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삼성중공업이 수주한 4조3000억원 규모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설비(FLNG)가 조선업계의 새 변곡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단순한 초대형 해양플랜트 수주가 아니라 LNG선에 이어 FLNG도 표준화·시리즈 건조 체제로 진입할 수 있다는 신호로 해석되기 때문이다.
이번 델핀 프로젝트의 의미는 수주 규모에만 있지 않다. 기존 LNG 개발은 대규모 육상 액화플랜트 건설에 의존해왔다. 반면 델핀 프로젝트는 동일한 사양의 FLNG를 여러 개 투입하는 방식이다. 현재 3기 발주가 계획돼 있다.
조선업계가 주목하는 지점도 이 대목이다. 그동안 맞춤형 프로젝트 성격이 강했던 FLNG가 반복 건조 가능한 제품으로 바뀔 가능성을 보여줬기 때문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델핀 프로젝트가 2020년 카타르 LNG선 슬롯 계약과 비교하면 척수로는 카타르 LNG선과 비교할 수 없지만, 수주 금액상 비중이 크기 때문에 그렇게 봐도 무방하다고 설명했다.
삼성중공업이 이번 델핀 FLNG에 ‘양산 시대’라는 표현을 붙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FLNG는 해상에서 천연가스를 생산·액화·저장·하역하는 복합 설비다. 일반 LNG선보다 설계 난도가 높고 발주처 요구에 따라 사양도 달라진다. 이 때문에 수주 금액은 크지만 공정 지연과 원가 상승 위험도 크다.
하지만 동일 사양 FLNG를 반복 건조할 경우 이야기가 달라진다. 설계와 기자재를 표준화하고, 블록 제작과 탑재 공정을 반복할 수 있다. 조선소 입장에서는 설계비와 엔지니어링 비용을 낮추고 건조 기간을 줄일 수 있다. LNG선 시장에서 확인된 러닝커브 효과가 FLNG에도 적용될 수 있다는 의미다.
델핀 FLNG는 연안형 FLNG의 경제성과 해상 FLNG의 안정성을 결합한 하이브리드형 설비로 설계됐다. 상부 플랜트는 육상에서 전처리된 가스를 공급받는 구조로 경량화했다. 건조 비용을 낮추기 위한 설계다. 동시에 루이지애나 해안에서 약 75km 떨어진 해상에서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120명 규모의 거주구와 계류 시스템을 탑재한다.
허리케인에 대응할 수 있는 자력 항행 기능도 적용된다. 허리케인 발생 시 위험 구역을 스스로 벗어나 인명과 설비의 안전을 확보하는 방식이다. 공랭식 냉각 시스템, 복합 발전 시스템 등 친환경 기술도 반영된다.
시장 환경도 FLNG 확대 가능성을 키우고 있다. 석탄과 석유 사용이 줄어드는 흐름 속에서 천연가스는 전환 연료로 수요가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여기에 대규모 육상 LNG 플랜트는 초기 투자비가 크고 인허가 부담도 높다. FLNG는 투자 리스크를 나누고 생산 시점을 앞당길 수 있다는 점에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석유 사용은 친환경 흐름 때문에 갈수록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며 “그렇게 되면 FLNG 프로젝트들이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후속 2·3호기 발주를 확정적으로 보기는 이르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후속 호선과 관련해 “그것은 별도 계약을 하는 것”이라며 “아직 말하기는 이르다”고 했다.
삼성중공업은 이번 프로젝트에서 EPC, 즉 설계·조달·건조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한다. 단순 건조사가 아니라 설계와 솔루션을 주도하는 사업자로 참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델핀 프로젝트는 삼성중공업이 처음으로 EPC 전 과정을 단독으로 수행하며 시리즈 건조를 주도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경제성 확보를 위해 삼성중공업이 선제적으로 제안한 최적화된 설계와 솔루션을 적용해 비용 절감과 품질 확보로 ‘FLNG 양산 시대’를 견인하겠다”고 말했다.
삼성중공업은 세계 최대 FLNG인 쉘 프렐류드를 시작으로 현재까지 전 세계 신조 FLNG 11척 가운데 7척을 수주했다. 시장 점유율은 64% 수준이다. 올해 누적 수주 실적은 총 28척, 83억달러로 연간 목표 139억달러의 60%를 채웠다.
관건은 델핀 프로젝트가 단발성 대형 수주에 그칠지, FLNG 시장의 양산 모델로 확산될지다. 후속 호선이 현실화되고 유사한 민간 개발 프로젝트가 늘어날 경우 삼성중공업은 LNG선 이후 차세대 고부가 시장에서 선점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조선업계의 시선은 이제 델핀 1호기 이후로 향하고 있다. LNG선 시장을 키운 카타르 프로젝트처럼 델핀이 FLNG 시장 확대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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