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 가스터빈 시장 공략의 핵심 전진기지로 활용하고 있는 현지 서비스 자회사 두산터보머시너리서비시스(DTS)가 미국 산업안전보건청(OSHA)의 안전·보건 점검을 동시에 받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두 건의 조사는 같은 날, 같은 사업장을 대상으로 시작됐고 하나의 민원번호로 연결돼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최근 미국에서 대형 가스터빈 수주를 빠르게 확대하면서 DTS의 현지 정비·서비스 역량을 주요 경쟁력으로 내세워 온 만큼 조사 결과가 주목된다.
3일 본지가 미국 노동부 산하 OSHA 공개 데이터베이스를 확인한 결과, OSHA 휴스턴 사우스 지역사무소는 지난 8월 11일 텍사스주 라포트에 있는 ‘Doosan Turbomachinery Services, Inc.’사업장에 대해 두 건의 점검을 개시했다.
검사번호는 각각 ‘1910460.015’와 ‘1910461.015’다. 두 사건 모두 점검 유형은 ‘Complaint(민원)’, 조사 범위는 ‘Partial(부분)’이며 사전통보 여부는 ‘N’으로 기록됐다. 현재 두 건 모두 사건 상태가 ‘OPEN’으로 표시돼 있다.
주목되는 것은 조사 분야다. 검사번호 1910460.015는 ‘Safety(안전)’, 1910461.015는 ‘Health(보건)’로 각각 분류됐다. 사업장 주소는 두 사건 모두 ‘12000 North P Street, La Porte, Texas’로 동일하다. DTS가 자사 홈페이지와 두산그룹에 공개한 미국 본사 주소도 이곳과 일치한다.
두 조사에는 동일한 민원 활동번호 ‘2474957’이 연결돼 있다. 하나의 민원이 접수된 뒤 같은 날 안전과 보건 분야의 별도 검사번호가 만들어진 것이다. OSHA 데이터상 안전 분야 사업분류는 기계가공업(NAICS 332710), 보건 분야는 터빈 및 터빈발전기 제조업(NAICS 333611)으로 각각 기재돼 있다.
같은 민원서 ‘안전·보건’ 두 갈래…구체적 내용은 아직 비공개
다만 현재 공개된 자료만으로는 이번 민원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실제 법규 위반 여부까지 판단할 수는 없다.
OSHA는 근로자나 근로자 대표 등이 사업장의 안전·보건 기준 위반이나 신체적 위해 위험이 있다고 판단할 경우 민원을 제기하고 점검을 요청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민원을 토대로 현장 점검을 실시할지를 OSHA가 판단하며, 민원 점검은 일반적으로 제기된 위험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조사 과정에서 다른 위반 가능성이 발견되면 범위가 확대될 수도 있다.
따라서 ‘Complaint’ 유형의 점검이 시작됐다는 사실만으로 안전·보건법 위반이 확인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
실제로 두 DTS 사건의 OSHA 공개 페이지에는 현재 위반사항이나 과징금이 표시돼 있지 않다. OSHA 역시 미종결 사건의 경우 위반 통지가 발부되더라도 고용주가 통지를 받은 뒤 일정 기간을 거쳐 관련 내용을 게시한다고 설명한다.
그럼에도 이번 조사가 눈길을 끄는 것은 DTS가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가스터빈 사업에서 차지하는 위치 때문이다.
DTS는 두산중공업 시절인 2017년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업체 ‘ACT Independent Turbo Services’를 인수해 만든 회사다. 당시 두산은 ACT가 보유한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인력과 설비, 수주 실적 및 노하우를 확보해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시장에 진입한다는 전략을 제시했다.
현재 두산에너빌리티도 DTS를 미국 가스터빈 서비스 전문 자회사로 명시하고 있다. 회사는 창원 가스터빈 서비스 공장과 DTS를 연계해 장기 부품 공급, 기술 자문, 정기점검, O&M 지원, 로터 및 고온부품 정비 등을 제공하는 사업구조를 구축하고 있다.
텍사스 환경품질위원회(TCEQ) 자료에서도 사업장의 성격이 확인된다. TCEQ는 DTS가 이 사업장에서 발전소와 정유시설 등에 사용되는 터보기계의 수리·재생·리컨디셔닝 작업을 수행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DTS는 앞서 이곳에 새로운 쇼트 블라스팅 부스와 열분사 설비를 추가하는 허가 변경도 추진했다.
다만 이러한 사업장의 설비나 작업공정이 이번 민원의 대상이라는 사실은 현재 확인되지 않았다.
美 가스터빈 12기 수주 뒤엔 DTS…‘현지 서비스’ 경쟁력 시험대
DTS의 중요성은 최근 두산에너빌리티의 미국 수주 확대와 함께 더 커졌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해 10월 미국 빅테크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2기 공급계약을 체결하며 국산 대형 가스터빈의 첫 해외수출을 성사시켰다. 당시 두산은 향후 미국에 공급하는 가스터빈의 정비 서비스를 DTS가 수행할 예정이라며 현지 서비스 역량을 수주 경쟁력 가운데 하나로 제시했다.
같은 해 12월에는 동일한 미국 빅테크 기업으로부터 가스터빈 3기를 추가 수주했다. 이어 올해 3월에는 미국 기업과 380MW급 가스터빈 7기 추가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 3월 공개한 기준으로 미국 공급계약 물량은 총 12기다. 회사는 미국 시장에서 빠르게 수주를 확대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검증된 성능, 빠른 납기’와 함께 DTS를 통한 현지 서비스 지원을 직접 꼽았다. 당시 두산에너빌리티가 밝힌 가스터빈 전체 수주량은 총 23기였다.
미국 데이터센터 전력시장은 두산에너빌리티가 가스터빈을 새로운 성장축으로 키우는 핵심 무대이기도 하다.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면서 전력망 증설만으로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자들이 자체 발전설비 확보에 나섰고, 비교적 건설기간이 짧고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가스터빈이 대안 가운데 하나로 부상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지난 3월 북미에서 데이터센터 전력 공급용 370MW급 스팀터빈과 발전기도 처음 수주했다. 가스터빈 단품을 넘어 가스터빈과 스팀터빈을 결합한 복합발전 솔루션으로 미국 전력시장 공략 범위를 넓히겠다는 전략이다.
최근 증권가에서도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를 두산에너빌리티 실적 개선의 주요 동력 가운데 하나로 평가하고 있다. 뉴시스는 지난달 25일 증권가 분석을 인용해 미국 데이터센터향 가스터빈 수주와 체코 원전 사업 등이 올해 실적 증가에 기여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보도했다.
그만큼 미국 현지 서비스 거점의 안정적인 운영은 가스터빈 판매 이후의 장기 서비스 사업까지 연결되는 두산의 사업모델과 직결된다. 가스터빈은 수십 년간 운전되는 발전설비라 신규 제작만큼 정기점검과 부품 교환, 성능개선, 장기유지보수 계약이 중요하다. 미국 고객 입장에서도 현지에서 즉각 대응할 수 있는 서비스 능력이 공급업체를 선택하는 중요한 조건이 될 수밖에 없다.
두산그룹은 공식 EHS 방침에서 임직원의 생명과 건강을 최우선 가치로 두고 글로벌 기준을 준수하는 안전·환경·보건 경영체계를 구축한다고 밝히고 있다.
미국 가스터빈 시장의 전면에 서 있는 DTS에 대해 OSHA가 같은 민원을 토대로 안전과 보건 두 분야의 점검을 각각 진행하고 있다는 사실은 이 같은 원칙이 미국 현장에서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를 확인하는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민원번호 2474957에 어떤 안전·보건 문제가 제기됐는지, OSHA가 실제 위반사항을 확인했는지, 시정명령이나 과징금이 발생하는지 여부는 확인할 필요가 있다”면서도 “두산에너빌리티가 미국에서 가스터빈 공급을 본격 확대하고 현지 유지보수 시장까지 사업 영역을 넓히는 시점에서 DTS의 OSHA 점검 결과는 단순한 미국 자회사 한 곳의 산업안전 이슈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했다. 이어 “회사가 미국 수주의 강점으로 내세운 ‘현지 서비스 경쟁력’에는 기술력뿐 아니라 현장 운영과 안전관리 역량까지 포함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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