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김승원 법무부 장관 후보자가 19일 후보자직에서 자진 사퇴했다. 이른바 신약 임상시험 승인 청탁 의혹과 가족이 운영에 참여한 사회적협동조합 관련 논란 등이 인사청문회 이후에도 가라앉지 않자 스스로 물러났다.
김 후보자는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깊은 고민 끝에 법무부 장관 후보자직을 내려놓기로 결심했다”며 “후보자로 지명해 주신 대통령께 감사드리며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정말 송구하다”고 밝혔다.
사퇴를 결심한 직접적인 계기로는 전날 이재명 대통령의 기자회견을 들었다. 김 후보자는 “어제 대통령 기자회견을 보며 결심을 굳혔다”며 “국민의 삶과 정부의 성공이 우선이고, 민생을 살피고 개혁을 완수해야 할 정부에 부담을 더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이 대통령은 전날 김 후보자 임명 여부에 대해 “아직 최종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며 “국민의 검증 과정에서 여러 논란이 발생하고 있어 국민 눈높이 등을 고려해 신중하게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임명 강행 여부를 고심하고 있음을 공개한 지 하루 만에 김 후보자가 물러난 것이다.
김 후보자의 자진 사퇴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지 20일 만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가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채택한 시점을 기준으로는 이틀 만이다.
김 후보자는 코로나19 치료제를 개발하던 업체의 임상시험 승인을 위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의혹을 받았다. 업체 측과의 대화 녹취가 공개되면서 임상시험 승인 청탁 여부와 업체 관계자와의 관계가 청문회의 주요 쟁점으로 떠올랐다.
김 후보자는 국회의원에게 접수된 고충 민원을 관계기관에 전달했을 뿐 부당한 청탁이나 대가 관계는 없었다고 반박했다. 지난 15일 인사청문회에서도 의혹을 부인했으나 국민의힘은 임상시험 승인 과정과 업체 측 접촉 경위가 충분히 해명되지 않았다며 사퇴를 요구했다.
배우자와 자녀가 근무한 한국아동발달 사회적협동조합도 논란의 중심에 섰다. 야당은 후보자 가족에게 과도한 급여가 지급됐고 수원시 사업 심사 과정에서 편의를 받았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민주당은 발달장애인 교육·돌봄 기관을 불법적인 조직처럼 몰아가고 있다며 맞섰다.
김 후보자는 사퇴문에서 “이번 일로 상처받은 장애인과 가족들, 돌봄 현장에서 헌신해 온 분들께 깊은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이어 “‘아니면 말고’ 식의 의혹 제기로 발달장애인과 가족, 종사자들이 받은 상처가 치유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후보자직에서는 물러나지만 자신에게 제기된 의혹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도 분명히 했다. 김 후보자는 “지금 내려놓아도 진실은 포기하지 않겠다”며 윤석열·한동훈 정치검찰의 표적 수사와 수사기밀 불법 유출, 자료 짜깁기 의혹의 전모를 밝히겠다고 주장했다. 해당 내용은 김 후보자 측의 주장으로 수사나 재판을 통해 확정된 사실은 아니다.
김 후보자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민주주의와 사회적 약자를 보호하고 새로운 형사사법 체계를 안정적으로 정착시키려 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미완의 검찰개혁을 반드시 완수하겠다”며 국회의원으로서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국회 법사위는 지난 17일 김 후보자의 인사청문경과보고서를 적격 의견으로 채택했다. 국민의힘 의원들은 부적격 의견이 반영되지 않았다며 퇴장했다. 여당이 보고서 채택까지 강행했지만 김 후보자가 자진 사퇴하면서 후보자 검증과 정무적 판단이 미흡했다는 비판도 피하기 어려워졌다.
앞서 용혜인 성평등가족부 장관 후보자도 지난 13일 후보자직을 내려놨다. 장관 후보자의 연이은 낙마로 청와대는 법무부 장관 후임 인선과 함께 인사 검증 체계도 다시 점검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편 법무부는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 출범 등 형사사법 체계의 대대적인 개편을 앞두고 있다. 후임 후보자의 전문성과 개혁 방향뿐 아니라 청와대가 이번 인선에서 불거진 의혹을 사전에 어느 수준까지 파악했는지가 다음 검증의 핵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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