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일본을 반도체 투자 후보지로 검토하면서 현지의 반도체 산업 기반이 주목받고 있다. 일본 정부의 적극적인 투자 지원과 소재·부품·장비(소부장) 기업이 형성한 산업 생태계가 주요 배경으로 꼽힌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최 회장은 최근 일본 아사히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낸드플래시 업체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 가능성에 대해 하나의 선택지라는 취지로 언급했다. 공동 생산뿐 아니라 연구개발(R&D)과 공급망 공유 등 다양한 협력 방안을 검토할 수 있다는 취지다.
일본은 반도체 산업 기반을 다시 강화하기 위해 해외 기업 유치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TSMC와 마이크론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의 현지 투자를 지원하면서 생산시설뿐 아니라 관련 공급망을 함께 확보하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 정부의 지원 기조는 신규 생산거점을 검토하는 기업 입장에서 투자 환경을 판단하는 요소가 될 수 있다.
소부장 경쟁력도 일본의 강점으로 꼽힌다. 유력한 투자 후보지로 거론되는 미야기현에는 세계적인 반도체 장비 업체인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해 반도체 관련 소재·부품·장비 기업들이 자리 잡고 있다. 산학연 연구개발 기반도 형성돼 있어 생산시설을 중심으로 관련 산업과의 연계가 가능한 환경이다.
SK하이닉스와 기존 거래 관계를 맺은 일본 기업이 다수 있다는 점도 투자 검토 과정에서 고려할 수 있는 요인이다. 현지 소부장 업체 가운데 SK하이닉스의 협력업체나 고객사가 포함돼 신규 생산시설을 구축할 경우 기존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최 회장이 일본을 포함해 생산시설을 지을 수 있는 지역을 폭넓게 살펴보는 것은 메모리 생산능력 확대가 시급해졌기 때문이다. AI 반도체 시장이 커지면서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증가하고 있고, 기술 경쟁력뿐 아니라 고객사가 요구하는 물량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는 생산 기반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최 회장은 지난 7월 제주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반도체 투자와 관련해 "지을 수 있는 모든 곳에 지어보려는 것이 지금 상황"이라며 "전세계를 다 찾아서 어디가 제일 좋고 빠르고 크게 할 수 있는지 우선순위를 가려서 빨리 짓는 게 한국 반도체 산업의 생명줄처럼 됐다"고 했다.
중국 반도체 기업들의 경쟁력 확대도 생산능력 확보를 서두르는 배경이다. 최 회장은 중국의 반도체 경쟁이 빨라지고 있다며 "SK하이닉스도 과거보다 10배 빠르게 해야 한다. 그것이 지금 가장 어려운 숙제"라고 강조했다.
SK하이닉스는 국내외 생산 기반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 회장은 전체 웨이퍼 생산능력을 향후 5년 내 2배로 늘리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일본 투자는 아직 구체적인 지역이나 규모가 확정된 단계는 아니다. 다만 키옥시아와의 공동 생산을 비롯해 R&D와 공급망 공유 등 협력 가능성이 제시된 만큼 단순한 생산시설 확보를 넘어 현지 반도체 생태계와 연계하는 방안까지 검토 대상에 포함될 가능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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