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전쟁 특수 끝나자 '역래깅' 덮쳤다…석화업계 하반기 마진 비상

김태휘 인턴 2026-06-29 14:02:21
고가 나프타 재고 남았는데 제품값 먼저 하락…수익성 악화 우려 중국 증설까지 겹쳐 구조조정 압박 재점화
롯데케미칼에서 생산하는 용도별 스페셜티.[사진=롯데케미칼]

[경제일보] 중동 전쟁으로 반짝 개선됐던 국내 석유화학 업계의 수익성이 다시 빠르게 악화하고 있다. 국제유가와 석유화학 제품 가격이 함께 하락하면서 전쟁 당시 확보한 고가 원료가 오히려 부담으로 돌아오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 비싸게 사들인 원료가 아직 생산에 투입되고 있는 상황에서 역래깅 우려가 커지고 있다. 

29일 산업통상자원부 원자재가격정보에 따르면 에틸렌 스프레드는 지난 4월 평균 톤당 315 달러에서 6월 19일 기준 163 달러까지 떨어졌다. 업계에서는 통상 에틸렌 스프레드가 톤당 250 달러는 넘어야 이익도 손실도 나지 않는 손익분기점에 도달하는 것으로 본다. 현재는 이를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료인 나프타를 통상 2~3개월 전에 미리 구매한다. 원료를 사들인 시점과 제품을 판매하는 시점 사이에 시간 차가 발생하는데 이를 '래깅 효과'라고 부른다.

문제는 국제유가 하락이 오히려 석유화학 업계의 단기 수익성을 악화시킬 수 있다는 점이다. 석유화학 업체들은 원료인 나프타를 통상 2~3개월 전에 미리 구매하기 때문에 현재 공장에는 전쟁 당시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가 순차적으로 투입되고 있다.

반면 석유화학 제품 가격은 최근 국제유가 하락을 반영해 빠르게 낮아지고 있다. 결국 기업들은 비싼 원료로 제품을 생산한 뒤 더 낮은 가격에 판매해야 하는 구조에 놓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현상을 '역래깅(Reverse Lagging)'이라고 부른다.

일반적으로 국제유가 하락은 원료비 부담을 줄여 제조업체에 긍정적인 요인으로 꼽힌다. 그러나 석유화학 업계는 다르다. 원료 구매와 제품 판매 사이에 시차가 있는 산업 특성상 유가가 급격히 떨어질 경우 단기적으로는 수익성이 나빠질 수 있다. 원료는 비싼 가격에 확보했지만 제품은 낮아진 시세에 맞춰 팔아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는 역래깅에 따른 수익성 악화가 단기적으로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이번 역래깅은 일시적인 부담일 뿐,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근본적인 문제는 중국발 공급과잉이라는 데 의견이 모인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전쟁으로 발생했던 래깅 효과가 전쟁 종료 이후에는 반대로 나타날 수 있다"며 "역래깅이 현실화될 경우 하반기 수익성이 상반기보다 악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중국발 공급과잉으로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환경은 여전히 바뀌지 않았다"며 "국내 기업들도 사업재편에 보다 속도를 낼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역래깅을 단기적인 부담 요인으로 봤다. 원료 가격 하락 자체는 원가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미 높은 가격에 확보한 원료를 사용하는 동안 제품 판매가격이 먼저 떨어지면 단기적으로 수익성이 악화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다만 롯데케미칼과 HD현대케미칼이 추진 중인 대산 통합은 단기 유가 변동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라기보다 구조적인 공급과잉과 시황 부진에 대응하기 위한 경쟁력 강화 전략으로 평가된다. 업계에서는 최근과 같은 변동성 확대가 운영 효율과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다시 보여주는 계기가 되고 있으며, 중국발 공급 증가와 글로벌 수요 회복 지연으로 당분간 업황 불확실성이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결국 하반기 석유화학 업계의 실적은 고가 원료 재고가 얼마나 빠르게 소진되고, 제품 가격이 어느 시점에서 반등하느냐에 달릴 전망이다. 다만 중국발 공급과잉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단순히 역래깅이 해소되는 것만으로는 실적 회복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