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소비자가 남긴 댓글과 검색어가 신제품으로 탄생하고 있다. 기업이 상품을 먼저 만든 뒤 시장의 반응을 후에 확인하던 방식에서 벗어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포착한 소비자 반응을 제품 기획 단계부터 반영하는 사례가 느는 추세다. 유통업계는 자체 SNS를 단순 홍보 채널이 아닌 '상품 개발 플랫폼'으로 활용하며 소비자와 함께 상품을 만드는 시대를 열고 있다.
2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GS25는 공식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등 SNS에서 발생하는 검색 키워드와 댓글, 공유 데이터를 상품 기획에 적극 활용하고 있다. 단순히 신제품을 알리는 공간이 아니라 소비자의 관심사를 가장 먼저 포착하는 '온라인 개발실'로 기능을 확장한 것이다.
'불닭볶음 미역국탕면'과 '얼먹젤리'가 대표적인 사례다. GS25는 공식 유튜브 채널 '이리오너라'와 인스타그램에서 불닭볶음면과 미역국을 함께 찾는 검색량이 늘어난 점에 주목해 불닭볶음 미역국탕면을 출시해 30만개 이상의 판매율을 기록했다. 또 "젤리를 얼려 먹는다"는 댓글 반응을 상품화한 얼먹젤리는 15만개 이상 판매되며 온라인 반응이 실제 수요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줬다.
상품을 내놓은 뒤에도 SNS의 역할은 이어진다. GS25는 신제품을 콘텐츠로 확산하고 자체 앱 '우리동네GS' 사전예약과 오프라인 점포 판매를 연계해 '트렌드 포착→상품 개발→콘텐츠 확산→판매'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유튜브 구독자 114만명, 인스타그램 팔로워 102만명 등 200만명이 넘는 자체 팬덤은 홍보 대상이 아니라 신제품 아이디어를 얻고 초기 수요를 검증하는 자산으로 활용되고 있다.
GS리테일 관계자는 "SNS는 소비자들이 새로운 먹거리와 소비 방식을 가장 빠르게 공유하고 확산시키는 공간으로 앞으로 유행할 가능성이 있는 트렌드를 실시간으로 포착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큰 장점"이라며 "GS25는 자체 SNS 채널뿐 아니라 다양한 플랫폼에서 소비자 반응과 콘텐츠 확산 양상을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전국 약 1만8000개 점포의 판매 데이터와 고객 구매 패턴을 함께 분석해 실제 상품화 가능성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어 "SNS에서 화제가 됐다는 이유만으로 상품화를 결정하지는 않는다"며 "일시적인 유행인지, 실제 구매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는지, GS25 고객층과의 적합성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한 뒤 판매 데이터와 시장성 분석을 바탕으로 상품 콘셉트를 구체화하고 맛과 형태, 패키지 등을 기획해 최종 상품을 개발한다"고 했다.
외식업계에서도 고객 의견을 제품 전략에 반영하는 움직임이 이어지고 있다. 교촌에프앤비는 사이드메뉴를 확대해 달라는 소비자 요구를 반영해 '찰도그'를 출시했다. 치킨 중심의 메뉴를 간식과 안주 등 다양한 소비 상황으로 확장해 추가 구매를 유도하려는 전략이다. 소비자가 원하는 메뉴 구성을 반영하는 과정이 객단가 확대 전략으로도 이어지고 있는 셈이다.
식품업계는 온라인에서 화제가 될 만한 요소를 제품 기획 단계부터 적극 활용하고 있다. 롯데웰푸드는 동대문엽기떡볶이와 협업한 '짱매워요' 젤리를 출시하며 익숙한 매운맛을 색다른 형태로 구현했다. 검증된 브랜드 팬덤과 SNS 공유 문화를 겨냥한 제품으로 소비 경험 자체를 콘텐츠화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같은 변화는 소비 트렌드의 변화 속도가 빨라진 데 따른 대응으로 해석된다. 과거에는 소비자 조사를 거쳐 수개월에 걸쳐 상품을 개발했다면 이제는 온라인에서 나타나는 반응을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이를 상품 기획에 빠르게 반영하는 방식이 경쟁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자체 SNS와 멤버십 데이터를 보유한 기업들이 새로운 상품 아이디어를 발굴하는 데 상대적으로 유리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만 온라인 화제성이 반드시 장기적인 흥행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일시적인 유행과 반복 구매는 다른 문제인 만큼 기업들은 댓글과 검색량뿐 아니라 실제 판매 데이터와 재구매율 등을 함께 분석해 상품성을 검증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SNS는 이제 상품을 홍보하는 채널을 넘어 소비자의 취향과 생활 방식이 가장 먼저 드러나는 접점으로 자리 잡고 있다"며 "앞으로 데이터의 절대적 양보다 수많은 소비자 반응 속에서 실제 상품으로 발전할 수 있는 신호를 빠르게 포착하고 선별하는 역량이 더욱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고 했다. 이어 "소비자는 더 이상 완성된 상품을 구매하고 평가하는 데 그치지 않는다"며 "댓글을 남기고 검색하고 공유하는 일상적인 행동이 새로운 상품의 출발점이 되면서 소비자는 기업과 함께 제품을 만드는 '공동 기획자'로 자리 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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