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일보] LG전자가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의 열을 식히는 냉각 사업에 1500억원을 투입한다. 미국 버지니아주 윈저에 900억원을 들여 칠러 생산공장을 마련하고, 국내 평택·창원 공장의 생산라인 증설과 설비 개선에 약 600억원을 투자한다. 미국 현지 생산으로 북미 고객의 수요에 대응하는 동시에 국내에서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2일 LG전자에 따르면 회사는 전날 미국 칠러 공장 신설과 국내 생산라인 확대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공장은 2027년 상반기 생산을 목표로 한다. 부지 17만㎡, 연면적 3만2000㎡ 규모로 AI 데이터센터에 주로 공급하는 공랭식 칠러를 생산할 예정이다.
칠러는 차가운 물을 대량으로 만드는 냉각기다. 이 냉각수로 서버실의 공기를 식히거나 서버 내부 칩의 열을 제거한다. AI 데이터센터는 고성능 반도체를 촘촘히 배치해 많은 연산을 처리하는 만큼 발열 관리가 중요하다. LG전자는 에어컨 등 냉난방 기기를 만들며 쌓은 기술을 데이터센터 냉각 사업으로 넓히고 있다.
미국 생산거점은 북미 시장에 제품을 빠르고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기반이다. 버지니아는 주요 정보기술 기업의 데이터센터 투자가 집중되는 지역이다. LG전자는 윈저 공장을 통해 주내 데이터센터 수요에 대응하면서 북미 전역으로 공급 범위를 넓힐 계획이다.
현지 발표는 물류 여건에도 무게를 뒀다. 버지니아주 경제개발기관은 지난달 30일 LG전자가 아일오브와이트 카운티에 6390만달러 이상을 투자해 칠러 조립시설을 마련하고 일자리 164개를 창출한다고 밝혔다. 주 정부는 버지니아항과 주요 도로·철도망에 대한 접근성을 사업 입지의 강점으로 제시했다.
국내에서는 공장을 새로 짓는 대신 기존 평택·창원 공장에 공랭식 칠러 생산라인을 추가한다. 첫 공정부터 마지막 공정까지 하나의 컨베이어를 따라 작업하는 ‘흐름라인’ 방식을 도입한다. 올해 말까지 생산라인을 단계적으로 늘려 여러 라인을 동시에 운영할 계획이다. 생산능력 확대와 공정 개선을 함께 추진하는 셈이다.
시장 확대도 투자 배경이다. 시장조사업체 포천비즈니스인사이트는 세계 데이터센터 냉각 시장이 올해 210억달러에서 2034년 544억달러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연평균 성장률은 12.6%다. 이는 AI용만 따로 집계한 수치가 아니라 일반 데이터센터까지 포함한 냉각 시장 전망이다.
LG전자는 냉각수를 만드는 칠러에 더해 냉각수분배장치(CDU)와 콜드플레이트까지 공급한다. CDU는 서버 냉각에 필요한 냉각수의 흐름과 온도를 관리하고, 콜드플레이트는 칩에 맞닿아 열을 흡수하는 장치다. 칩에서 발생한 열을 처리하는 장치부터 칠러까지 연결해 고객에게 제안하는 것이 회사의 ‘칩 투 칠러’ 전략이다.
아시아에서는 계열사 역량을 함께 활용한다. LG전자는 인도네시아 시나르마스그룹이 자카르타에 구축하는 AI 데이터센터에 냉난방공조 기술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의 설계·구축·운영 역량을 결합한 솔루션을 공급하고 있다고 밝혔다. 냉각 장비를 넘어 데이터센터 구축에 필요한 설비와 서비스를 함께 제공하겠다는 방향이다.
다만 시장 성장 전망이 곧바로 개별 기업의 수주와 매출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미국 연방에너지규제위원회가 데이터센터 등 대형 전력 수요자의 비용 부담을 명확히 하도록 전력망 운영사 PJM의 추가 전력 조달안을 수정하도록 했다. 전력 확보와 비용 배분이 데이터센터 확장의 주요 변수로 떠오른 것이다.
냉각 설비 공급 확대의 성과도 고객의 데이터센터 건설 일정과 실제 발주에 달려 있다. LG전자가 현지 생산으로 공급 속도를 얼마나 높이고, 칠러와 액체냉각 장비를 함께 묶어 수주를 늘릴지가 관건이다.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사장은 “안정적인 공급 능력을 지속 강화해 급증하는 시장수요를 적극 공략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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