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롤러코스터 탄 코스피, 8월엔 반등하나

송정훈 기자 2026-07-31 14:09:33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코스피가 한 달 만에 롤러코스터를 탔다. 4월 급등의 여운이 가시기도 전에 7월 들어 사상 최대 수준의 낙폭이 이어졌다. 반도체 쏠림과 레버리지 상장지수펀드(ETF)발 수급 왜곡이 겹치며 지수는 외환위기와 금융위기 때보다 가파르게 무너졌다. 정부가 진화에 나섰지만 관심은 이미 8월 반등 여부로 옮겨가고 있다.
 
롤러코스터의 진원지...반도체·레버리지 ETF

3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날인 30일 전 거래일보다 69.68포인트, 1.23% 내린 5593.56에 거래를 마쳤다. 이로써 7월 한 달 하락률은 34.01%에 달했다. 1998년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당시보다 낙폭이 크다. 시장에선 이번 하락률을 두고 같은 기간 주요국 증시 가운데서도 손꼽히는 낙폭이라고 평가했다.
 
앞서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지난 4월 한 달 동안 30.61% 올라 1998년 1월 이후 두 번째로 큰 월간 상승률을 기록했다. 두 달의 낙폭과 상승폭을 나란히 놓고 보면 롤러코스터라는 표현이 지나치지 않다는 지적이다. 4월에는 인공지능 반도체 기대감이 지수를 끌어올렸고, 7월에는 그 기대감이 흔들리며 지수를 끌어내렸다는 점에서 상승과 하락의 배경이 사실상 같은 뿌리에서 나왔다는 분석도 나온다.
 
변동성도 수치로 확인된다. 코스콤 체크 엑스퍼트플러스와 인베스팅닷컴 등에 따르면 7월 코스피의 일중 등락률은 월간 집계 기준 하루 평균 6.12%로 나타났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 6.11%를 웃도는 수준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8~29일에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해 16.17%가 빠졌다. 코스피 역사상 처음 있는 이틀 연속 서킷브레이커였다. 같은 기간 프로그램 매매 호가 효력을 일시 정지하는 매도 사이드카도 이틀 연속 발동됐다. 서킷브레이커가 시장 전체 거래를 멈추는 장치라면, 사이드카는 선물 시장발 매물이 현물 시장을 흔드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라는 점에서 두 조치가 동시에 발동된 것 자체가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이번 급락의 진원지로 반도체를 지목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국내 증시 시가총액의 절반을 웃돈다. 두 종목에 투자금이 쏠리면서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도 함께 몸집을 불렸다는 게 업계의 대체적인 진단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자 인공지능 반도체 랠리에 대한 의구심도 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9일 분기 기준 사상 최대 실적을 발표했다. 그런데도 주가는 9% 넘게 밀렸다. 실적보다 수급이 시장을 흔들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골드만삭스는 최근 보고서에서 이번 급락의 배경으로 레버리지 ETF발 프로그램 매도를 지목했다. 반도체 펀더멘털 훼손보다는 수급 왜곡에 가깝다는 진단이다. 레버리지 상품은 지수가 오를 때 매수를, 내릴 때 매도를 기계적으로 반복하는 구조여서 하락이 하락을 부르는 되먹임을 키운다는 게 업계의 공통된 설명이다. 실제 지수가 한 방향으로 크게 움직인 날일수록 레버리지 상품의 리밸런싱 물량이 시세를 증폭시켰다는 관측도 나온다.
 
정부 대응...8월 코스피 전망?

청와대는 김용범 정책실장 주재로 시장 점검에 나섰다고 밝혔다. 금융당국은 31일부터 레버리지 ETF의 개인별 투자 한도를 제한하는 기본예탁금 규제를 시행한다. 단기 매매 목적의 투기적 수요를 억제해 변동성을 낮추려는 취지다.
 
다만 관련 업계에서는 일본과 대만이 애초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를 도입하지 않았다는 점을 짚으며 국내 증시만 유독 높은 변동성에 노출된 구조적 이유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규제가 신규 투자 한도를 조이는 데 그칠 뿐 이미 시장에 풀린 레버리지 상품의 청산 압력 자체를 없애지는 못한다는 우려도 있다. 정부 대책의 실효성은 8월 이후 실제 변동성이 얼마나 줄어드는지로 판가름 날 것으로 보인다.
 
전망은 8월 반등 쪽에 무게가 실린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들은 최근 급락이 실적보다 수급 요인에 의해 촉발된 만큼 조정이 상당 부분 진행됐다고 본다. 레버리지 ETF발 청산 압력이 3~4주 안에 완화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주식시장이 경기보다 4~5개월 앞서 움직인다는 점에서 8월 반등 가능성을 높게 보는 시각도 있다. 일부 증권사는 이런 판단을 근거로 펀더멘털에 대한 신뢰가 높은 반도체 대형주 중심으로 포트폴리오를 재편할 것을 권고하기도 했다.
 
다만 이들 모두 미국 빅테크 기업들의 인공지능 투자가 이어져야 한다는 전제 조건을 단다. 반도체 업황이 예상보다 비우호적으로 흐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신중론도 함께 나온다. 4월의 급등이 순식간에 7월의 급락으로 뒤집힌 전례가 있는 만큼, 8월 반등 전망 역시 조건이 바뀌면 다시 흔들릴 수 있다는 지적이다.
 
과제는 시장과 정부 양쪽에 남는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규제 발표에 그치지 않고 8월 이후 기본예탁금 규제의 실제 효과를 점검해야 한다고 말한다. 반도체 두 종목에 지수가 좌우되는 구조를 손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증시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의존하는 정도를 낮추지 않으면 다음 충격도 같은 경로로 올 수 있다는 우려다. 관건은 앞으로 3~4주 안에 레버리지 청산 압력이 실제로 풀리느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