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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유통 명가 DNA 분석⑤ CJ올리브영] 화장품 매장에서 K뷰티 플랫폼으로…올리브영 성장과 도약의 역사

안서희·한석진 기자 2026-04-27 07:00:00

드럭스토어 실험에서 출발해 소비 문화를 바꾼 플랫폼 기업의 현재와 미래

K뷰티·글로벌 관광 수요·온오프라인 결합 앞세워 새 성장판 여는 CJ올리브영의 다음 무대

외국인 관광객이 CJ올리브영 경주황남점 앞에서 사진을 찍고 있다.[사진=CJ올리브영]


[경제일보] 명동 한복판 올리브영 매장 앞에는 늘 여행 가방을 끈 외국인 관광객과 신제품을 찾는 젊은 소비자가 뒤섞여 있다. 한때 약국과 화장품 로드숍이 나눠 가졌던 시장은 이제 한 공간 안에서 다시 재편됐다. 색조 화장품부터 건강기능식품, 생활용품, 간편식까지 한 번에 고르고 모바일 주문 상품까지 바로 찾는 풍경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이 변화의 중심에 CJ올리브영이 있다.
 

1999년 첫 점포를 열 당시만 해도 드럭스토어라는 개념은 국내에서 생소했다. 화장품은 브랜드 매장에서 사고 생활용품은 할인점에서 사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올리브영은 서로 다른 소비 영역을 한곳에 모았다. 접근성이 좋은 도심 상권에 들어서 다양한 상품을 비교하며 구매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었다. 당시에는 실험에 가까웠지만 결과적으로 시장의 흐름을 앞서 읽은 선택이 됐다.
 

초기 성장 과정이 순탄하지만은 않았다. 멀티브랜드 화장품 매장 문화가 자리 잡지 않았고 제조사들도 새로운 유통 채널에 신중했다. 그러나 소비자 취향은 빠르게 바뀌었다. 브랜드 간판보다 성분과 후기, 가격 대비 만족도를 따지는 고객이 늘었고 새로운 제품을 부담 없이 시도하는 문화가 퍼졌다. 올리브영은 이 변화와 함께 몸집을 키웠다.

 

결정적 장면은 소비 세대의 교체였다. 10대와 20대 소비자는 특정 브랜드 충성도보다 직접 비교하고 경험하는 쇼핑 방식을 선호했다.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후기 문화가 확산되면서 입소문이 곧 판매로 이어지는 구조도 자리 잡았다. 올리브영은 매장을 단순 판매 공간이 아니라 트렌드가 가장 먼저 진열되는 무대로 만들었다.
 

상품 구성도 달랐다. 기초·색조 화장품에 머무르지 않고 헤어·바디 제품, 여성용품, 건강기능식품, 디저트와 잡화까지 영역을 넓혔다. 고객 입장에서는 필요한 물건을 한 번에 해결하는 생활 플랫폼에 가까웠다. 이 확장성이 올리브영을 일반 화장품 매장과 다른 위치에 올려놓았다.
 

올리브영의 힘은 브랜드 발굴 능력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대형 제조사 상품만 진열했다면 지금의 위상까지 오르기 어려웠다. 중소 인디 브랜드와 신생 K뷰티 기업에게 올리브영 입점은 전국 시장으로 나가는 관문이 됐다. 매장과 온라인몰에서 판매량이 급증하며 단숨에 이름을 알린 사례도 적지 않다. ‘올리브영에서 잘 팔리는 상품’이라는 말 자체가 소비자 신뢰의 지표처럼 쓰이는 이유다.
 

이 과정에서 K뷰티 산업 생태계도 달라졌다. 제조 역량은 있지만 유통망이 부족한 브랜드는 올리브영을 통해 소비자와 만났고, 소비자는 대기업 브랜드 외에도 다양한 선택지를 갖게 됐다. 한국 화장품 산업이 다품종·다브랜드 경쟁 체제로 움직이는 데 올리브영이 적지 않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배경이다.
 

외국인 관광객 수요는 또 다른 성장 동력이다. 명동·홍대·강남·성수 등 핵심 상권 매장은 관광 코스처럼 자리 잡았다. 한국 화장품을 한곳에서 비교 구매할 수 있고 유행 상품을 빠르게 만날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꼽힌다. K팝과 K드라마 인기가 커질수록 올리브영은 소비 공간을 넘어 K뷰티 체험 창구 역할까지 맡고 있다.

 

온라인 전환에도 발 빠르게 움직였다. 오프라인 강자가 디지털 변화에 늦는 사례는 많지만 올리브영은 앱과 온라인몰 강화, 오늘드림 배송 서비스, 멤버십 데이터 활용에 적극 나섰다. 고객은 앱에서 상품을 찾고 매장에서 시험해 본 뒤 다시 모바일로 구매한다. 채널이 나뉘지 않는 시대에 온오프라인을 함께 설계한 셈이다.
 

오프라인 매장의 의미도 새롭게 바뀌었다. 온라인이 가격과 편의성을 제공한다면 매장은 체험과 발견의 공간이 됐다. 직접 써보고 향을 맡고 예상치 못한 신상품을 만나는 경험은 화면만으로 대체하기 어렵다. 올리브영 매장이 여전히 강한 집객력을 유지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CJ그룹 안에서 올리브영의 존재감도 커졌다. 유통 계열사를 넘어 그룹 핵심 성장축으로 평가받고 있으며 시장에서는 상장 가능성과 기업가치에 대한 관심도 꾸준하다. 높은 성장성과 수익성을 함께 보여준 드문 유통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도가 높다.
 

하지만 몸집이 커질수록 풀어야 할 숙제도 함께 늘어난다.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입점 브랜드와의 관계 설정은 더 중요해진다. 특정 채널 의존도가 높아질 경우 시장 지배력 논란이 뒤따를 수 있다. 해외 확장 과정에서는 현지 소비자 취향과 규제 환경도 넘어야 한다. 뷰티 트렌드 변화 속도가 빠른 만큼 상품 발굴 능력도 계속 시험받게 된다.
 

올리브영은 지금 드럭스토어 운영 회사를 넘어 K뷰티 플랫폼 기업으로 자리를 넓히는 전환기에 서 있다. 국내 점포 성장에 머무르지 않고 해외 고객과 글로벌 온라인 시장까지 연결해야 한다. 유통 채널을 바꾼 데서 끝나지 않고 K뷰티 산업 전체의 허브가 될 수 있느냐가 다음 평가 기준이 될 가능성이 크다.
 

첫 매장을 열던 시절 올리브영의 과제는 낯선 유통 모델을 시장에 안착시키는 일이었다. 이제 남은 과제는 한국에서 통했던 공식을 세계 시장에서도 통하게 만드는 일이다. 거리의 작은 드럭스토어로 시작한 이 회사가 글로벌 K뷰티 지형에서도 같은 존재감을 보여줄지 업계가 지켜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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