틀린 말은 아니다. 국회법 제29조는 국회의원이 국무총리나 국무위원을 겸할 수 있도록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용 후보자가 장관에 임명된 뒤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해서 위법이라고 할 수는 없다.
하지만 정치의 질문은 법전의 마지막 조항에서 끝나지 않는다. 할 수 있느냐와 해야 하느냐는 다른 문제다. 이번 논란의 핵심도 여기에 있다.
장관은 대통령을 보좌해 한 부처의 정책과 예산, 인사를 책임지는 행정부의 핵심 구성원이다. 국회의원은 정부를 감시하고 법과 예산을 심사한다. 우리 헌법과 국회법이 두 직책의 겸직을 인정하고 있으니 그 자체를 제도적 모순이라고 몰아붙일 일은 아니다. 의원 출신 장관이 국회와 정부 사이의 소통을 돕는 장점도 있다.
다만 비례대표 의원이라면 사정이 조금 달라진다. 지역구 의원이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일정 기간 해당 지역의 대표가 사라지고 보궐선거가 필요할 수 있다. 비례대표 의원은 사퇴하더라도 명부의 후순위 후보자가 의석을 승계한다. 국회의 의석 자체가 비는 것은 아니다.
실제로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입각할 때 의원직을 내려놓는 관행이 이어져 온 이유도 여기에 있다. 최근에는 아예 비례대표 의원이 국무위원으로 임명될 경우 의원직에서 퇴직하도록 하는 국회법 개정안까지 발의됐다. 개별 후보자를 겨냥한 입법이 돼서는 안 되겠지만, 이번 논란이 현행 겸직 제도의 원칙을 다시 생각하게 만든 것은 분명하다.
용 후보자에게는 특수한 사정이 있다. 그가 의원직을 내려놓으면 기본소득당은 원내 의석을 잃는다. 용 후보자 스스로도 자신이 당의 유일한 현역 의원이고, 사퇴할 경우 기본소득당이 원외정당이 되는 어려움이 있다며 양해를 구했다. 2024년 총선 당시 더불어민주연합의 비례명부를 통해 당선됐기 때문에 후순위 승계자가 기본소득당 소속이 되는 것도 아니다.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정치적 고민이다. 소수정당에서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무게는 거대정당의 한 석과 다르다. 원내 발언권과 입법 활동, 정당의 존재감이 그 한 석에 걸릴 수 있다. 다당제와 정치적 다양성이라는 관점에서도 작은 정당의 원내 활동을 가볍게 볼 이유는 없다.
하지만 그 사정이 오히려 선택을 더 분명하게 만든다. 기본소득당의 원내 지위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면 의원으로 남으면 된다. 성평등가족부를 이끌어 정부 정책을 책임지는 일이 더 중요하다면 장관직을 선택하면 된다.
소수정당의 어려움은 두 선택 가운데 어느 쪽을 택할지 고민하게 하는 이유일 수는 있어도,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하는 이유가 되기는 어렵다.
연합정치라는 설명 역시 마찬가지다. 야당 정치인이 정부에 참여하는 것은 충분히 의미 있는 정치 실험이다. 서로 다른 정당이 정책 목표를 공유하고 정부 운영에 참여하는 것은 협치의 한 방식이 될 수 있다.
다만 연합정치의 의미는 장관으로 정부에 참여하는 데서 이미 구현된다. 의원직까지 반드시 함께 보유해야 연합정치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장관으로 국무회의에 들어가 정부 정책을 함께 책임지면서 동시에 야당 의원의 지위를 그대로 유지할 경우 책임의 경계가 흐려질 수 있다.
정부 정책이 성공하면 장관의 성과이고, 정치적 부담이 생기면 야당 의원의 위치로 돌아가는 구조여서는 곤란하다. 공직에서 중요한 것은 선택지가 많은 것이 아니라 책임의 위치가 분명한 것이다.
때문에 이번 문제를 법률상 ‘이해충돌’이라는 단어 하나로 재단할 필요도 없다. 현행법이 허용하는 직책인 만큼 불법적인 이해충돌이라고 단정하는 것은 지나치다. 더 정확한 문제는 역할의 충돌과 정치적 책임이다.
의원은 정부를 묻는 자리이고 장관은 정부의 답을 내놓는 자리다. 한 사람이 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할 수 있도록 법은 허용했지만, 그렇다고 모든 경우에 겸직이 바람직하다는 뜻까지 담고 있는 것은 아니다.
특히 비례대표 의석은 개인의 정치적 재산으로 보기 어렵다.
유권자는 후보 개인에게 직접 한 표를 준 것이 아니라 정당과 명부에 투표했다. 앞 순번 후보가 다른 길을 선택하면 후순위 후보가 이어받도록 제도를 만든 것도 비례대표 의석의 이런 성격 때문이다.
이번 사안을 용 후보자 개인의 문제로만 끝내지 말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정권이 바뀔 때마다 누구에게는 겸직을 허용하고 누구에게는 사퇴를 요구한다면 결국 논란은 반복된다. 비례대표 의원의 국무위원 겸직을 계속 허용할 것인지, 아니면 입각할 경우 의원직을 내려놓도록 할 것인지 국회가 일반적인 원칙을 논의할 필요가 있다.
다만 제도를 고치기 전까지는 선택의 책임이 당사자에게 돌아간다. 현행법이 겸직을 허용하기 때문에 대통령도 사퇴를 강제할 수 없고 국회 역시 의원직을 빼앗을 수 없다. 그렇기에 더욱 중요한 것이 정치적 판단이다.
‘예기’ 예운편에는 ‘대도지행야 천하위공(大道之行也 天下爲公)’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도가 행해지면 천하는 공공의 것이라는 의미다. 공직도 그렇다.
장관 자리도, 국회의원 자리도 특정 정치인이나 특정 정당의 소유물이 아니다. 모두 국민으로부터 일정 기간 맡겨진 자리다.
용 후보자가 기본소득당의 유일한 의원으로 남는 것이 자신의 정치적 책임이라고 판단한다면 그 선택은 존중받아야 한다. 대신 장관직을 맡지 않으면 된다.
반대로 성평등가족부 장관으로서 국정을 책임지는 길을 택한다면 그 역시 존중해야 한다. 대신 비례대표 의석을 내려놓는 것이 자연스럽다.
두 선택 모두 정치적 비용이 따른다. 공직을 맡는다는 것은 원래 그 비용까지 감수하는 일이다.
법이 두 자리를 허용한다는 사실이 두 자리를 모두 가져야 할 이유는 아니다. 이번 논란에서 국민이 묻는 것도 법률 조문 하나가 아니다. 장관이 되겠다는 사람이 무엇을 내려놓을 준비가 돼 있는가 하는 문제다.
장관도 하고 의원도 하겠다는 선택보다 어느 한쪽을 택하고 그 책임을 온전히 지는 정치가 더 설득력 있다.
책임정치는 자리를 얼마나 많이 갖느냐가 아니라, 어떤 자리를 선택하고 그 선택의 대가를 얼마나 분명하게 감당하느냐에서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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