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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단독] BIS "취약은행이 좀비기업 연명"…한국 생산적 금융에 경고등

송정훈 기자 2026-09-04 09:39:51

한국 포함 아시아 10개국 기업·은행 16년 데이터 분석

좀비기업 자산 13%·부채 20% 차지…매년 95%가 생존 지속

부실대출 연장 정상기업 자금 밀어내…국내은행 건전성에도 악영향

[사진=AI 생성 이미지]

[경제일보] 자본력이 취약한 은행이 회생 가능성이 낮은 이른바 ‘좀비기업’의 대출을 계속 연장하면서 부실기업의 퇴출을 늦추고 정상기업으로 흘러갈 자금까지 막는다는 국제결제은행(BIS)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 정부와 금융권이 부동산·담보금융 중심의 자금 흐름을 첨단산업과 혁신기업으로 돌리는 ‘생산적 금융’을 추진하는 가운데, 단순한 기업대출 확대보다 어떤 기업에 자금을 공급하느냐가 중요하다는 경고로 읽힌다.
 
4일 경제일보가 BIS가 전날 공개한 워킹페이퍼 ‘아시아 신흥국의 좀비기업: 국내 및 국경 간 영향’을 분석한 결과, 연구진은 한국·중국·인도·인도네시아·말레이시아·싱가포르 등 아시아 10개 경제권의 2005~2021년 기업과 거래은행 연결자료를 분석해 이 같은 결과를 내놨다.
 
연구진이 분석한 15년간 아시아 10개국의 좀비기업 비중은 50% 이상 증가했다. 분석기간 말 기준 이들 기업이 전체 기업 자산에서 차지한 비중은 약 13%, 기업부채에서는 약 20%에 달했다. 한 번 좀비기업으로 분류된 기업이 이듬해에도 같은 상태에 머무르는 비율은 약 95%였다.
 
연구진은 이처럼 높은 생존율의 배경으로 취약은행의 ‘에버그리닝(evergreening)’을 지목했다. 차주의 상환능력이 악화됐는데도 기존 대출을 회수하지 않고 만기를 연장하거나 신규대출을 통해 기존 채무를 갚도록 하는 방식이다.
 
실제 좀비기업과 거래하는 은행의 평균 부실채권(NPL) 비율은 5.15%로 정상기업 거래은행의 4.43%보다 높았다. 총자산이익률(ROA)은 각각 0.59%, 0.73%로 반대였다. 좀비기업 거래은행은 이미 수익성이 낮고 부실 비율이 상대적으로 높은 상태에서 좀비기업 여신을 더 많이 안고 있었다.
 
은행의 건전성이 나쁠수록 좀비기업 대출을 유지하는 경향도 뚜렷했다. BIS 연구진은 부실채권 비율이 높은 은행에서 기존 좀비기업 대출 비중이 다음 해까지 이어지는 정도가 더 높고, 자기자본비율이 높을수록 이 같은 현상이 약해졌다고 분석했다. 손실을 즉시 인식하기 어려운 취약은행이 부실기업 대출을 장기간 끌고 갈 유인이 더 크다는 의미다.
 
문제는 부실기업 지원이 해당 기업과 은행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연구진은 좀비기업이 시장에서 계속 생존하면 생산성이 높은 정상기업이 확보할 수 있는 대출과 투자자금을 구축하고 기업의 투자·고용·생산성까지 떨어뜨린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신흥국의 좀비기업 증가로 성장률과 물가상승률이 연평균 약 0.2%포인트(p) 낮아진 것으로 추정했다.
 
은행 자체의 건전성에도 차이가 나타났다. 은행의 좀비기업 대출 비중이 1%p 늘어날 때 전체 표본의 NPL 비율은 0.019%p 높아졌고 ROA는 낮아졌다. 특히 아시아 10개국의 국내은행 대출에서는 NPL 비율 상승과 수익성 저하가 통계적으로 뚜렷한 반면 외국계 은행에서는 같은 효과가 나타나지 않았다. 연구진은 외국계 은행의 경우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해당 익스포저가 상대적으로 작고 대출약정과 모니터링, 구조조정 등을 통해 위험을 통제했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이 같은 결과는 국내 금융당국이 추진 중인 생산적 금융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금융당국은 올해 금융권의 자금을 부동산·담보대출에서 첨단전략산업과 혁신기업 등 실물경제로 이동시키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은행들도 기업여신 확대에 나서면서 지난 5월 말 예금은행 기업대출 잔액은 1408조3000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6000억원 늘었다.
 
다만 BIS 연구결과대로라면 생산적 금융의 성패를 단순한 기업대출 증가액으로 판단해서는 안 된다. 성장성이 높은 기업에 신규 자금을 공급하는 것과 부실기업의 기존 대출을 계속 연장하는 것은 경제적 효과가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한국은행도 지난 6월 은행권 기업대출 연체율이 향후 완만하게 상승해 0.68% 수준에 이를 가능성을 제시하면서 기업 부문의 신용위험을 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주택시장 침체 시나리오에서는 기업대출의 신용위험 상승폭이 상대적으로 크게 나타났다.
 
금융권 관계자는 “생산적 금융이 대출 목표액을 채우는 방식으로 흐르면 기존 거래기업의 만기 연장이나 한도 확대가 손쉬운 수단이 될 수 있다”며 “기업의 성장성과 상환능력을 제대로 가려 자금을 재배분하는 것이 생산적 금융의 본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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