핀에서 온 제프와 존은 “벚꽃길이 아름답고 포토존이 많아 만족스럽다”며 “아이스크림과 츄러스, 어묵 등 한국식 간식도 인상적이었다”고 했다. 이어 “필리핀에서는 이런 꽃 축제를 즐길 수 있는 환경이 많지 않다”며 “아쉬운 점은 없고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고 말했다.
 

입구 인근 포토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반려견과 함께 사진을 찍는 ‘인생네컷’ 부스와 캐릭터 조형물이 설치된 공간에는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 기업과 협업한 체험 공간도 곳곳에 자리했다. 꽃을 보는 축제는 사진을 남기고 경험을 소비하는 공간으로 확장되고 있었다.
 

영등포 시니어클럽이 운영하는 ‘꽃할매네 푸드트럭’ 앞에 사람들이 모여 있다[사진=김태휘 기자]


푸드트럭 중에서는 ‘꽃할매네 푸드트럭’이 관람객의 발걸음을 붙잡았다. 어르신 일자리 사업으로 운영되는 이곳에서는 소떡소떡과 어묵, 알감자가 팔렸다. 관계자는 “첫날에는 엄청난 인파가 몰렸고 주말에도 많은 사람들이 방문했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3시 기준 어묵 92컵과 소떡소떡 60개가 판매됐다. 평일에도 매출이 꾸준히 이어지고 있었다.
 

한국 관람객의 움직임은 또 달랐다. 친구와 함께 축제를 찾은 이서연 씨와 박혜진 씨는 “재작년에 부모님과 방문했는데 좋아서 다시 찾았다”며 “음식보다는 사진 촬영이 목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사진 찍기 좋은 포토존이 많아 편하게 즐길 수 있다”고 했다. 외국인이 추천을 따라 움직인다면, 내국인은 기억을 따라 다시 찾는 모습이었다.

 

일부 시민들은 아쉬움도 전했다. 한 커플은 “벚꽃이 만개했다는 소식을 듣고 방문했지만 비가 오고 꽃이 많이 떨어져 기대보다 아쉬웠다”고 말했다. 전날 내린 비의 영향이 현장 곳곳에서 드러났다.
 

현장에는 안전요원과 자원봉사자, 경찰이 촘촘히 배치됐다. 운영 스태프는 “단체 대화방을 통해 상황을 공유하고 문제가 발생하면 즉시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파 속에서도 흐름은 비교적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이번 축제에는 총 8억5000만원의 예산이 투입됐다. 다만 현장에서 눈에 띈 변화는 따로 있었다. 어디를 갈지 묻는 질문에 이제 사람 대신 인공지능이 답한다는 사실이다.
 

벚꽃은 매년 같은 자리에 핀다. 달라진 것은 그 꽃을 찾아오는 방식이다. 목적지는 알고리즘이 정하고 사람은 그 길을 따라 걸으며 장면을 남긴다. 여의도의 봄은 그렇게 조금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