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패션업계가 브랜드 밖의 창작성과 전문성을 끌어와 상품과 카테고리의 경계를 넓히고 있다. 세계적인 현대미술가의 작품과 철학을 패션으로 번역하고 글로벌 디자이너의 미학을 대중적인 상품에 접목하는가 하면 전문 브랜드의 제작 역량을 활용해 새로운 카테고리까지 넓히는 등 기존 브랜드에 없던 디자인 언어와 전문성을 더해 표현 영역과 사업 외연을 동시에 확장하는 모습이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코오롱인더스트리FnC부문이 전개하는 업사이클링 기반 패션 브랜드 래코드(RE;CODE)는 세계적인 현대미술가 서도호 작가와 '움직이는 스튜디오(The Moving Studio)' 캡슐 컬렉션을 선보인다.
이번 협업은 래코드와 서 작가가 쌓아온 교류에서 출발했다. 래코드는 지속 가능한 패션을 기반으로 예술·문화·창작 커뮤니티를 연결하는 아티스트 협업을 이어왔으며 서 작가와는 2024년 '서도호: 스페큘레이션스' 개인전 당시 업사이클링 굿즈를 제작하며 처음 인연을 맺었다.
이후 협업은 래코드의 개인 맞춤형 리폼 서비스 'MOL(Memory of Love)' 프로젝트로 확대됐다. MOL은 고객의 추억이 담긴 옷을 상담을 거쳐 새로운 디자인으로 재탄생시키는 서비스다.
서 작가는 가족들이 입던 옷을 래코드에 맡겼고 래코드는 어머니가 사준 재킷 안감에 딸들의 추억이 담긴 옷가지로 포켓을 배치했다. '옷은 하나의 이동하는 건축과 같다'는 작가의 철학과 가족의 기억을 패션에 담은 결과물이다. 해당 의상은 오는 27일 개막하는 국립현대미술관 서도호 개인전에도 전시된다.
래코드는 이를 바탕으로 14종의 캡슐 컬렉션과 한정판 재킷도 출시한다. 워크웨어를 재해석한 재킷과 팬츠, 포켓 티셔츠, 숄더백 등을 구성했다.
대표 상품인 '메모리 포켓 워크 재킷'에는 서 작가의 'Myselves' 작품 드로잉을 안감 자수로 넣고 내부에는 실제 작품 원단과 래코드의 재고 원단을 활용한 포켓을 적용했다. '멀티 포켓 리미티드 티셔츠'에도 대표작 'Nest/s'에 사용된 원단과 재고 원단을 조합했다.
작가의 작품을 단순히 의류에 프린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작품 제작에 쓰인 소재와 철학까지 패션의 디자인 요소로 가져온 셈이다.
오는 9월 3일부터 13일까지 래코드 청담 플래그십 스토어에서는 '움직이는 스튜디오' 팝업 전시도 열린다. 국립현대미술관 개인전과 아트페어 '프리즈 서울' 기간에 맞춰 패션과 현대미술이 만나는 경험을 공간으로도 확장한다.
래코드 관계자는 "이번 협업은 단순한 컬렉션 출시를 넘어 개인의 삶과 기억을 입고 이동하는 매개체로서 패션의 가능성을 보여준 프로젝트"라며 "입는 입체 공간으로 만나는 패션과 예술의 만남이 색다른 영감과 울림을 전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대중 패션에서는 디자이너 브랜드의 뚜렷한 미학을 보다 접근하기 쉬운 상품으로 풀어내는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캐주얼 브랜드 에잇세컨즈는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 '민주킴(MINJUKIM)'과 두 번째 협업 컬렉션을 출시했다.
디자이너 김민주가 이끄는 민주킴은 예술적 창의성과 동화적 상상력, 장인정신을 앞세운 디자인으로 알려진 브랜드다. 에잇세컨즈는 지난해 9월 첫 협업 당시 네크 러플 카디건과 밑단 프릴 롱 원피스, 밑단 볼륨 쇼트 재킷 등 주요 상품을 완판했다.
글로벌 디자이너 브랜드의 독창적인 미학을 비교적 일상적인 캐주얼 상품과 가격대로 경험할 수 있도록 한 점이 젊은 여성 고객에게 호응을 얻었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올가을 두 번째 협업 컬렉션은 '부케 오브 하트(Bouquet of Heart)'를 주제로 한다. 민주킴의 정체성을 보여주는 리본과 프릴, 꽃 자수를 비롯해 샤와 레이스 등의 소재를 적극 활용했다. 이번 협업을 위해 별도로 개발한 하트 클로버 모티브 프린트도 여러 제품에 적용했다.
△새틴 칼라 점퍼 △페이크 레더 블루종 △크롭 재킷·스커트 셋업 △러플 카디건 △셔링 리본 블라우스 △샤 원피스 등 의류뿐 아니라 비즈 헤어핀과 리본 백 등 액세서리까지 구성했다.
에잇세컨즈는 르세라핌 멤버 허윤진도 2026년 FW 시즌 브랜드 모델로 발탁해 이번 협업 화보를 시작으로 다양한 스타일링을 제안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지난해 좋은 반응을 얻었던 민주킴 협업 컬렉션을 올해 한층 풍성한 라인업으로 다시 선보이게 됐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협업을 통해 에잇세컨즈만의 새롭고 감각적인 K패션 스타일링을 지속적으로 제안할 것"이라고 말했다.
외부 브랜드의 전문성을 활용해 기존에 없던 상품군을 만드는 사례도 있다.
W컨셉의 컨템포러리 브랜드 프론트로우(FRONTROW)는 디자이너 백 브랜드 '보테로(BOTERO)'와 손잡고 브랜드 첫 가방 컬렉션을 출시한다. 의류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잡화까지 영역을 넓혀 토털 패션 브랜드로 확장하기 위한 행보다.
이번 컬렉션은 프론트로우의 트렌치코트와 트위드 재킷 등 FW 아우터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오피스웨어 스타일을 중심으로 기획했다.
천연 소가죽 코팅 공법을 적용한 '아크 백'을 비롯해 '뮤즈백', 휴대성을 높인 '뮤즈백 토트', 스웨이드 소재를 적용한 '바게트 피크닉 백' 등 총 4종으로 구성했다.
프론트로우는 그동안 로우클래식·렉토·잉크 등 디자이너 브랜드부터 아우어베이커리까지 다양한 분야와 협업해 왔다. 이번에는 가방을 전문적으로 전개하는 보테로와 파트너십을 맺어 프론트로우의 감성을 유지하면서도 처음 진출하는 잡화 카테고리의 상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초점을 맞췄다.
W컨셉 관계자는 "보테로는 가방을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취향이 드러나는 하나의 '오브제'로 바라보는 브랜드로 현대 여성의 일과 일상을 아우르는 프론트로우의 방향성과 맞닿아 있어 첫 가방 컬렉션의 협업 파트너로 선택했다"며 "보테로의 소재와 디테일에 대한 전문성에 프론트로우의 절제된 실루엣과 어반 오피스웨어 감성을 더해 FW 아우터와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는 가방 컬렉션을 완성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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