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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고려아연·영풍MBK, '감사위원 1석' 총력전…2년째 경영권 분쟁 향방 가른다

김태휘 인턴 2026-08-27 17:11:44

원아시아 투자·美 제련소 놓고 연일 공방…경영 적격성 싸움으로 확산

9월9일 임시주총 최대 승부처는 감사위원…의결권 자문사도 주목

서울 종로구 고려아연 본사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고려아연과 영풍·MBK파트너스의 경영권 분쟁이 오는 9월 9일 임시주주총회를 앞두고 다시 격화하고 있다. 2024년 공개매수 경쟁으로 시작된 양측의 충돌은 의결권과 지배구조를 둘러싼 법정전을 거쳐 최근에는 투자 적정성과 내부통제, 미국 핵심광물 사업 등을 둘러싼 '경영 적격성' 공방으로 옮겨붙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이번 임시주총에서는 독립이사 4명과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 등을 선임한다. 양측이 상대방의 경영 역량과 지배구조 문제를 잇달아 꺼내 들면서 주총 표심을 둘러싼 여론전도 한층 거세지는 모습이다.
 
원아시아·美 제련소까지…전선 넓어진 공방
최근 양측이 가장 강하게 충돌하고 있는 지점은 고려아연의 원아시아파트너스 펀드 투자다. MBK·영풍은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가 개인적으로 먼저 투자한 비상장 엔터테인먼트·콘텐츠 기업 등에 고려아연이 출자한 원아시아 펀드 자금 690억원 이상이 뒤이어 투입됐다며 투자 적정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이를 전면 반박하고 있다. 회사는 원아시아가 운용하는 펀드에 자금을 댄 출자자(LP)일 뿐이며 실제 투자처 선정과 투자 의사결정은 운용사(GP)가 독립적으로 수행했다는 입장이다. MBK·영풍이 활용하는 자료 역시 항소심이 진행 중인 별도 형사사건의 미확정 수사·재판 기록이라며 사실관계를 왜곡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회계와 내부통제 문제도 공방의 소재가 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올해 고려아연의 투자자산 평가와 손상 인식 등 회계처리에 제재를 내렸고, 고려아연은 고의적인 회계부정이나 경영진의 사익 편취가 아닌 회계적 판단의 차이라는 입장이다. 반대로 고려아연은 영풍 역시 회계처리기준 위반으로 금융당국의 제재를 받았다며 상대 측의 경영역량과 내부통제도 검증 대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고려아연이 미국에서 추진 중인 통합제련소 '프로젝트 크루서블'도 새로운 전선으로 떠올랐다. 고려아연은 미국 정부 및 전략적 투자자들과 약 74억달러를 투자해 테네시주에 핵심광물과 비철금속 등을 생산하는 통합제련소를 건설할 계획이다. MBK·영풍은 프로젝트와 연계된 신주 발행을 문제 삼아 가처분을 냈지만 법원은 이를 기각했다.

이후 MBK·영풍 측이 지난달 미국 테네시에서 'Project Crucible' 명칭을 활용한 리셉션을 개최하면서 갈등은 다시 불붙었다. 고려아연은 회사와 협의 없이 프로젝트 명칭을 사용해 현지 관계자들에게 사업 주체를 혼동하게 했다며 MBK·영풍 측 관계자들을 경찰에 고발했다. 고려아연은 경영권 분쟁이 국가적 핵심광물 사업에까지 혼선을 주고 있다는 입장이다.
 
9월9일 승부처 '감사위원 1석'
연일 공방이 이어진 배경에는 오는 9월 9일 임시주총이 있다. 이번 주총에서는 집중투표 방식으로 독립이사 4명을 선임하고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 1명을 별도로 뽑는다.

특히 감사위원 선임 과정에서 고려아연은 백인규 후보를, MBK·영풍은 박유경 후보를 각각 추천했다. 감사위원 선임에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이 제한되는 만큼 양측의 보유 지분만으로 승부가 결정되기 어려워 기관투자자와 외국인, 소액주주의 선택이 중요해졌다.

현재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의 권고는 백 후보 쪽에 기울고 있다. ISS와 글래스루이스, 서스틴베스트, PIRC 등은 백 후보의 회계·감사 및 내부통제 분야 전문성을 상대적으로 높게 평가하며 찬성을 권고했다. 글래스루이스도 26일 보고서에서 백 후보 찬성, 박 후보 반대를 권고했다. 다만 의결권 자문사의 권고가 실제 주주의 표결을 구속하는 것은 아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이번 임시주총은 단순히 감사위원 한 자리를 선임하는 것이 아니라 이사회의 공석을 채워 안정적인 운영 기반을 마련하고 감사위원 2명을 갖춰 책임 있는 감독 체계를 구축하는 의미가 있다"며 "원아시아파트너스 투자도 고려아연은 출자자이고 개별 투자처 선정과 의사결정은 운용사가 독립적으로 수행했다"고 했다.

이어 "주요 의결권 자문사들이 백인규 후보를 지지한 것은 경영권 분쟁 상황에서도 회사의 실적과 지배구조 개선 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사회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내부통제와 경영감독이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할 것"이라고 했다.

주총을 앞둔 법정 변수도 남아 있다. MBK·영풍은 최 회장 측이 베인캐피탈 보유 지분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자금조달 관련 공시에 문제가 있었다며 최 회장 측 약 5% 지분의 의결권 행사를 제한해달라는 가처분을 신청했다. 법원은 오는 28일 첫 심문을 진행할 예정이다. 가처분 결과에 따라 주총 표 대결 구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결국 양측의 경영권 분쟁은 과거 지분 확보 경쟁을 넘어 누가 고려아연의 경영과 감독을 맡을 적임자인지를 둘러싼 싸움으로 바뀌고 있다. 최근 투자와 내부통제, 미국 핵심광물 사업까지 공방의 소재가 된 가운데 9월 임시주총이 2년째 이어진 경영권 분쟁의 또 다른 분수령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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