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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

[데스크 칼럼] 전세절벽이 밀어올린 서울 집값…시장은 다시 불안을 사기 시작했다

한석진 기자 2026-05-15 07:46:23
서울의 한 부동산중개업소 앞에 붙은 매물 안내문. [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서울 아파트 시장이 다시 흔들리고 있다. 거래가 폭증한 것도 아니다. 금리가 크게 내려간 것도 아니다. 그런데도 강남과 마포 성동 용산 등 주요 지역을 중심으로 가격이 다시 꿈틀거린다. 현장에서는 “매물이 거둬들여진다”는 말이 나오고 일부 단지에서는 신고가 거래까지 등장한다.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관망하던 시장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이번 흐름은 과거 상승장과 결이 다르다. 예전처럼 유동성이 시장을 밀어올리는 국면이 아니다. 지금 서울 집값을 다시 움직이는 가장 큰 힘은 전세 불안이다. 전세시장이 흔들리기 시작하자 매매시장도 다시 반응하기 시작했다. 서울 부동산 시장이 오랜만에 가장 민감한 신호를 내고 있는 셈이다.
 

최근 서울 전세시장은 빠르게 메마르고 있다. 전세 매물은 줄고 있고 입주 물량도 감소하고 있다.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했던 계약들이 한꺼번에 만기에 들어가면서 전세 수요는 다시 시장으로 쏟아지고 있다. 문제는 시장에 집이 없다는 점이다. 세입자들은 전세금을 올려서라도 집을 잡으려 하고 임대인들은 월세를 선호하기 시작했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 반환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결국 시장에는 전세가 줄고 월세가 늘어나는 흐름이 굳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에는 오래된 공식이 있다. 전세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결국 매매도 흔들린다는 것이다. 지금 서울 시장이 딱 그 흐름으로 가고 있다. 과거에는 집값이 오르면 전셋값이 따라 올랐다. 지금은 반대다. 전셋값이 버티기 어려울 정도로 오르자 세입자들이 매매시장으로 밀려 들어가기 시작했다. 전세 재계약 때 수억원 가까이 보증금이 뛰는 상황에서 “차라리 집을 사겠다”는 움직임이 다시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는 공급 문제가 깔려 있다. 서울과 수도권 입주 물량 감소는 하루아침에 생긴 일이 아니다. 몇 년 전부터 예고됐던 결과다. 재건축과 재개발 사업은 규제와 공사비 급등 속에 속도를 잃었고 PF 시장 경색은 신규 사업 자체를 얼어붙게 만들었다. 건설사들은 사업을 미루거나 접었고 인허가 물량도 줄었다. 공급 감소는 시간이 지나 결국 입주 절벽으로 돌아온다. 지금 시장은 그 후폭풍이 본격적으로 나타나는 시점에 들어섰다.
 

역대 정부는 하나같이 공급 확대를 말해왔다. 그러나 시장이 체감한 것은 늘 공급 부족이었다. 발표는 많았지만 실제 입주 가능한 집은 충분히 늘지 않았다. 숫자는 넘쳤지만 시장은 움직이지 않았다. 부동산 시장은 계획이 아니라 현실의 공급량으로 반응하기 때문이다. 결국 공급을 늦춘 대가가 가장 먼저 전세시장부터 터져 나오기 시작한 셈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지금 시장이 투자보다 불안으로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상승장에서는 “더 오를 것 같다”는 기대가 시장을 밀어올렸다. 그러나 지금 서울 시장에서는 “지금 아니면 서울에서 계속 살 수 있을까”라는 불안이 먼저 움직이고 있다. 이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돈이 넘쳐서 오른 시장은 금리로 잡을 수 있다. 그러나 실제 살 집이 부족해 흔들리는 시장은 훨씬 통제하기 어렵다.
 

특히 중산층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는 점은 가볍게 볼 문제가 아니다. 과거에는 전세라도 살면 서울에서 버틸 수 있다는 인식이 있었다. 지금은 그 마지막 안전판마저 흔들리고 있다. 월세 부담은 커지고 전세 매물은 줄어든다. 결국 서울에서 계속 살아남기 위해 무리해서라도 집을 사야 한다는 압박이 시장을 다시 밀어올리고 있다. 집값 상승보다 더 위험한 것은 서울에서 살아갈 수 있다는 확신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는 점이다.

 

지방과 서울의 격차 역시 더 벌어지고 있다. 지방은 미분양과 거래 침체로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서울 핵심 지역은 다시 상승 압력을 받고 있다. 같은 대한민국 안에서 전혀 다른 시장이 동시에 움직이고 있는 셈이다. 지방에서는 집이 남는데 서울에서는 집이 부족하다. 결국 수도권 집중과 공급 불균형이 누적된 결과다.
 

시장은 지금 다시 불안을 사고 있다. 그리고 그 불안의 시작은 전세시장이다. 전세라는 완충장치가 흔들리기 시작하면 집값은 다시 움직일 수밖에 없다. 지금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나타나는 변화는 단순한 가격 반등 이상의 의미를 가진다. 공급 공백이 누적된 시장에서 전세 불안까지 커지면 집값은 언제든 다시 크게 흔들릴 수 있다.
 

부동산 시장은 결국 사람이 어디에서 살아야 하는가의 문제다. 그런데 지금 서울에서는 그 가장 기본적인 질문이 다시 흔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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