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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코스피가 멈춘 날, AI 반도체의 두 번째 승부가 시작됐다

선재관 기자 2026-07-29 07:51:10
선재관 AI 부장
코스피가 하루 만에 10.84% 무너졌다. 개장 6분 만에 사이드카가 발동됐고, 곧이어 서킷브레이커가 시장을 멈춰 세웠다. 지수는 6023.66까지 밀렸고 외국인은 약 5조원어치를 팔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급락하자 한국 증시 전체가 흔들렸다.

이날 사태를 중국 메모리 기업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상장 충격으로만 설명하는 것은 편리하지만 정확하지 않다. 중국의 메모리 산업 육성, 노광장비 자립 가능성,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부담, 국내 증시의 과도한 반도체 집중과 레버리지가 동시에 반응한 결과다. 해외에서 시작된 작은 균열이 국내 수급 구조를 만나 거대한 충격으로 확대됐다.

CXMT는 상장 첫날 공모가보다 466% 뛰었다. 기업가치는 약 3조3000억위안까지 치솟았고 86억달러를 조달했다. 세계 D램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아직 7∼9% 수준이지만 자금과 내수시장, 정부 지원을 한꺼번에 확보했다는 점은 가볍게 볼 일이 아니다.

그렇다고 CXMT가 당장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HBM 사업을 위협한다고 보는 것도 성급하다. 기업공개 투자계획의 중심은 기존 D램 생산라인과 공정 개선이다. HBM은 기술과 수율, 고객 인증에서 여전히 상당한 격차가 있다.

중국의 공격은 가장 높은 산봉우리보다 넓은 평지에서 먼저 시작될 가능성이 크다. DDR5와 LPDDR5X 같은 범용·모바일 D램을 중국 PC와 스마트폰, 서버 기업에 공급하며 시장을 잠식하는 방식이다. 중국산 제품이 내수시장을 차지하면 한국 기업은 범용 D램의 물량과 가격에서 압박을 받는다. HBM에서 번 돈을 범용 제품의 가격 하락이 갉아먹는 구조가 만들어질 수 있다.

중국산 이머전 DUV 노광장비 생산 보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읽어야 한다. 올해 생산계획으로 알려진 물량은 5대에 불과하다. 해상도와 처리 속도, 수율, 안정적인 유지보수 능력도 충분히 검증되지 않았다. 장비 한 대를 만드는 것과 반도체 공장에서 연중 가동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그러나 중국 산업을 평가할 때 현재의 완성도만 보는 실수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 산업도 처음에는 품질과 수율에서 조롱받았다. 중국의 경쟁력은 출발점보다 개선 속도, 거대한 내수시장과 장기간의 자본 투입에서 나왔다. DUV 장비 5대가 당장 ASML을 대체하지는 못해도 5년 뒤 공급망의 일부를 바꿀 가능성은 남는다.

알파벳의 실적도 냉정하게 볼 필요가 있다. 알파벳은 2분기 매출 1198억달러를 기록했고 클라우드 매출은 82% 증가했다. AI가 돈을 벌지 못한다는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 시장을 긴장시킨 것은 매출이 아니라 투자비였다.

알파벳은 연간 설비투자 전망을 1950억∼2050억달러로 높였다. 데이터센터와 서버에 막대한 자금을 쏟으면서 분기 잉여현금흐름은 약 59억달러 적자로 돌아섰다. AI 산업이 소프트웨어의 외양을 쓰고 있지만 실상은 발전소와 데이터센터, 반도체 공장이 결합된 자본집약 산업이라는 사실이 다시 확인됐다.

앞으로 시장이 요구할 답은 GPU를 몇 장 확보했느냐가 아니다. 그 GPU가 얼마나 가동됐고 고객이 어느 정도의 비용을 지불했으며 투자한 자본이 언제 현금으로 돌아오는지를 묻게 될 것이다. AI 경쟁은 기술 성능에 이어 자본 효율성의 단계로 넘어가고 있다.

한국 증시는 이런 변화에 유난히 취약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지수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커진 데다 레버리지 ETF와 신용거래가 상승 속도를 더욱 높였다. 오를 때는 효율적인 구조였지만 방향이 바뀌자 외국인 매도, ETF 헤지, 반대매매가 서로를 자극했다. 기업의 본질가치가 하루 만에 10% 이상 사라졌다기보다 수급의 체력이 먼저 무너진 것이다.

이번 폭락을 AI 반도체 시대의 종말로 규정할 이유는 없다. 빅테크의 투자는 여전히 확대되고 있고 HBM 수요와 데이터센터 건설도 이어지고 있다. 다만 모든 AI 투자가 성공하고 모든 반도체 기업이 같은 이익을 누릴 것이라는 믿음은 수정될 때가 됐다.

확인해야 할 숫자도 달라졌다. 빅테크의 설비투자 계획뿐 아니라 AI 서비스 매출과 현금흐름, HBM 주문과 가격, CXMT의 실제 생산량과 수율, 중국산 장비의 고객사 투입 여부를 함께 봐야 한다. 피보나치나 엘리엇 파동이 제시하는 가격대는 시장 심리를 설명할 수는 있어도 기업의 미래를 결정하지 못한다.

코스피가 멈춘 날 드러난 것은 AI 황금기의 붕괴가 아니다. 공급 부족과 기대만으로 주가가 오르던 첫 번째 장이 끝나고, 기술과 자본, 생산성으로 승자를 가리는 두 번째 장이 시작됐다는 사실이다.

한국 기업에 필요한 것은 중국의 추격을 과장하는 공포도, HBM 우위를 영원한 성벽처럼 믿는 낙관도 아니다. 앞선 기술을 다음 기술로 연결하고, 벌어들인 현금을 연구개발과 생산성 향상에 다시 투입해야 한다. 시장이 멈춘 시간은 짧았다. 산업의 시계는 한순간도 멈추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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