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표현의 자유는 민주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중요한 가치지만 동시에 모든 국민이 차별과 혐오로부터 보호받으며 존엄과 이 권리를 존중받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것 또한 우리 사회가 이뤄내야 할 과제"
18일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열린 '인터넷 혐오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토론회에서 고광헌 방송통신심의위원회 위원장은 최근 온라인 공간에서 확산되는 혐오·차별 표현 문제를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최근 특정 개인이나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은 물론 역사적 사건과 사회적 아픔을 희화화하는 콘텐츠까지 온라인에서 빠르게 확산되면서 제도적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특히 디지털 플랫폼의 영향력이 확대되며 혐오 콘텐츠의 전파 속도와 파급력이 과거보다 훨씬 커진 만큼 표현의 자유와 인격권 보호 사이의 균형점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이날 기조연설에 나선 이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의원은 혐오표현 문제를 민주주의의 관점에서 바라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오늘 우리는 인터넷 혐오 표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라는 매우 중요한 질문 앞에 서 있다"며 "민주주의는 때로는 불편하고 거친 말들도 견뎌야 된다고 생각하지만 표현의 자유가 강자의 확성기가 되고 약자에게 침묵을 강요하는 도구가 된다면 그것 또한 우리가 지향하는 우리가 바라는 민주주의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인터넷 혐오표현 대응 방안 마련을 위한 공개 토론회를 열고 현행 제도와 심의 체계를 점검했다. 이날 토론회에는 학계와 법조계, 시민사회 전문가들이 참석해 혐오표현의 개념과 해악, 규제 필요성, 표현의 자유와의 충돌 문제 등을 논의했다.
주제발표를 맡은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부 교수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본격화된 지 10년이 넘었지만 정책적·입법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고 진단했다.
홍 교수는 "한국 사회에서 어떤 문제가 터지고 그 문제가 10년 이상 지속되고 심각성이 보고되고 있는데 이렇게까지 대책을 안 세운 케이스가 또 있을까 싶다"며 "여러 문제 의식이 생겼음에도 불구하고 그에 걸맞는 수준의 대응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 혐오표현 논의가 지난 2013년 일간베스트 저장소(일베)의 5·18 민주화운동 희화화 논란 등을 계기로 본격화됐다고 설명했다. 이후 여성혐오 논쟁, 난민 반대 운동, 코로나19 시기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 표현 등이 이어지며 사회적 갈등 요인으로 자리 잡았다는 분석이다.
홍 교수는 혐오표현을 성별, 인종, 종교, 장애, 성적 지향 등 특정 정체성을 이유로 개인이나 집단을 비하·모욕하거나 차별과 폭력을 선동하는 표현으로 정의했다. 특히 혐오표현은 단순한 말에 그치지 않고 차별과 혐오 범죄를 정당화하거나 확산시키는 효과를 가진다는 점에서 사회적 해악이 크다고 강조했다.
다만 그는 혐오표현 규제가 결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고 진단했다.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와 충돌하는 데다 혐오표현의 기준 설정과 온라인 규제의 실효성 확보가 쉽지 않기 때문이다.
홍 교수는 "어느 나라나 보편적으로 세계 기준으로 봐도 표현의 자유가 무제한은 절대 아니다"며 "혐오 표현의 해악, 규제의 현실적인 어려움, 규제의 효율성, 민주주의 관점에서 혐오 표현 규제 적합 등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 이후에는 김경희 한림대 미디어스쿨 교수를 좌장으로 김민호 한국인터넷자율정책기구(KISO) 이사회 의장, 박아란 고려대 미디어대학 교수, 이승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객원교수, 정슬아 한국여성민우회 성평등미디어·반차별팀장, 최진응 국회입법조사처 입법조사관, 최항섭 국민대 사회학과 교수 등이 참여한 종합토론이 진행됐다. 참석자들은 혐오표현의 개념과 규제 범위, 플랫폼 책임, 심의 기준 개선 방향 등을 놓고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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