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경제

中, CDMO·MAH 공동 책임 명문화…중국 바이오 생산 체계 재편

안서희 기자 2026-04-21 10:33:21
"품질 못 맞추면 중단" 중국, 의약품 위탁생산 리스크 관리 강화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중국 정부가 의약품 위탁생산(CDMO)에 대한 규제를 대폭 강화하며 글로벌 바이오·제약 위탁생산 시장에 적지 않은 파장을 예고하고 있다. 

특히 시판허가권자(MAH)와 CDMO 간 공동 책임을 명확히 하고 품질·안전 관리 기준을 한층 높인 것이 핵심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중국 내 생산 생태계의 구조적 변화를 촉진하는 동시에 글로벌 기업의 공급망 전략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고 있다.

21일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에 따르면 중국 국가약품관리감독국(NMPA)은 지난 14일 의약품 계약 제조에 대한 감독 및 관리 규정을 개정·발표했다. 이번 개정은 MAH와 CDMO가 공동으로 의약품 품질과 안전을 책임지도록 하고 각 주체의 의무를 구체화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개정 규정은 크게 △CDMO 책임 강화 △계약 제조 감독 및 행정 관리 강화 등 두 축으로 구성된다. 특히 CDMO의 역할이 단순 생산 대행에서 벗어나 품질 검증과 리스크 평가의 핵심 주체로 격상된 점이 눈에 띈다.

우선 CDMO는 MAH 및 해당 제품에 대한 평가 메커니즘을 의무적으로 구축해야 한다. 이를 통해 MAH의 자격, 품질 관리 역량, 제품 위험도, 기술 이전 가능성 등을 사전에 검증해야 하며 평가를 통과한 경우에만 계약 체결이 가능하다. 이는 과거 MAH 중심 구조에서 CDMO의 책임과 권한을 동시에 확대하는 조치로 해석된다.

NMPA는 “독립적인 연구개발 역량과 핵심 공정 기술을 보유한 MAH”와의 협력을 CDMO가 우선시할 것을 권고했다. 이는 단순 위탁 생산이 아닌 기술 기반 파트너십 중심으로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기술 이전 과정에 대한 규제도 강화됐다. MAH와 CDMO는 기술 이전 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사전에 식별하고 소프트웨어·하드웨어·품질 관리 체계 등 전반적인 요소를 점검해야 한다. 만약 품질 위험이 발생하거나 통제가 어렵다고 판단될 경우 프로젝트를 중단하는 것도 권고 사항으로 명시됐다. 이는 품질 확보를 최우선 가치로 두겠다는 정책 방향을 분명히 한 것이다.

행정적 규제 역시 강화됐다. CDMO가 위탁생산용 의약품 제조허가(Class C License)를 신규 신청하거나 변경할 경우 지방 규제당국은 더욱 엄격한 심사를 진행해야 한다. 관련 규정과 공고, 이번 개정안 요건을 모두 충족해야만 허가가 발급된다.

고위험 의약품에 대한 관리 기준도 상향됐다. 멸균의약품의 경우 MAH는 최소 연 1회 현장 실사를 수행해야 하며 MAH 또는 CDMO 중 최소 한 곳은 동일 용량 제품에 대해 3년 이상의 상업 생산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 이는 생산 경험 부족으로 인한 품질 리스크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조치다.

또한 하나의 MAH가 여러 CDMO에 생산을 위탁하는 경우 모든 파트너가 동일한 제조 공정을 준수하도록 관리해야 한다. 공정 조건에 차이가 발생할 경우에는 비교 분석과 위험 평가를 수행하고 이에 따른 예방·통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이번 규정에는 사후 관리 강화 방안도 포함됐다. NMPA는 지방 당국에 MAH와 CDMO가 새로운 기준에 맞춰 자체 점검을 실시하도록 요구했으며 미흡 사항이 발견될 경우 1년 이내 시정하도록 했다. 시정 기간이 1년을 초과할 경우에는 그 사유를 명확히 제출해야 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규정이 중국 CDMO 산업의 ‘질적 전환’을 유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동안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기반으로 글로벌 위탁생산 시장에서 빠르게 성장해왔으나 품질 관리와 규제 수준에서는 선진국 대비 보완 필요성이 제기돼 왔다. 이번 조치는 이러한 한계를 개선하고 글로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한 전략적 선택으로 해석된다.

다만 단기적으로는 중소 CDMO 기업의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평가 시스템 구축, 품질 관리 강화, 기술 역량 확보 등에 필요한 투자 비용이 증가하면서 시장 내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반면 대형 CDMO 기업이나 기술력을 갖춘 기업에는 오히려 시장 점유율 확대 기회가 될 가능성도 있다.

이번 규정은 단순한 감독 강화 차원을 넘어 중국 의약품 생산 생태계를 ‘품질 중심’으로 재편하는 전환점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CDMO 시장에서 중국의 위상이 한 단계 도약할 수 있을지 또는 규제 부담으로 성장 속도가 둔화될지는 향후 업계 대응에 달려 있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