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넷마블의 하반기 전략은 신작 흥행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이미 출시한 게임의 이용자를 얼마나 오래 붙잡고 해외 시장에서 새로운 수요를 만들어내느냐도 중요하다. ‘레이븐2’의 대규모 업데이트와 ‘뱀피르’의 일본 진출에는 기존작의 PLC(Product Life Cycle: 제품 수명 주기)를 늘려 실적의 하단을 지키려는 전략이 담겼다.
레이븐2는 고레벨 이용자의 콘텐츠 소진에 대응하는 역할을 맡았다. 넷마블은 85레벨부터 입장할 수 있는 신규 지역 ‘발타르’를 1차 공개했다. 베노 황성과 리히텐도로프 등 2개 지역에 9개 사냥터를 배치했으며 나머지 지역은 순차적으로 개방한다.
신규 성장 시스템 ‘스킬 각성’도 추가했다. 이용자는 모든 고유 스킬을 추가로 강화할 수 있다. ‘특무대’의 최고 레벨은 180으로 높였고 ‘차원의 틈’ 11차원도 열었다. 새로운 사냥터와 성장 목표를 동시에 제공해 상위 이용자의 접속과 결제를 유지하려는 구성이다.
MMORPG는 출시 이후 시간이 지날수록 이용자 간 성장 격차가 커지고 핵심 이용자의 콘텐츠 소비 속도도 빨라진다. 업데이트가 늦으면 고레벨 이용자가 이탈하지만 성장 시스템을 지나치게 늘리면 신규·복귀 이용자의 진입 장벽이 높아진다. 레이븐2의 과제는 상위 이용자에게 새 목표를 주면서도 중간 이용자가 따라갈 수 있는 성장 동선을 함께 마련하는 것이다.
뱀피르는 지역 확장으로 수명을 늘린다. 넷마블은 한국·대만·홍콩·마카오 이용자에 일본 이용자가 합류하는 신규 서버 ‘글로벌2’를 열었다. 일본에 별도 서버를 만드는 대신 여러 지역 이용자를 한곳에 모아 경쟁과 커뮤니티를 활성화하는 방식을 택했다.
통합 서버는 이용자 밀도를 빠르게 높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국가 간 경쟁을 새로운 콘텐츠로 활용하고 기존 이용자에게도 새로운 상대와 시장을 제공할 수 있다. 서버와 콘텐츠를 따로 운영하는 비용을 줄이면서 일본 매출을 추가할 수 있다는 점도 넷마블에는 유리하다.
초기 관심은 확인됐다. 뱀피르는 일본에서 정식 출시 전 사전 다운로드만으로 애플 앱스토어 인기 순위 1위에 올랐다. 넷마블은 출시 1주년 행사 ‘레드문 페스타’를 통해 형상·탈것 소환권 1100회 이상을 제공하고 경험치와 골드 획득량을 20% 늘렸다. 일일 퀘스트 보상도 두 배로 확대했다.
다만 대규모 보상은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출발점일 뿐 장기 흥행의 증거는 아니다. 보상이 끝난 뒤에도 일본 이용자가 남아 있는지, 기존 지역 이용자와의 성장 격차가 경쟁 의욕을 떨어뜨리지 않는지를 확인해야 한다. 국가별 네트워크 환경과 운영 시간, 결제 성향, 커뮤니티 문화에 맞춘 세밀한 관리도 필요하다.
과도한 보상 경쟁은 또 다른 부담이다. 한 번 높아진 이용자의 기대 수준을 유지하려면 이후 이벤트에서도 비슷한 규모의 보상을 제공해야 할 수 있다. 희소 아이템의 가치가 낮아지거나 기존 결제 이용자가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면 단기 접속자 증가는 장기 매출 감소로 이어질 수 있다.
김병규 넷마블 대표는 지난 1분기 실적발표에서 “초반 매출을 극대화하는 전략보다 장기 PLC를 안정적으로 가져가는 것이 회사에 가장 도움이 되는 방향”이라고 밝혔다. 레이븐2와 뱀피르의 이번 변화는 이 전략을 기존 MMORPG에 적용하는 시험대다.
넷마블은 하반기 ‘나 혼자만 레벨업: 카르마’, ‘샹그릴라 프론티어: 일곱 최강종’, ‘펄 인 블루’ 등을 앞세워 신작 공세도 이어간다. 기존작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유지해야 신작의 초기 성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하더라도 실적 변동을 줄일 수 있다.
이번 반전 조건은 ‘오래 버는 게임’을 만드는 데 있다. 레이븐2 업데이트 이후 고레벨 이용자의 접속률과 뱀피르 일본 이용자의 잔존율, 글로벌2 서버의 매출 유지가 핵심 지표다. 무료 보상으로 만든 순간적인 활력이 장기 이용으로 이어질 때 넷마블의 PLC 전략도 성과를 인정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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