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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경제

노바티스, 일주일간 임상 3건 실패…'M&A 승부수'에 시장 충격

안서희 기자 2026-09-10 11:09:33

델-데시란·펠라카르센 잇단 3상 실패…특허 만료 앞둔 노바티스 성장 전략에 경고등

노바티스 CI. [사진=노바티스]

[경제일보] 글로벌 제약사 노바티스의 차세대 성장동력에 잇따라 경고등이 켜졌다. 일주일 새 굵직한 임상 실패 3건이 연이어 발생하면서 신약 파이프라인은 물론 대규모 인수합병(M&A) 전략에 대한 시장의 우려도 커지고 있다. 특히 120억 달러(약 16조원)를 들여 인수한 아비디티 바이오사이언스의 핵심 신약 후보까지 임상 3상에서 실패하면서 충격이 커졌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노바티스는 최근 델-데시란, 펠라카르센 등의 임상에서 잇따라 기대에 미치지 못하는 결과를 내놨다. 여기에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개발하던 차세대 CAR-T 치료제의 임상도 전면 중단됐다.

가장 시장의 주목을 받은 것은 델-데시란이다. 노바티스가 지난 8일 공개한 임상 3상 ‘HARBOR’ 결과에서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 환자 150명을 대상으로 근긴장성 근이영양증 치료 효과를 평가한 시험으로 환자가 주먹을 쥔 뒤 손을 펴는 데 걸리는 시간인 손 폄 시간(vHOT) 개선 등 주요 지표에서 유의미한 결과를 내지 못했다.

델-데시란은 항체-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접합체(AOC) 방식의 신약 후보물질이다. 노바티스는 지난 7월 아비디티를 약 120억 달러에 인수하면서 AOC 플랫폼과 함께 델-데시란을 확보했다. 거액을 투자해 차세대 신약 기술과 핵심 파이프라인을 한꺼번에 확보하려던 전략의 중심 자산이 임상에서 좌초한 셈이다.

시장 충격도 컸다. 델-데시란 임상 실패 소식이 전해진 날 노바티스 시가총액은 약 296억 달러(약 40조원) 감소했다. 같은 근이영양증 치료제를 개발하는 다인 테라퓨틱스와 사렙타 테라퓨틱스 주가도 각각 약 30%, 15.5% 떨어졌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노바티스 주주사인 베르소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의 애널리스트 제임스 유진은 델-데시란이 노바티스에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였다고 평가했다. 높은 성공 기대를 받던 후보물질이 실패하면서 노바티스의 인수 전략과 다른 개발 신약에 대한 시장의 눈높이도 더욱 엄격해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심혈관 분야에서도 대형 악재가 나왔다. 노바티스는 지난 4일 아이오니스와 공동 개발 중인 펠라카르센의 임상 3상 ‘Lp(a)HORIZON’이 1차 평가변수를 충족하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펠라카르센은 심혈관 질환 위험 인자인 지질단백질(a), 즉 Lp(a)를 낮추는 안티센스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ASO) 치료제다. 8300여 명의 심혈관 질환 환자를 대상으로 한 대규모 임상에서 혈중 Lp(a) 수치는 낮췄지만, 심근경색·뇌졸중·심혈관 사망 등 주요 심혈관 사건 위험을 위약 대비 유의미하게 낮추지는 못했다.

이 소식으로 이날 노바티스 시가총액 역시 약 8조1000억원가량 줄었다. 노바티스뿐 아니라 Lp(a)를 겨냥한 신약을 개발하고 있는 암젠과 일라이릴리 등 경쟁사에도 시장의 시선이 쏠렸다. Lp(a) 감소가 실제 심혈관 사건 감소로 이어질 수 있는지에 대한 개발 가설 자체가 시험대에 올랐다는 평가다.

차세대 세포치료제 분야에서도 변수가 발생했다. 노바티스는 자가면역질환을 대상으로 개발하던 CAR-T 치료제 ‘랩-셀(rap-cel)’과 관련해 8개 임상을 중단했다. 루푸스, 류마티스관절염, 다발성경화증, 중증근무력증 등을 대상으로 진행하던 임상에서 3명의 환자가 IEC-HS(면역효과세포 관련 혈구탐식성 증후군)라는 중증 면역 과잉반응으로 사망한 데 따른 조치다.

노바티스는 지난달 24일 임상 중단을 결정했지만, 해당 내용은 이달 1일 월스트리트저널 보도를 통해 알려졌다. 임상 데이터베이스 변경을 애널리스트가 포착하면서 중단 사실이 공개된 것으로 전해지면서 회사의 정보 공개 시점을 둘러싼 논란도 일었다.

문제는 이번에 실패하거나 중단된 파이프라인들이 노바티스의 중장기 성장을 책임질 후보로 꼽혀왔다는 점이다. 노바티스는 심부전 치료제 ‘엔트레스토’와 면역질환 치료제 ‘코센틱스’ 등 주요 제품의 특허 만료에 대비해 신약 파이프라인을 확대해왔다. 대규모 M&A를 통해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는 전략도 병행했다.

하지만 핵심 후보물질의 잇단 임상 실패로 기존 제품의 특허 만료에 따른 매출 공백을 새로운 신약으로 얼마나 빠르게 메울 수 있을지를 놓고 시장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노바티스가 제시해온 중장기 연평균 성장률 5~6% 달성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내 바이오 업계에서도 여파가 나타났다. 노바티스가 개발 중인 AOC 후보물질에 자사 플랫폼 기술을 적용해 복수의 바이오의약품을 피하주사(SC) 제형으로 전환하는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한 알테오젠도 영향을 받았다.

신한투자증권은 델-데시란 임상 실패를 반영해 알테오젠의 목표주가를 기존 54만원에서 52만원으로 낮췄다. 노바티스의 AOC 후보물질 가운데 델-데시란을 기업가치 산정에서 제외하면서 SC 제형 전환이 확정된 품목이 기존 3개에서 2개로 줄었다고 판단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태가 단순히 개별 신약의 임상 실패에 그치지 않을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글로벌 빅파마들이 특허 만료에 대비해 대규모 M&A와 신기술 플랫폼 확보에 경쟁적으로 나서는 가운데 막대한 비용을 투입한 파이프라인의 임상 성공 여부가 향후 성장 전략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바티스가 남은 후기 임상 파이프라인에서 어떤 성과를 내느냐가 향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할 주요 변수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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