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검찰 권력 쪼갠다더니…수사관 2567명 '슈퍼 중수청'이 온다

한석진 기자 2026-08-13 09:03:47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오는 10월 2일 검찰청이 문을 닫는다. 1948년 검찰청 설립 이후 78년 만이다. 검찰이 맡아온 주요 범죄 수사는 새로 출범하는 중대범죄수사청으로 넘어간다. 그런데 검찰의 비대한 권한을 나누겠다며 만든 중수청의 덩치부터 예사롭지 않다. 전체 정원은 2874명, 이 가운데 수사관만 2567명이다. 검사 정원보다 많은 수사 인력이 한 조직에 모인다.
 

중수청은 본청과 서울·수원·대전·대구·부산·광주 등 6개 지방청으로 꾸려진다. 본청은 전국 중대범죄 수사를 지휘·감독하고 지방청은 직접 사건을 수사한다. 서울지방수사청에만 1000명이 넘는 인력이 배치된다. 평소 50~60명 규모였던 과거 대검찰청 중앙수사부와 비교하면 조직 규모부터 크게 다르다.

 

검찰개혁은 한 기관에 수사와 기소 권한이 함께 몰려 있는 것이 문제라는 데서 출발했다. 그래서 검찰청을 없애고 수사는 중수청, 기소와 공소 유지는 공소청으로 나누기로 했다. 문제는 검찰에서 떼어낸 수사권 상당 부분이 다시 중수청 한 곳으로 모인다는 점이다.
 

중수청의 힘은 인원수에 그치지 않는다. 부패·경제·마약·방위사업·국가보호·사이버·법왜곡 범죄 등 7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이들 범죄와 직접 관련된 범죄까지 수사 범위에 들어간다. 경찰 등 다른 수사기관이 맡고 있는 사건과 중수청 수사가 겹치면 사건을 넘겨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다. 경찰은 정당한 이유가 없다면 이첩 요구에 응해야 한다.
 

검찰의 직접수사 권한을 줄이겠다고 시작한 개편이 중수청이라는 또 다른 대형 직접수사기관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검찰에서 권한을 떼어냈다는 사실만으로 권력 분산이 끝나는 것은 아니다. 그 권한이 어디로 갔고 새 기관에 어느 정도의 권한이 모였는지를 함께 따져볼 필요가 있다.
 

경찰과의 관계도 과제로 남아 있다. 경찰은 원칙적으로 모든 범죄에 대해 1차 수사권을 갖는다. 중수청 역시 7대 중대범죄를 직접 수사한다. 같은 사건을 경찰과 중수청이 동시에 들여다보는 상황이 생길 수 있다는 뜻이다.
 

두 기관이 사건을 누가 맡을지를 놓고 협의하는 과정이 길어지면 수사 지연으로 이어질 수 있다. 범죄 피해자 입장에서는 자신의 사건을 어느 기관이 맡고 있는지부터 확인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 새로운 수사체계가 자리 잡으려면 사건이 겹쳤을 때 누가 우선해 수사하고 어느 시점에 사건을 넘길지에 대한 기준부터 분명하게 정리돼야 한다.
 

중수청을 누가 통제하는지도 중요한 문제다. 중수청은 행정안전부 소속이다. 행안부 장관은 일반적으로 중수청장과 소속 수사관을 지휘·감독할 수 있고 구체적인 사건에 대해서도 중수청장을 통해 지휘할 수 있다.

 

검찰개혁 과정에서 계속 제기됐던 문제 가운데 하나가 정치권력과 수사기관의 거리였다. 새로 만드는 수사기관에 장관의 지휘권을 어디까지 인정할 것인지를 놓고 논란이 이어지는 이유다. 중수청이 정치인이나 고위 공직자, 대기업을 수사할 때마다 행안부 장관의 지휘권 범위가 쟁점이 될 가능성이 있다.
 

경찰과 비교하면 차이도 눈에 띈다. 행안부 장관은 경찰 국가수사본부의 구체적인 사건 수사에 직접 관여할 수 없다. 반면 같은 행안부 아래 들어가는 중수청에는 장관의 수사지휘권이 인정된다. 같은 부처 아래 있는 두 수사기관에 서로 다른 기준을 적용하는 만큼 그 이유와 통제 기준을 구체적으로 정리할 필요가 있다.
 

중수청의 업무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폐지하면서 그 기능 일부까지 중수청이 맡는다. 경찰이 수사한 사건에서 부족한 부분이 발견되면 중수청 수사관이 다시 사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한 것이다.
 

보완수사를 누가 맡을지도 새 체계의 성패를 가를 변수다. 경찰과 공소청, 중수청 사이에서 사건 기록이 오가는 일이 늘어나면 수사가 길어질 수 있다. 반대로 역할 분담이 제대로 이뤄지면 각 기관의 전문성을 살릴 수도 있다. 출범 전까지 세 기관의 업무 경계를 얼마나 구체적으로 정리하느냐가 중요한 이유다.
 

부패·금융·마약·방위사업 범죄에는 전문적인 수사 역량이 필요하다. 동시에 전문 수사기관이 큰 권한을 갖는 만큼 그 권한을 견제할 장치도 함께 마련돼야 한다. 검찰의 권한 집중을 해소하기 위해 수사체계를 바꾸는 것이라면 새 기관에서도 권한의 범위와 통제 방식이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수사관 2567명과 전국 6개 지방청을 거느린 중수청은 10월 2일 출범한다. 직접 수사권뿐 아니라 다른 수사기관에 사건 이첩을 요구할 권한도 갖는다. 보완수사도 담당한다. 본청은 전국 지방청을 지휘하고 행안부 장관은 중수청장 등을 지휘·감독할 권한을 갖는다.
 

검찰청 폐지와 중수청 출범으로 수사체계의 큰 틀은 바뀐다. 이제 남은 과제는 중수청에 부여된 권한을 어떻게 견제하고 경찰·공소청과의 역할을 어떻게 나눌지 구체적으로 정리하는 일이다. 출범까지 남은 기간 동안 이 같은 제도적 장치를 얼마나 정교하게 마련하느냐가 새 수사체계의 안정적인 정착을 좌우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