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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세권·84㎡ 공공임대 중산층에 연다…저소득층 우선 원칙은

한석진 기자 2026-09-04 07:56:30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 주택 단지 모습. [사진= 유나현 기자]

[경제일보] 정부가 저소득층 중심이던 공공임대주택의 문을 중산층까지 넓힌다. 서울 도심과 3기 신도시 역세권에 전용면적 84㎡까지 공급하고 소득·자산 기준도 기존보다 완화한다.
 

공공임대의 품질을 높이고 입주 대상을 넓히는 것은 정책 선택의 영역이다. 문제는 선호도가 높은 공공임대를 어떤 기준으로 배분하느냐다. 기존 공공임대의 주요 대상이던 저소득층의 입주 기회를 어떻게 보장할지가 새 제도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 역세권·중형 평형에 6조2000억원 투입
 

4일 국토교통부 등에 따르면 정부는 내년부터 새로운 유형의 ‘보편형 공공임대주택’을 공급할 계획이다. 내년도 예산안에는 보편형 임대주택 공급을 위한 6조2000억원 규모의 신규 사업비가 반영됐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임대주택과 상품 구성부터 다르다. 남양주 왕숙과 인천 계양 등 3기 신도시 역세권과 서울 도심 등 선호지역에 공급하고 건설형은 전용 50~84㎡ 중형 면적을 중심으로 짓는다. 평면과 마감재도 민간 아파트 수준으로 끌어올린다는 게 정부 구상이다.
 

입주 문턱도 낮아진다. 기존 공공임대에 적용하던 소득·자산 기준을 완화해 중산층을 포함한 무주택자가 입주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정부는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무주택 청년에게 우선 공급하는 방안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가 입주 대상을 넓히기로 한 배경에는 현행 공공임대 기준이 실제 주거 여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있다. 자산이 거의 없어도 근로소득이 일정 수준을 넘으면 입주 대상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이어지면서 소득과 자산 기준을 현실에 맞게 손봐야 한다는 요구가 제기돼왔다.
 

◆ 기존 통합공공임대는 저소득층 물량 따로 배정
 

다만 기존 공공임대는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소득이 높은 신청자와 경쟁하다 밀려나는 것을 막기 위한 장치를 두고 있다.

 

현행 통합공공임대는 기준 중위소득 50% 이하 세대에 전체 공급물량의 45% 이상을 공급하고 중위소득 50% 초과 100% 이하에는 30% 이상을 배정한다. 중위소득 100%를 넘는 세대에도 일정 물량을 공급하지만 소득이 낮은 계층의 몫을 별도로 확보해두는 방식이다.
 

영구임대와 국민임대도 생계·의료급여 수급자와 저소득 무주택 가구를 주요 대상으로 운영해왔다. 주택시장에서 스스로 적정한 주거를 확보하기 어려운 계층을 우선 지원한다는 공공임대의 기본 원칙을 반영한 것이다.
 

보편형 공공임대에서 이 원칙이 어떻게 적용될지는 아직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았다. 정부는 청년에게 전체 물량의 절반 이상을 우선 공급하겠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소득 수준에 따른 최소 공급비율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청년 우선공급이 곧 저소득층 우선공급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같은 청년이라도 소득과 자산, 실제 주거비 부담에 따라 주거 여건에는 상당한 차이가 난다. 입주 대상만 넓힐 경우 기존 저소득층이 상대적으로 불리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이유다.
 

◆ 문제는 숫자보다 ‘좋은 공공임대’ 배분
 

정부는 공공임대 전체 공급량도 늘릴 계획이다. 내년 공적주택 공급 목표는 올해보다 늘어난 21만8000가구로 잡았고 이 가운데 공공임대가 17만2000가구를 차지한다.
 

전체 물량이 늘어난다는 점을 감안하면 보편형 공공임대 도입이 곧바로 기존 저소득층용 임대주택 감소로 이어진다고 단정하기는 어렵다. 정부도 취약계층 주거지원 확대 방침을 함께 내놓고 있다.
 

그러나 공급 숫자만으로 문제를 끝낼 수는 없다. 보편형 공공임대는 기존 임대주택보다 입지가 좋고 면적도 넓다. 서울 도심과 역세권에 들어서고 최대 전용 84㎡까지 공급된다.
 

저소득층은 외곽이나 소형 임대주택에 머물고 중산층까지 입주할 수 있는 보편형 공공임대는 역세권과 중형 주택 위주로 공급될 경우 공공임대 안에서도 주거 여건의 격차가 벌어질 수 있다.
 

공공이 새로 공급하는 선호도 높은 주택을 어떤 계층에 얼마나 배분할지가 중요한 이유다. 단순히 입주 자격을 넓히는 것과 저소득층의 주거 기회를 보장하는 문제는 별개다.
 

결국 관건은 보편형 공공임대에 저소득층 최소 공급비율을 둘지, 기존 영구·국민·통합공공임대 물량을 얼마나 유지할지다. 서울 도심과 역세권 등 선호지역 물량을 소득계층별로 어떻게 나눌지도 남은 과제다.
 

정부가 이달 내놓을 세부 입주기준에 이런 원칙이 어떻게 반영되는지가 보편형 공공임대의 성격을 가를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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