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유상대 한은 부총재 "특별한 충격 요인 없다면 기준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 커"

방예준 기자 2026-08-11 17:14:59
경기 회복 따른 수요 압력에 물가 상승세 장기화 가능성 "근원물가·성장세가 핵심"…환율은 중장기 하향 안정 전망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기자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은]
[경제일보] 유상대 한국은행 부총재가 현재의 경기 흐름이 이어질 경우 기준금리를 추가로 올릴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경기 회복 과정에서 수요 측 물가 압력이 지속될 수 있는 만큼 이번 금리 인상 사이클에서 추가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유 부총재는 11일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특별한 경기 충격 요인이 없다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상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가 기준금리 인상 기조를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밝힌 데 대해서는 현재 경기 사이클에서 후속 인상이 이어질 수 있다는 취지로 설명했다. 다만 추가 인상의 시점과 속도는 향후 경제지표를 확인한 뒤 판단해야 한다고 짚었다.

향후 통화정책의 핵심 변수로는 물가를 꼽았다. 이번 물가 상승 폭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직후만큼 커지지는 않더라도 상승 압력이 더 오래 이어질 수 있다는 진단이다.

유 부총재는 이번 물가 상승이 공급 측 유가 충격보다는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압력의 영향을 더 받을 것으로 봤다. 수요 압력이 근원 인플레이션을 점진적으로 끌어올리고 상승 폭이 크지 않더라도 지속성이 있어 통화정책적 고민이 생길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번 긴축 사이클의 종료 시점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전망을 내놓지 않았다. 오는 20일 퇴임을 앞둔 상황에서 향후 정책 경로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물가가 과거 금리 인상기보다 더 높은 수준까지 오르지는 않더라도 수요 압력으로 인해 목표 수준을 벗어난 상태가 상당 기간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판단에는 한은의 성장 전망과 물가 경로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오는 27일 발표되는 한은 경제 전망을 주목해야 한다고 했다.

유 부총재는 자신이 퇴임한 뒤 이뤄질 8월 통화정책 결정과 관련해 "일별 통관 수출액과 신용카드 사용액 실적, 한은 경기 전망 자료를 보고 입장을 판단할 것 같다"고 말했다.

물가가 목표 수준을 장기간 웃돌 경우 기대인플레이션과 임금 상승을 통해 인플레이션 압력이 확산할 가능성도 경계했다.

유 부총재는 "사람들이 물가가 목표 수준으로 수렴될 것이라고 믿는 '물가 앵커링(anchoring)'이 잘되지 않고 물가 목표를 제대로 지키지 않는 상황이 지속되면 통화 긴축을 해도 물가 상승세 둔화가 더디고 생산에도 부정적 영향이 확대된다는 분석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금리를 인상할 경우 위험선호 심리를 누그러뜨려 금융 불균형 완화에도 도움이 된다는 연구도 있다"고 덧붙였다.

최근 성장세가 반도체와 인공지능(AI) 등 일부 산업에 집중돼 있어 금리 인상이 이르다는 주장에는 동의하지 않았다.

유 부총재는 일부 산업이 성장을 이끈다는 이유만으로 금리를 올릴 수 없다고 보는 논리는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짚었다. 경제가 전반적으로 성장하고 이에 따라 물가 압력이 커진다면 사전에 경제를 안정시킬 필요가 있다는 설명이다.

원·달러 환율 하락은 금리 결정의 핵심 변수로 보지 않았다. 최근 환율이 1400원대 초반으로 내려오면서 통화정책 운용에 일부 여유가 생길 수는 있지만 향후 금리 방향을 결정할 만큼 중요한 요소는 아니라는 판단에서다.

유 부총재는 통화정책에서 더 중요한 변수로 향후 근원물가의 지속성과 경제 성장세를 제시했다. 환율이 이전보다 내려왔더라도 1400원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어서 물가에는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봤다.

중장기적인 원·달러 환율 방향에는 하락 쪽에 무게를 실었다.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는 외환 수급과 시장 기대 같은 단기 변수가 환율 상승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최근에는 이 같은 요인의 영향력이 줄고 있다고 진단했다. 대신 내외 금리 차와 경상수지 흑자 등 중장기적 요인이 환율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수급과 시장 심리가 여전히 남아 있는 만큼 환율이 단기간에 빠르게 내려갈 가능성은 낮게 봤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해외·국제통화당국(FIMA) 환매조건부채권(Repo) 기구를 활용해 외환시장에 개입할 가능성에는 선을 그었다.

유 부총재는 "당분간 그렇게 개입할 상황은 없다"며 "국내 금융기관들이 달러를 원하는 만큼 빌릴 수 없는 상황이 된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해 당국이 나설 수 있겠지만, 우리나라는 그런 상황이 아닌 데다가 달러를 외국에서 빌려서 개입할 만큼 돈이 모자라지도 않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