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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경제일보] 학력 장벽 허문 SK하이닉스…최태원식 'AI 인재 혁신' 가동

선재관 기자 2026-06-18 10:27:49

신입 채용서 학력 요건 전면 폐지

반도체 호황 속 채용·성과공유 새 모델 주목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최태원 SK 회장이 7일 서울 강남구 깐부치킨 삼성점에서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경제일보] SK하이닉스가 신입사원 채용에서 학력 제한을 전면 폐지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호황의 중심에 선 SK하이닉스가 채용의 기준까지 바꾸며 새로운 인재상을 제시하고 있다. 학위보다 직무 역량과 잠재력, 성장 가능성을 보겠다는 선언이다.

SK하이닉스는 17일 시작한 신입사원 수시채용부터 기존 채용 공고에 명시하던 '4년제 학사 학위 이상' 등 학력 요건을 삭제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지원자는 학력과 전공에 관계없이 경험과 직무 역량, 기업문화 적합성 등을 중심으로 평가받는다. 이번 방침은 신입 수시채용을 시작으로 향후 채용 전반으로 확대 적용될 예정이다.

이번 채용에서는 차세대 반도체 설계 등 핵심 직무를 중심으로 세 자릿수 규모의 신입 인재를 선발한다. 수시채용으로는 이례적인 규모다. AI 메모리와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둘러싼 글로벌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미래 기술을 이끌 인재를 조기에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학력 제한 폐지는 단순한 채용 방식의 변화가 아니다. 정형화된 스펙보다 문제를 새롭게 정의하고 빠르게 학습하며 협업하는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한다는 판단이 반영됐다. 반도체 산업 역시 더 이상 제조 효율만으로 승부하는 시대가 아니다. 회로 설계와 패키징, 공정 최적화, AI 인프라 이해, 고객 맞춤형 기술 대응이 결합된 복합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강조해온 인재 철학과도 맞닿아 있다. 최 회장은 미래 인재의 핵심 역량으로 스스로 질문하고 본질을 파고드는 '생각 근육',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는 '적응 근육', 다양한 구성원과 협력하는 '공감 근육'을 제시해 왔다. SK하이닉스의 학력 요건 폐지는 이러한 철학을 채용 현장으로 옮긴 사례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급변하는 기술 환경 속에서 미래 인재의 경쟁력은 특정 학위나 정형화된 스펙만으로 설명하기 어렵다"며 "복잡한 문제를 창의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인재를 발굴하기 위해 채용 기준을 혁신했다"고 설명했다.

◆ 호황의 과실, 인재와 생태계로 돌려야

이번 채용 혁신의 배경에는 HBM을 중심으로 한 반도체 슈퍼사이클이 자리하고 있다. 글로벌 AI 데이터센터 투자가 확대되면서 HBM은 AI 반도체 공급망의 핵심 부품으로 부상했고 SK하이닉스는 기술 리더십을 바탕으로 글로벌 빅테크의 주요 파트너로 자리매김했다.
 
[그래픽=임이슬 기자]

그러나 호황이 지속될수록 경쟁의 본질은 더욱 분명해진다. 차세대 제품을 설계하고 수율을 높이며 고객 요구에 맞춰 기술을 고도화할 인재가 없다면 기술 우위도 오래 유지될 수 없다. 학력 장벽을 낮추고 설계 직무 중심의 대규모 채용에 나선 배경 역시 여기에 있다. 반도체 경쟁의 다음 단계는 결국 사람을 얼마나 넓게 찾고 깊게 키우느냐에 달려 있다.

인재 확보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기업이 창출한 성과를 어떻게 배분할 것인지도 중요한 과제로 떠오른다. 성과급 논의는 단순한 임금 문제가 아니라 AI 시대 초과수익을 기업과 구성원, 협력 생태계가 어떻게 공유할 것인가의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연구개발 투자와 설비 확충, 청년 채용, 구성원 보상, 협력사 경쟁력 강화로 이어질 때 반도체 호황은 일시적 실적 개선을 넘어 산업 전반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노사 관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할 필요가 있다.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은 숙련의 축적에서 나온다. 성과를 둘러싼 논의가 갈등의 언어에 머문다면 인재 유출과 조직 피로를 키울 수 있다. 반대로 기술 리더십과 보상, 고용 확대를 함께 설계한다면 노사는 AI 반도체 시대의 새로운 상생 모델을 만들 수 있다.

물론 학력 제한 폐지가 곧 채용 혁신의 완성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학위 대신 잠재력을 보겠다면 이를 검증할 평가 기준도 정교해야 한다. 직무별 역량 검증과 입사 후 교육 체계, 현장 배치 이후 성장 경로까지 함께 마련돼야 한다. 문을 넓히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들어온 인재가 실제 기술 경쟁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돕는 일이다.

그럼에도 SK하이닉스의 이번 선택은 상징성이 크다. 호황기에 문을 더 좁히는 대신 더 넓히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이다. AI 시대의 반도체 경쟁은 장비와 자본의 싸움이면서 동시에 사람의 싸움이다. 최태원식 인재 철학을 앞세운 SK하이닉스의 실험이 성공한다면 한국 반도체 산업은 기술 혁신을 넘어 인재 혁신의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아주경제 2026년 06년 18일자 13면에 게재된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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