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SK이노베이션, SKIET 품었다…배터리 리밸런싱 '수익성' 승부

김태휘 인턴 2026-08-27 15:21:15
적자 분리막 사업 통합…재무 부담·중복 비용 줄인다 연간 EBITDA 600억원 개선 기대…2~3년 내 흑자전환 목표
SK이노베이션 본사가 위치한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 앞 SK 로고 조형물.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SK이노베이션이 배터리 분리막 자회사 SK아이이테크놀로지(SKIET)를 흡수합병하며 배터리 사업 재편에 다시 속도를 내고있다. 전기차 시장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공급 확대에 직격탄을 맞은 분리막 사업을 모회사 안으로 끌어들여 재무 부담을 낮추고 수익성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SK이노베이션과 SKIET는 지난 25일 각각 이사회를 열고 양사 합병을 의결했다. SK이노베이션이 존속회사로 남고 SKIET는 소멸한다. 합병비율은 SK이노베이션 보통주 1주당 SKIET 보통주 0.1174540주이며 합병기일은 내년 1월 1일이다.

이번 합병의 핵심은 SKIET가 별도 법인으로 운영해 온 리튬이온배터리 분리막 사업을 SK이노베이션 사업부로 편입하는 것이다. SKIET는 배터리 양극과 음극 사이에서 화재를 막고 이온 이동을 돕는 분리막을 생산해 왔다.

그러나 최근 전기차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들의 생산능력 확대에 따른 공급과잉이 겹치면서 사업 환경이 급격히 악화됐다. 올해 2분기 SKIET는 매출 395억원, 영업손실 635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1분기 공장 가동률도 약 20% 수준에 머물렀다.

SK이노베이션이 별도 자회사 유지 대신 합병을 택한 것도 이 때문이다. SKIET가 독자적으로 자금을 조달할 경우 실적 악화에 따라 금융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이 있지만 합병 이후에는 SK이노베이션의 신용도를 기반으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자금 조달이 가능해진다.

SK이노베이션은 제3자 매각과 자금 대여, 지분 출자, 포괄적 주식교환 등 여러 방안을 검토했지만 재무구조 개선과 사업 경쟁력 측면에서 합병이 가장 효과적이라고 판단했다. 합병 이후 연결 기준 총부채가 늘어나지 않는 가운데 금융비용을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비용 절감도 기대된다. 별도 상장사로 운영하면서 각각 유지했던 관리·마케팅 조직을 통합하고 생산과 영업 기능을 핵심 고객 중심으로 재편한다. SKIET의 제품 개발 역량과 SK이노베이션의 연구개발(R&D) 역량도 결합한다.

SK이노베이션은 이 같은 조직 통폐합과 생산·마케팅 최적화, 금융비용 절감을 통해 연간 약 600억원의 상각 전 영업이익(EBITDA) 개선 효과를 예상하고 있다. 전기차용 제품에 집중됐던 분리막 사업도 에너지저장장치(ESS) 등으로 수요처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번 합병은 최근 SK그룹이 추진해 온 '합치고 줄이는' 사업 리밸런싱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SK이노베이션은 2024년 SK E&S와 합병해 에너지 사업을 통합했고 배터리 자회사 SK온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과 SK엔텀, SK엔무브 등을 잇따라 품으면서 사업 구조를 단순화했다.

과거 사업 확장을 위해 계열사를 분리하고 투자를 늘렸다면 최근에는 유사·연관 사업을 다시 묶어 중복 비용을 줄이고 재무구조를 개선하는 데 초점이 맞춰진 셈이다. 대규모 자금이 필요한 배터리와 AI 등 미래 사업에 투자 여력을 집중하기 위한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다만 SKIET 합병의 최종 성패는 구조 개편 자체보다 분리막 사업의 실적 회복에 달렸다는 평가다. 전기차 캐즘이 장기화하고 중국 업체들의 가격 경쟁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합병만으로 업황 자체를 바꾸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도 향후 SKIET의 적자 축소 속도와 폴란드 공장 가동률, ESS·유럽 고객을 중심으로 한 신규 수주 확대 여부가 핵심 관전 포인트로 꼽힌다. SK이노베이션은 비용 절감과 신규 수요 확대 등을 통해 향후 2~3년 안에 분리막 사업의 EBITDA 흑자 전환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결국 이번 합병은 SK그룹 리밸런싱이 외형적인 계열사 정리를 넘어 '수익성 회복' 단계로 접어들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그동안 흩어져 있던 에너지·배터리 사업을 하나씩 묶어온 SK이노베이션이 분리막까지 품으면서 배터리 밸류체인 재편의 마지막 퍼즐을 실제 실적으로 증명할 수 있을지가 향후 관건이 될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