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북한이 또 탄도미사일을 쐈다. 12일 오전 원산 일대에서 동해상으로 발사한 미사일은 700㎞ 이상 날아갔다. 지난 6일 단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지 엿새 만이다. 오는 17일부터 시작되는 한미연합연습 ‘을지 자유의 방패(UFS)’를 닷새 앞둔 시점이기도 하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가 반복되면서 국민에게조차 익숙한 뉴스가 돼가고 있다. 그러나 정부까지 여기에 익숙해져서는 곤란하다. 탄도미사일 발사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가 금지한 행위다. 국가안보실도 북한의 최근 발사를 안보리 결의를 위반한 도발로 규정했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남북 간 긴장을 낮추고 대화 통로를 복원하는 데 공을 들여왔다.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했고 확성기 시설도 철거했다. 북한 체제를 존중하고 흡수통일을 추진하지 않으며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원칙도 내놨다. 남북 군사회담을 제안하며 끊어진 대화의 문을 다시 열려는 시도도 이어왔다.
대화는 계속해야 한다. 남북이 군사적으로 맞서 있는 상황에서 상대의 의도를 확인할 통로조차 없는 상태를 오래 방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군사적 긴장을 낮추고 우발적인 충돌을 막기 위해서라도 대화 창구는 열어둘 필요가 있다. 그렇다고 북한의 행동에 따라 우리의 원칙까지 흔들려서는 안 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쏠 때마다 연합훈련을 줄이고 군사적 대응 수위를 조정한다면 북한에는 하나의 경험이 남는다. 도발하면 서울의 정책을 움직일 수 있다는 경험이다. 한번 그런 계산이 통하기 시작하면 다음에는 더 강한 도발로 더 큰 양보를 요구할 수 있다. 대화가 필요하다는 이유로 이런 학습까지 허용해서는 안 된다.
그래서 UFS는 대북관계의 흥정거리가 될 수 없다. 한미연합훈련은 북한에 주는 보상도 아니고 남북대화를 성사시키기 위해 내놓을 협상 카드도 아니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과 유사시 상황에 대비해 한미 군이 함께 작전을 숙달하는 훈련이다. 북한의 반발 여부에 따라 훈련의 필요성이 달라지는 것은 아니다.
북한군은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통해 실전 경험까지 쌓았다. 드론과 전자전, GPS 교란, 사이버 공격이 실제 전장에서 어떻게 활용되는지도 익혔다. 북한의 군사 능력은 강화되고 있는데 우리의 대비태세를 먼저 낮출 이유는 없다. 안보는 상대의 태도에 따라 켰다 껐다 하는 정책이 아니다.
북한이 대화에 응하면 대화하면 된다. 군사회담이 필요하면 만나야 하고 인도적 협력이 필요하면 추진하면 된다. 그러나 미사일을 발사하고 군사적 위협을 높이면 그에 맞는 대비태세를 갖추는 것도 국가의 책무다. 대화와 대비는 서로 대신하는 정책이 아니라 함께 가져가야 할 두 축이다.
북한의 최근 행동을 보면 더욱 그렇다. 우리 정부가 거듭 대화 의사를 밝혔지만 북한은 핵무력을 포기할 뜻이 없다는 태도를 이어가고 있다. 남북관계를 적대적인 관계로 규정하는 기조도 바뀌지 않았다. 우리가 대화의 문을 열어두는 것과 북한의 호응을 전제로 정책을 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정부는 북한의 말보다 행동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한다. 대화 의사를 밝히면서도 군사적 대비는 그대로 유지하면 된다. 북한이 미사일을 발사했다고 해서 연합훈련을 조정하거나 대응태세를 낮추는 일이 반복되면 도발이 협상의 지렛대로 통한다는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
우리 대북정책은 그동안 남북관계의 온도에 따라 크게 흔들려왔다. 관계가 좋아지면 안보 문제를 뒤로 미루고 관계가 악화하면 대화 통로부터 닫는 일이 되풀이됐다. 북한의 태도가 바뀔 때마다 우리의 기준까지 달라지는 방식으로는 안정적인 억제도 지속적인 대화도 만들기 어렵다. 이제는 북한의 행동과 대한민국이 지켜야 할 원칙을 분리해서 봐야 한다.
북한이 대화에 나오면 마주 앉으면 된다. 군사적 긴장을 낮출 수 있다면 협상해야 한다. 그러나 북한이 미사일을 쏘면 그에 맞게 대비해야 한다. 대화와 안보 가운데 하나를 택하는 식으로 접근할 이유가 없다.
대화의 문은 열어두고 안보 태세는 지키면 된다. 북한의 도발이 거세질수록 오히려 우리 쪽 기준은 더 흔들림이 없어야 한다. 북한이 미사일을 쐈다고 대한민국의 원칙까지 따라 움직일 이유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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