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가격과 기능만으로 상품을 차별화하던 경쟁에서 벗어나 유통·패션업계가 '콘텐츠'를 새로운 상품 경쟁력으로 끌어올리고 있다. 소비자가 공감하거나 소장하고 싶은 이야기와 문화적 요소를 상품에 결합해 새로운 구매 이유를 만드는 전략이다.
인기 아티스트의 서사를 굿즈와 오프라인 공간으로 확장하고 세계적인 디자이너의 미학을 패션 컬렉션에 녹이는가 하면 한국 전통문화를 식품 패키지에 담아 외국인 관광객까지 겨냥하고 있다. 상품 자체뿐 아니라 그 안에 담긴 콘텐츠와 경험이 브랜드 경쟁력의 한 축으로 자리 잡는 모습이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무신사는 오는 14일 그룹 빅뱅의 데뷔 20주년과 'BIGBANG 2026~2027 WORLD TOUR
상품은 빅뱅 공식 응원봉 20주년 에디션을 비롯해 의류와 패션 잡화, 라이프스타일 제품, 디지털 기기 등으로 구성됐다. 오리지널 응원봉 디자인을 재해석한 라이트 스틱 쿠션과 유니폼, 볼캡, 토트백, 미니 러그 등 아티스트의 상징과 팬덤 문화를 상품으로 옮긴 것이 특징이다.
무신사는 이를 한정판 발매 서비스 '무신사 드롭'을 통해 선보이는 동시에 성수와 명동의 오프라인 매장까지 활용한다. 무신사 메가스토어 성수와 무신사 스탠다드 명동점에 팝업스토어를 열고 MD 판매뿐 아니라 빅뱅의 20년 음악적 궤적과 팬덤의 서사를 체험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한다.
팝업에는 앨범을 감상할 수 있는 청음존과 아티스트의 헤리티지를 활용한 포토존 등이 들어선다. 단순히 기념 상품을 판매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음악 IP를 상품과 공간 경험으로 확장해 팬덤의 소장·체험 수요까지 흡수하려는 전략이다.
무신사 관계자는 "청음존과 포토존 등 보고 듣고 즐길 수 있는 다채로운 접점을 마련했다"며 "패션과 문화를 아우르는 팬덤 가치를 한층 높이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패션업계에서는 글로벌 디자이너의 창작 철학을 브랜드에 접목하는 협업이 이어지고 있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여성복 브랜드 구호는 글로벌 패션 디자이너 프란체스코 푸치와 협업한 2026년 가을 신상품을 공개했다.
푸치는 하이엔드 브랜드 '더 로우'의 헤드 디자이너를 역임하고 캘빈클라인 컬렉션 등 글로벌 패션 하우스에서 활동한 디자이너다. 구호는 브랜드가 추구하는 '건축적 미학'과 푸치 특유의 절제된 디자인 철학을 결합해 기존 컬렉션과 차별화된 감성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컬렉션에는 이탈리아 건축물에서 영감을 받은 구조적인 테일러링과 미니멀한 디자인을 적용했다. 울·코튼·실크·모헤어 등 소재의 질감을 살린 오버사이즈 점퍼와 슬리브리스 드레스, 클래식 셔츠, 테이퍼드 팬츠 등을 출시한다.
협업도 일회성에 그치지 않고 확대되고 있다. 구호는 지난해 푸치와 두 차례 협업 상품을 선보인 데 이어 올해는 총 네 차례의 시즌 협업 컬렉션으로 규모를 늘렸다. 오는 11월에는 겨울 시즌 협업 상품도 공개할 예정이다.
삼성물산 패션부문 관계자는 "프란체스코 푸치와의 협업을 통해 기존 컬렉션과는 다른 새로운 감성의 상품을 제안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브랜드의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보여주는 다양한 협업 프로젝트를 전개할 것"이라고 했다.
식품업계에서는 한국 전통문화가 상품 차별화 요소로 활용되고 있다. 대상 청정원은 한국 전통 간식인 김부각을 현대적인 스낵으로 재해석한 '바사삭 김부각' 3종을 출시하고 방한 외국인 관광객 공략에 나섰다.
제품은 국산 김과 찹쌀풀을 활용한 오리지널·와사비맛·치즈맛 3종으로 구성됐다. 특히 패키지 전면에는 호랑이와 까치, 소나무 등이 등장하는 한국 전통 민화 '호작도'를 적용했다. 한국 전통 간식의 맛뿐 아니라 시각적인 K-헤리티지까지 제품에 담아 외국인 관광객이 구매할 수 있는 K푸드 기념품으로 확장한 것이다.
올해 상반기 방한 외국인 관광객이 1071만명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기록하면서 외국인의 한국 문화 경험 수요가 늘어난 점도 반영했다. 대상은 외국인 관광객이 많이 찾는 롯데마트 서울역점 등 특화매장을 시작으로 제품 판매 채널을 확대할 계획이다.
대상의 김 사업도 글로벌 시장에서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해조류 가공품 매출액은 약 2004억원으로 전년 대비 30% 증가했다. 현재 50여개국에 김 제품을 수출하고 있으며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서는 연간 총 1500톤 규모의 현지 생산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대상 관계자는 "한국 전통 간식인 김부각을 보다 간편하고 맛있게 즐길 수 있도록 이번 제품을 선보였다"며 "김을 활용한 다양한 맛과 형태의 차별화된 제품을 개발해 국내외 소비자의 선택 폭을 넓힐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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