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두산에너빌리티, 원전·가스터빈 앞세워 A급 복귀…사업 체질 바꿨다

김태휘 인턴 2026-07-20 16:04:01
채권단 지원 6년 만에 회사채 신용등급 A- 회복 저수익 석탄 물량 줄이고 원전·가스터빈 비중 확대
두산 사옥 전경.[사진=두산]

[경제일보] 2020년 두산중공업은 유동성 위기로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등 채권단으로부터 총 3조6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받았다. 그룹 자산 매각과 유상증자 등 고강도 자구책도 뒤따랐다. 석탄화력과 대규모 설계·조달·시공(EPC) 사업 비중이 높았던 국내 대표 발전 기자재 기업이 생존을 걱정하던 시기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6년이 지난 올해 두산에너빌리티는 회사채 시장에서 A급 신용도를 되찾았다. 한국기업평가는 지난 5월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에서 A-로 올렸고, NICE신용평가도 6월 같은 등급을 부여했다. 원전·가스터빈 수주 확대와 실적 개선 전망 등이 반영됐다.

등급 상향의 배경에는 단순한 수주 증가를 넘어선 사업 포트폴리오 변화가 있다. 과거 수익성이 낮았던 석탄발전 물량을 줄이고 원전 주기기와 가스터빈, 장기 유지보수 서비스 등 기술 진입장벽이 높은 사업 비중을 높인 결과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현재 회사 사업은 원자력과 SMR, 가스터빈, 풍력 등으로 볼 수 있다”며 “원자력과 가스터빈 사업은 단기적으로 추진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 계획에 따라 진행되는 사업”이라고 설명했다.

회사가 지난 6월 29일 공개한 투자자 대상 NDR 자료에도 이런 변화가 담겼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중장기 전략을 ‘원자력·가스 중심 고수익 사업 전환’으로 규정했다. 저수익 석탄 물량을 소진하고 원전과 가스터빈 기자재, 서비스 사업을 확대한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말 23조원이던 에너빌리티 부문 수주잔고가 올해 말 29조원, 2030년 47조7000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성장사업 수주잔고 비중도 지난해 75%에서 2030년 81%로 높아질 전망이다. 다만 이는 확정 실적이 아닌 회사의 중장기 목표다.

매출은 올해 7조4000억원에서 2030년 11조7000억원으로 확대하고, 영업이익률은 5.4%에서 9.9%로 높인다는 계획을 세웠다. 올해 1분기 연결 매출은 4조2611억원, 영업이익은 2335억원으로 각각 전년 동기보다 13.7%, 63.9% 증가했다. 두산에너빌리티 부문 영업이익도 570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로 전환했다.

원전과 가스터빈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실적을 뒷받침한다. 대형 원전은 장기간 공장 가동과 수주잔고를 유지하는 기반이고, 가스터빈은 기자재 공급 이후 유지보수와 부품 교체를 통해 반복적인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사업이다.

원전에서는 체코 두코바니를 비롯한 해외 사업과 국내 신규 원전 참여를 추진하고 있다. SMR 분야에서는 X-에너지와 핵심 소재 예약계약을 체결했고, 테라파워와 주기기 제작계약을 맺었다. 다만 프로젝트마다 예약계약과 제작계약, 공급 참여 검토 등 단계가 달라 이를 모두 확정된 양산 수주로 보기는 어렵다.

가스터빈은 성장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올해 1분기 북미 데이터센터용 7기와 국내 복합화력용 3기 등 총 10기를 수주했다. 미국 누적 수주도 12기로 늘었다. 두산에너빌 관계자는 “특정 시장을 정해놓기보다 수요가 있는 시장에 최대한 공급한다는 입장”이라고 했다.

회사는 가스터빈 누적 수주를 지난해 13기에서 2034년 110기로 늘리고, 이를 기반으로 연간 서비스 매출 1조원을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공급한 터빈이 늘수록 장기 정비와 부품 교체 대상도 누적되는 구조를 안정적인 수익 기반으로 만들겠다는 전략이다.

두산에너빌리티의 A급 복귀는 원전과 가스터빈 업황 개선뿐 아니라 수주잔고의 구성을 바꿔온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2030년 수주잔고 47조7000억원과 영업이익률 9.9%는 경영 목표다. SMR 사업이 본계약과 양산으로 이어지고 가스터빈 공급이 장기 서비스 매출로 전환돼야 체질 변화가 실적으로 완성된다. 늘어난 수주를 이익과 현금으로 바꾸는 실행력이 향후 신용도 개선을 가를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